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달리’ 지창욱-신혜선, 유오성 반대란 '고사리 장마' 이겨낼까? [김재동의 나무와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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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7 17:51
‘삼달리’ 지창욱-신혜선, 유오성 반대란 '고사리 장마' 이겨낼까? [김재동의 나무와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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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김재동 객원기자] 1986년 조용필(지창욱 분)·조삼달(신혜선 분) 탄생. 같은 동네 짝꿍 엄마인 두 미자(부미자·고미자) 배에서 한 날, 한 시(조삼달 5분 먼저)에 나왔다 해서 삼신할미가 맺어준 ‘천생 짝꿍’ 인증.
2002년 용필모 부미자(정유미 분) 물질하다 사망.
2005년 조삼달·조용필·차은우(배명진 분)·왕경태(이재원 분) 서울행. 비행기표 못산 부상도(강영석 분)만 잔류.
2009년 왕경태 제주 복귀.
2011년 차은우 제주 복귀.
2015년 조용필 제주 복귀 및 조삼달 미국행.
2023년 조삼달 세자매 제주 복귀.
이상은 JTBC 토일드라마 ‘웰컴투 삼달리’의 간략 연표다. 연표를 따로 정리해본 이유는 조삼달 가족에 대한 용필부 조상태(유오성 분)의 적의가 점점 구체화 되면서 ‘천생 짝꿍’ 조용필-조삼달의 결별 사연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24일 방영된 8화에선 조상태에게 애원하는 삼달의 모습이 구체적으로 회상됐다. “아저씨 안돼요. 아저씨 싫어요. 저 못해요. 아저씨!” 통사정 하는 삼달을 “삼달아, 나도 안돼. 나가 널, 널 어떵 보고 살아. 삼달아! 이 가슴에 이 한을 품고 널 나가 어떵 보나?”며 조상태는 거부한다. “저 용필이 없으면 안돼요. 아저씨!” 다시 매달리는 삼달을 조상태는 “나도 내 아들 없으면 안돼!” 뿌리치고, 그 완고한 표정에 주눅 든 삼달은 잡은 손을 스르르 놓치고 만다.
그렇게 8년 전 조삼달은 조용필과의 추억이 담긴 물건들을 모두 정리하고 미국으로 떠났다. 삼달이 떠난 그 2015년에 용필도 서울살이를 접고 제주로 귀향한다.
조상태가 말한 ‘삼달을 볼 수 없는 한(恨)’은 도대체 무엇일까? 아무래도 용필 모 부미자와 연관된 듯 보인다. 같은 회에서 조용필은 혼자 깡술을 마시는 아버지 조상태에게 묻는다. “아부지, 근데 아직도 그렇게 미워?” 조상태는 단답으로 대꾸한다. “어!”
문제는 2002년 당시 회상을 봐도 삼달이 특별히 부미자의 죽음과 연관된 듯한 정황은 보이지 않는다는 점. 엄마의 사고소식을 들은 용필이 학교를 뛰쳐 현장으로 내닫고 삼달은 그런 용필을 걱정하며 울며불며 뒤를 쫓았을 뿐이다.
다만 그 무렵에 대한 용필의 회상은 어떤 단초를 주는 듯하다. 부미자가 들어가 잠근 방문 앞에서 조용필은 세상 서럽게 울었었다. “엄마, 엄마, 잠깐만 문 좀 열어봐!” 용필의 대성통곡이 이어지도록 조상태는 부엌에서 울 듯 말 듯 뭉개진 표정으로 술을 마시고 있었다. 문간엔 열린 채 팽개쳐진 트렁크와 용필의 것들로 보이는 옷가지들이 널부러져 있었다.
부미자 생전이니 용필은 많아야 고1. 부미자가 그렇게 어린 용필을 내쫓으려는 뉘앙스가 전해지는 회상씬이다. 조상태는 말리지도 못하고 속상한 채 술이나 마시는 그런 분위기. 해석대로라면 어린 용필은 무슨 잘못을 저질렀고 그 잘못에 삼달은 어떤 연관이 있었던 걸까?
부미자의 시신을 수습한 현장에서도 이채로운 모습이 보인다. 해녀복 차림으로 주저앉은 고미자는 시신 근처에도 가지 못한 채 저만치서 통곡만 한다. 자타공인 삼달리 절친이자 짝꿍였던, 그래서 가족 못지 않았던 그녀의 그런 모습은 무언가 지은 죄가 있는 듯한 회한의 모습으로 읽힌다.
그렇다고 부미자의 죽음에 고미자가 연관 있어 조상태가 그 딸인 삼달을 볼 수 없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삼달의 아버지 조판식(서현철 분)은 삼달이 조상태와 마주친 사실을 고미자를 통해 들은 후 “삼달이 아주 내려올 줄 알았으면 이사를 했을 것.”이라 말함으로써 이웃 조상태의 미움의 대상이 삼달임을 명확히 했다.
2002년에 부미자가 사망했다. 그리고 조상태는 2015년 무렵에 삼달을 용필로부터 떼어냈다. 이 시간적 괴리마저 의문이긴 하지만 어쨌든 조상태에게 삼달은 용납할 수 없는 존재인 모양이다.
그리고 그 사연은 삼달네와 용필네 외에는 아는 이도 없는 모양이다. 아니라면 철모르던 독수리 오형제야 그렇다치고 말전주가 특기이자 취미인 해녀 사단이 조용필-조삼달 스캔들을 박수치며 지켜보지는 않았을 테니까.
어쨌거나 조상태의 개입으로 삼달은 용필과 헤어져야 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한 번도 서로를 놓아본 적이 없다. 용필은 “너 아직 삼달이 못잊었냐? 아니면 싹 다 잊고 그냥 친구인 거냐?” 묻는 부상도에게 말했다. “나는 조삼달 못잊은거 아냐. 안잊은거야. 나 삼달이 한번도 잊어볼려고 해본 적 없어.”
용팔을 잊으려 애썼던 조삼달도 마찬가지다. 밀어를 속삭였던 핸드폰 번호를 삭제하고 데이터도 지웠다. 사진도 버렸다. 태평양도 건넜다. 하지만 다정한 연인 보면 생각나고 우연히 들른 한식당에서 조용필의 ‘꿈’이 흘러나오면 자리를 박차야 했다. 인내하기엔 가슴이 너무 저려서다.
귀국해서도 어느 전철역, 누군가 뿌린 향수 냄새가 코 끝을 스쳤을 때 삼달은 주저앉아 눈물을 떨궈야 했다. 용필의 체취가 너무나 그리워서. 그 그리움이 너무 아프게 가슴을 베어와서. 삼달 역시 완전히 놓아버렸다고 우겼지만 사실은 용필이 그런 것처럼 온 마음을 다해 용필을 붙잡고 있었던 것이다.
2002년 바다가 부미자를 삼켰을 때는 고사리 장마가 찾아왔었다. 그리고 2023년 다시 고사리장마가 찾아왔을 때 삼달의 어멍 고미자는 심장을 부여안고 바다에 잠겼다.
살아서는 닿을 수 없는 부미자에 대한 고미자의 그리움. 그래서 ‘두 미자 이야기’는 그렇게 끝나고 말 것인가? 삼달과 용필은 고사리 장마처럼 들이닥친 조상태의 반대를 무릅쓰고 로맨스를 회복할 수 있을까? 그리고 조상태는 되물릴 수 없어 평생을 안고 가려던 한을 다독일 수 있을까? ‘웰컴투 삼달리’의 다음 챕터가 궁금하다.
“너도 미워해야지게. 니 어멍이 왜 죽어시니?” 9회 예고편 조상태의 한마디에 비춰 화해의 결말까진 아직 길이 먼 느낌이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