유재석이 '발전적 이별'을 고민해봐야 할 사단은?

유재석이 '발전적 이별'을 고민해봐야 할 사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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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석이 '발전적 이별'을 고민해봐야 할 사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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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못지않게 예능에서도 소위 '사단'이라 불리는 패밀리 스타일의 제작 집단이 있다. 재능있는 PD나 작가를 중심으로 스태프들과 출연자들이 뭉친다. 그게 아니라면 하나의 프로그램 출신들이 하나의 '사단'을 이루는 경우도 있다. 2000년대 중반부터 이어진 리얼 버라이어티의 시대가 아직 막을 내린 것이 아니라 존재하는 사단이다.

예를 들면 '나영석 사단'하면 떠올릴 수 있는 이우정 작가, 최재영 작가, 김대주 작가 등 작가진과 신효정PD, 이진주PD, 이우형PD, 양정우PD 등이 꼽힌다. 그리고 '김태호 사단'하면 '무한도전' 당시의 제영재PD, 그의 제작사 'TEO'에 합류한 정종연PD, 이태경PD와 최근 '지구마불 세계여행' 연출자로 올라선 김훈범PD 등이 있다.

SBS에서는 '런닝맨'을 꾸렸던 연출자들이 사단으로 존재한다. 이들은 '런닝맨'으로 예능PD로서의 날개를 펴기 시작하면서 지금은 자체 제작사에 있거나 채널을 옮기면서 연출작을 늘려가고 있다. 그리고 이들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이름이 존재한다. 바로 '국민MC' 유재석이다.

최근 '런닝맨' 출신 PD들과 유재석과의 콜라보가 늘고 있다. 주로 '런닝맨'을 벗어나는 PD들이 새로운 형식의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 '전가의 보도'처럼 유재석을 섭외해 안정성을 기하려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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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작은 조효진PD였다. 2010년부터 2014년 '런닝맨'을 연출하면서 유재석과 인연을 맺은 조효진PD는 SBS를 나와 컴퍼니상상이라는 제작사를 차린 이후 선보인 첫 프로그램 넷플릭스 '범인은 바로 너!'에 유재석을 발탁했다. 이후 디즈니플러스로 플랫폼을 옮겨 선보인 '더 존:버텨야 산다' 시리즈에서도 유재석을 섭외했다. 각종 게임이 난무하는 야외 예능을 선호하는 조효진PD의 성향상 즉흥적인 상황에 강하고 버라이어티 진행 경험이 많은 유재석의 존재는 필수 불가결했다.

정철민PD도 있다. 2017년부터 2020년까지 '런닝맨'을 연출한 정철민PD는 2018년 SBS의 '미추리 8-1000'에서 유재석을 캐스팅했고, 2020년 tvN으로 이적한 이후 연출한 '식스센스' 시리즈에도 유재석부터 시작했다. 이 인연은 2022년 tvN '스킵'으로 이어진 후 최근 방송된 '아파트 404'까지 이어지고 있다.

정철민PD는 공간과 관련한 서사를 좋아한다. 그 공간에서 나오는 의미와 재미를 오랜 준비와 고증을 거쳐 구현하는 일을 좋아한다. 이는 '미추리' 시리즈 때부터 알려졌던 기호였고, '식스센스' '아파트 404'를 통해 더욱 구체화됐다. 그 역시 야외 버라이어티를 선호하는 이상 이 분야에서 '런닝맨'부터 알고 지내던 유재석의 기용은 필수적이었다.

최근에는 최보필PD가 유재석을 '보필'하고 나섰다. 최PD는 2020년부터 2022년까지 '런닝맨'을 연출했으며 지난해 '수학 없는 수학여행'을 만든 후 지난달 23일 방송을 시작한 '틈만나면,'을 통해 시청자와 만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8부작으로 유재석과 유연석이 MC를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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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역시 '런닝맨'에서 배운 야외 버라이어티의 DNA를 가지고 있는 연출자다. '수학 없는 수학여행'은 젊은 출연자들의 '우당탕탕' 여행기를 다뤘고, '틈만나면,'은 사연을 받아 그 사연자의 장소로 게임을 통해 선물을 주는 로드 버라이어티 형식의 프로그램이다.

물론 그 성과에 있어 업다운이 있겠지만 이러한 '런닝맨 사단'의 유재석 사랑은 어떠한 결과를 이끌고 있을까. 일단 조효진PD의 포그램은 추리 예능 '범인은 바로 너!'에서 가능성을 보였지만, '더 존:버텨야 산다'는 갈수록 콘셉트와 내용에 있어 세계관 구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결국 권유리를 두고 이광수를 덱스와 김동현으로 교체해 시즌 3를 준비 중이다.

정철민PD의 '아파트 404'는 닐슨 코리아 유료가구 기준으로 2~3%의 박스권에 갇혀있다. '틈만나면,'도 비슷하다. 일단 3% 후반대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평일 심야시간을 내준 편성에 비하면 아직 양에 차지 않는 성과다. 예능계 '원톱MC' 유재석을 썼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더욱 아쉽다.

더욱 문제인 것은 이렇게 '런닝맨 사단'과 유재석의 협업이 늘어날수록 시청자들은 더욱 더 비슷한 형태의 예능 양산을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크게 '런닝맨'의 게임 틀을 이어간 '더 존:버텨야 산다'에 이어, '아파트 404'는 '미추리' 시리즈를 아파트로 옮겨놓은 기시감을 보인다. 게다가 나름 훌륭하게 짜놓은 서사 안에서 '런닝맨'을 연상시키는 게임을 할 때는 자연스럽게 집중력이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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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만나면,' 역시 유재석 이전의 프로그램이 떠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초반 유연석과 앙숙 호흡으로 토크를 할 때는 자연스럽게 tvN '유퀴즈 온 더 블럭' 조세호와의 호흡이 보인다. 그리고 사연자를 찾아가 게임을 할 때는 '놀면 뭐하니?'나 '런닝맨'의 모습이 보인다. 이러한 프로그램 역시 현재 방송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유재석이라는 요소를 갖고 계속 반복, 복사, 재생산하는 이미지와 구성들이 이어지는 셈이다.

자연스럽게 이러한 행태는 한 예능인의 이미지 소진과 프로그램의 차별화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유재석은 스스로 가장 혁신적인 프로그램을 바라고 있다고 하지만, 그런 선택이 이어질수록 친한 사람들과 만드는 일종의 '고리'에 스스로 갇히게 되는 것이다. 다른 프로그램에서 또 다른 프로그램이 떠오르는 것은 유재석에게나 연출자에게도 좋지 않은 징조다.

'런닝맨 사단'에 영광이 있으려면, 일단 유재석과의 발전적 이별을 고안해보는 것은 어떨까. 유재석 스스로도 예능가의 더딘 세대교체를 원하지 않는다. '런닝맨 사단'에게는 야외 버라이어티에 중점을 둔 여러 아이디어가 있다. 새로운 얼굴과 함께 새로운 얼굴을 시험하는 것. 우리가 더 이상 비슷비슷한 예능을 보지 않을 수 있게 하는 방법이자, '런닝맨 사단' 연출자들에게 바라는 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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