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무허가 촬영, 결국 해외 억류까지 불렀다[스경X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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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01:00
반복되는 무허가 촬영, 결국 해외 억류까지 불렀다[스경X이슈]
인도네시아 발리 현지 무허가 촬영 때문에 제작진과 출연진이 억류상태에 놓인 여행 예능 ‘내맘대로 패키지 시즌 2:픽미트립 인 발리’ 관련 이미지. 사진 픽미트립 SNS 캡쳐
넷플릭스 예능 ‘솔로지옥 3’ 포스터. 사진 넷플릭스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피라미드 게임’ 포스터. 사진 티빙
tvN 드라마 ‘무인도의 디바’ 포스터. 사진 tvN
KBS Joy 편성이 유력했던 여행 예능 ‘내맘대로 패키지 시즌 2:픽미트립 인 발리’(이하 픽미트립 인 발리)가 대한민국 방송사의 흑역사에 또 한 줄을 추가하게 됐다. 최근 이뤄진 인도네시아 발리 현지 촬영에서 현지 당국의 허가를 얻지 못해 적발됐고, 출연자와 제작진 모두가 억류된 것이다.
‘픽미트립 인 발리’에 출연 중인 주요 출연자의 소속사 관계자들은 26일 입을 모아 현지에서의 억류상황을 전했다. 더불어 KBS Joy는 편성에 대해 한발 물러났고, 제작사는 홍보채널을 찾지 못해 일선작가가 현지 상황을 전하는 다급한 상황이 이어졌다.
이런 무허가 촬영에 대한 물의가 일어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하지만 경각심은 좀처럼 일어나지 않았고, 결국 해이한 태도가 해외 촬영으로 이어져 제작진과 출연자들이 피해를 보는 상황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최근 지상파, 케이블, 종합편성채널에 더해 OTT 콘텐츠까지 늘어나면서 방송가 전반의 분위기로 확산하고 있다. 또한 잘못된 선례도 이어지는 중이다.
지난해 6월 넷플릭스의 예능 ‘솔로지옥 3’는 인천의 한 무인도에서 세트장을 무단으로 지었다가 논란이 되자 사과했다. ‘솔로지옥’은 첫 시즌과 두 번째 시즌 인천 옹진군의 사승봉도에서 촬영을 진행했다. 당시에는 지방자치단체와 섬의 소유주와 협의해 촬영했으나 세 번째 시즌에는 무단으로 10개 남짓의 가건물을 지은 것이다.
결국 제작진은 “촬영 준비과정에서 제작사와 지방자치단체 측과 사전에 논의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절차상 미흡한 부분이 있었는지 확인하고, 미흡한 부분을 검토해 보완하겠다”고 전했다.
지난해 9월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피라미드 게임’의 제작진이 학교 앞 스쿨존에서 등교시간에 인도를 가로막고 촬영을 했다는 글이 온라인에 올라왔고, 제작진은 곧바로 사과했다.
지난해 11월 tvN 드라마 ‘무인도의 디바’ 제작진은 사전에 허가 없이 제주의 한 해변에서 촬영을 한 것으로 물의가 됐다. 또한 현장에 소품으로 쓴 돌무더기를 방치한 사실도 알려져 비판을 받았다.
이 밖에도 서울 용산구 인근, 경기도 파주시 인근, 인천시 영종도 인근 등 인적이 드문 도로들 역시 촬영의 배경으로 많이 쓰이는데 이중에서는 허가를 받지 않은 사례도 종종 발견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촬영들은 사실 법적제재에 대한 기준이 모호한 탓에 덕을 본다. 도로에서의 촬영은 도로교통법 위반의 소지가 있어 경찰의 협조를 구해야 한다. 하지만 인도나 육교 등의 보행로는 법적조항이 없다. 지방자치단체 등에 허가를 받도ㅗㄱ 규정하고 있지만 위반할 때 처벌한 근거도 마땅치 않다.
위반이 있다면 현장에서 민원이 올 경우 구청 직원이 현장에 가 계도를 하는 정도다. 복잡하고 어려운 상황을 모면할 길이 많기에 국내에서 무허가 촬영이 이어지고, 이것이 관성이 될 경우 해외에도 이어지는 것이다.
최근 방송콘텐츠의 해외 촬영이 늘고 촬영장비의 소형화가 진행되며 이러한 무허가 촬영의 유혹에 빠지는 사례가 더욱 빈번하다. 방송사 자체적으로 이러한 상황에 대한 매뉴얼을 정립하고, 제작진의 경각심이 더욱 필요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