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묘' 천만 이끈 35년차 배우 최민식, 어떻게 MZ들의 스타됐나[스타in 포커스]

'파묘' 천만 이끈 35년차 배우 최민식, 어떻게 MZ들의 스타됐나[스타in 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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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묘' 천만 이끈 35년차 배우 최민식, 어떻게 MZ들의 스타됐나[스타in 포커스]



'명량' 이어 '파묘'로 10년 만에 두 번째 천만作 만나
'쉬리'→'올드보이'·'금자씨'…韓영화 르네상스의 주역
한동안 흥행 주춤…디즈니+ '카지노'로 화려한 재기
무대인사 '할꾸'·'목도리 미담'…MZ 관객 마음 움직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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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쇼박스 인스타그램)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최민식 선배님이 무대인사 때마다 매번 ‘이 맛에 영화하는 것 같다’고 말씀하신다. 영화 찍는 것도 좋지만, 관객과 만나 호흡하며 오랜만에 극장이 사람이 꽉 차 많은 사랑을 받으니 너무너무 좋아하시더라.”(장재현 감독)

영화 ‘파묘’(감독 장재현)가 마침내 개봉 32일째 천만 고지를 밟았다. ‘파묘’는 개봉 32일째인 24일 오전 8시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기준 1000만 1642명을 기록했다. 이는 ‘서울의 봄’(33일)보다 하루 빠른 성취다. 역대 천만 영화 32번째이며, 한국영화 기준으로 23번째 천만 작품으로 이름을 올렸다. 오컬트 장르가 국내에서 천만 관객을 돌파한 것도 최초다. 특히 극장에서 비수기로 불리는 2월에 개봉해 천만을 넘은 작품은 ‘태극기 휘날리며’ 이후 ‘파묘’가 처음이다. 배급사 쇼박스에는 ‘택시운전사’(2017) 이후 7년 만에 만난 6번째 천만 영화다.

‘명량’ 이어 ‘파묘’로…최민식 2000만 배우 등극

‘파묘’에서 풍수사 상덕 역을 연기한 배우 최민식은 이번 작품을 통해 1761만 역대 최고 흥행작인 ‘명량’(2014)에 이어 10년 만에 두 번째 천만 타이틀을 갖게 됐다. 특별출연까지 포함하면 세 번째다. 최민식은 2004년 개봉한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에서 인민군 대좌 역으로 특별출연한 경력이 있다. 공교롭게도, 특별출연을 시작으로 ‘명량’, ‘파묘’까지 그의 연기 인생 35년간 천만 영화가 10년의 주기로 세 번 찾아왔다.

최민식은 데뷔 35주년이 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연기 슬럼프나 비수기를 겪은 적이 없다. 그는 1989년 드라마 ‘야망의 세월’로 데뷔해 90년대에 영화 ‘넘버3’, ‘쉬리’, ‘해피엔드’, ‘파이란’ 등에서 걸출한 연기로 한국 영화의 부흥을 주도했다. 90년대 후반 한석규와 함께 충무로를 이끄는 쌍끌이 톱스타였다. 최민식은 2002년 임권택 감독의 ‘취화선’으로 칸 영화제 레드카펫을 처음 밟았다. 바로 이듬해 2003년 개봉한 박찬욱 감독의 영화 ‘올드보이’가 칸 국제영화제에 초청돼 극찬을 받으면서 최민식은 세계가 주목하는 배우로 우뚝 선다. ‘올드보이’는 당시 한국 영화 최초로 칸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했다. 2003년을 한국 영화의 르네상스로 이끈 주역이었다. 이후에도 최민식은 장르와 비중, 배역을 가리지 않고 좋은 영화 ‘친절한 금자씨’를 비롯해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의 전성시대’, ‘신세계’, ‘명량’, ‘천문’,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등 꾸준히 영화들에 출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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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흥행 주춤했지만…‘카지노’로 2막 전성기 돌입

그의 선택이 늘 상업적 흥행으로 이어진 건 아니었다. 2014년 첫 천만 영화 ‘명량’이 역대 최고 스코어를 기록한 뒤 선보인 작품들은 좋은 평가에도 불구하고 한동안 저조한 관객 수를 기록해 아쉬움을 자아냈다. ‘파묘’ 직전에 선보인 2022년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는 코로나 시기와 맞물려 53만 명을 동원하는데 그쳤다.

그럼에도 최민식은 끊임없이 도전을 감행했다. 그 대표적인 분수령이 지난 2022년, 2023년에 걸쳐 공개된 디즈니+ ‘카지노’ 시리즈다. 줄곧 영화에만 출연하던 그가 근 25년 만에 택한 첫 드라마에 첫 OTT물이었다. 최민식은 ‘카지노’에서 주인공 차무식의 일대기를 입체적으로 그려냈다. ‘카지노’가 2030 시청자들에게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면서, 최민식은 한물간 기성세대의 이미지를 완벽히 벗어던졌다. 청년층까지 포용 가능한 올 타임 대중 배우로서 2막의 전성기에 돌입한다.

그 포텐을 마침내 ‘파묘’에서 제대로 터뜨렸다. ‘파묘’가 개봉하기 전 ‘이미 정점을 찍은 최민식이 더 이상 경신할 인생 캐릭터가 있을까’ 의구심을 품었던 관객들은 ‘파묘’ 개봉 후 최민식의 연기를 보고 그 의심과 걱정을 완벽히 지워버렸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장르성이 강한 오컬트와 역사적 코드가 결합했을 때 이를 연기하는 배우들이 실감나게 표현하지 못하면 어우러지지 못하고 튀어버리는데, 최민식을 비롯해 유해진, 김고은, 이도현 등 배우들이 뛰어난 연기력으로 극의 몰입을 견인했다”며 “특히 최민식이 든든히 중심을 잡고 이끈 배우들의 앙상블이 제대로 빛났다”고 평했다.

천만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건 입소문과 생명력이다. 최민식은 ‘파묘’의 생명력이 계속해서 이어질 수 있게 홍보, 마케팅 요소에서도 뛰어난 활약을 보여준 일등공신이었다. 예능 출연, 무대인사 팬서비스 등 통상적으로 이루어지는 영화 홍보는 팬덤이 크고 나이대가 어린 젊은 배우들의 몫으로 여겨졌다. 최민식은 대선배의 권위를 내려놓고 유해진, 김고은, 이도현 등 후배 배우들과 동등한 위치에서 적극적으로 영화 홍보에 힘썼다. ‘배우라면 영화에 관객들이 보내준 성원과 사랑을 보답할 줄 알아야 한다’는 가치를 후배들에게 끊임없이 알리고, 본인이 몸소 실천하며 극진한 무대인사 팬서비스를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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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묘’로 터뜨린 포텐…MZ 마음 움직인 진심의 홍보

최민식은 76회에 걸쳐 진행한 ‘파묘’의 무대인사를 전부 소화했다. 앞서 천만 관객을 돌파한 ‘서울의 봄’ 정우성이 무대인사 232회를 개근했던 것처럼 말이다. 극장가 입소문의 힘에 작품의 완성도 못지 않게 배우들의 애티튜드와 적극성이 중요하다는 것을 ‘서울의 봄’ 정우성에 이어 최민식이 또 한 번 입증했다.

최민식은 ‘파묘’ 무대인사에서 팬들이 선물해준 동물 인형 머리띠부터 귤모자, 과자 가방 등 액세서리들을 빠짐없이 착용하는 모습으로 주목받았다. 대배우 최민식이 팬더 머리띠와 귤모자, 리본 고양이 머리띠 등을 쓴 모습을 두고 ‘식바오’(최민식+푸바오), ‘민식귤’(최민식+귤)이란 별명도 생겨났다. 무대인사에 온 최민식을 선물들로 꾸며준다는 뜻의 ‘할꾸’(할아버지 꾸미기), ‘최꾸’(최민식 꾸미기)란 유행어도 탄생했다. 그의 농담 한마디 한마디도 화제였다. 최민식은 장르 특성상 영화를 다 보고 긴장했을 관객들을 풀어주기 위해 후배 강동원, 한소희, 차은우가 무대인사에 왔다는 유쾌한 ‘뻥’ 레이스로 많은 이들에게 웃음을 안겼다.

한 팬이 직접 떠서 선물한 목도리를 현장에 항상 착용하고 등장하는 모습이 뭉클함을 선사하기도 했다. 봄 날씨에도 최근까지 분홍색 목도리를 칭칭 목에 두르고 땀을 뻘뻘 흘리며 무대인사를 돌고 GV에 나타났다. 최민식은 “날이 많이 풀렸다. 어떤 팬분이 직접 목도리를 떠 주셨다. 그래서 쪄죽어도 하고 있다”며 “여러분들께서 주신 은혜가 축복이다. 주말 소중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하다”는 진심 어린 인사를 건넸다.

‘파묘’에서 LA 집안의 차남 ‘박지용’을 연기한 배우 김재철은 그런 최민식의 태도를 보고 배우로서의 마음가짐을 다잡았다고 털어놨다. 김재철은 “언젠가 나도 연륜을 쌓아 무게감있는 배우가 된다면 선배님처럼 행동하고 싶다. 작품을 넘어 무대인사에서까지 그런 것들을 배우게 될 줄 몰랐다”고 존경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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