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이선균, 얼마나 좋은 배우 떠나보냈는지" '행복의 나라'가 그린 10.26 정치재판[종합]
0
1705
07.22 17:00
"故이선균, 얼마나 좋은 배우 떠나보냈는지" '행복의 나라'가 그린 10.26 정치재판[종합]
[스포티비뉴스=유은비 기자] "이 영화를 보게 되면 얼마나 좋은 배우를 떠나보냈는지 아실 수 있을 것이다"
역사상 최악의 정치 재판을 고(故) 이선균의 묵직함과 진중함, 조정석의 폭발적인 연기로 그려낸 '행복의 나라'가 찾아온다.
영화 '행복의 나라' 제작발표회가 22일 서울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렸다. 이날 현장에는 배우 조정석, 유재명, 전배수, 송영규, 최원영과 추창민 감독이 참석해 작품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행복의 나라'는 1979년 10월 26일, 상관의 명령에 의해 대통령 암살 사건에 연루된 '박태주'와 그의 변호를 맡으며 대한민국 최악의 정치 재판에 뛰어든 변호사 '정인후'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추창민 감독은 '행복의 나라'를 연출하게 된 이유에 대해 "10·26이나 12·12사건은 많은 분들이 잘 알고 있는 사건인데 그사이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해서는 많은 분들이 잊고 계신다고 생각한다. 그 사이 재판과 벌어진 일을 찾아봤을 때 흥미로워서 영화적으로 재구성해보면 어떨까 싶었다"라고 답했다.
조정석은 정당한 재판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혼신의 힘을 다 하는 변호사 '정인후'로 분했다. 그는 '행복의 나라'에 참여하게 된 이유에 대해 "10·26 사건에 대해서는 너무나 잘 알고 있는데 그사이 몰랐던 새로운 인물에 대한 이야기가 되게 흥미로웠다. 역사적인 공부도 됐었고 그분을 변호하는 변호하는 정인후 역을 맡았는데 변호해보고 싶은 욕망이 치솟았다. 그런 이유에서 이 이야기에 꼭 참여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던 것 같다"라고 밝혔다.
조정석은 정인후 캐릭터를 "법정 개싸움에 아주 능한 친구인데 어찌하다가 박태주의 변호사를 맡게 되고 조금씩 잘못되어가는 재판에 분노해서 심리가 변하는 인물"이라 소개하며 "영화에서 유일하게 정인후라는 인물이 가공의 인물이다. 정인후가 갖고 있는 심리 변화도 중요했지만 제 3자의 입장에서 상황 변화를 보여줄 수 있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
그는 연기하면서 마음의 변화를 다스리는 것에 가장 어려움을 겪었다며 "너무나 화가 치밀어오르는 순간에도 적절하게 상황에 맞게끔 해야 한다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라고 설명했다.
밀실에서 재판을 도청하며 결과를 좌지우지하는 거대 권력의 중심 합수부장 '전상두'는 유재명이 분했다. 유재명은 "연기를 시작하고 나름대로 많은 작품을 했는데 이 작품을 읽을 때는 묘한 기분이 들었다"라며 "어떤 연기를 할 것인가 궁금증도 생기고 모습이 어슴푸레하게 생기고 목소리도 들리는 것 같고 잔상이 남았다. 작품을 하는 내내 행복하고 뜻깊은 보람을 느끼게 해준 작품"이라고 참여 계기를 밝혔다.
M자 머리에 깔끔하게 깎은 수염까지, 파격적인 외형으로 돌아온 유재명은 "면도한 상태로 4개월 정도 살았는데 집에 있는 사람도 많이 놀라더라. 모자도 많이 쓰고 다녔다"라며 "현장 가면 스태프들도 놀라더라. 집에 스틸을 하나 걸어놨는데 집에 오시는 분들 많이 힘들어하고 스태프들도 많이 놀라더라"라고 말했다. 전배수 역시 유재명의 변신에 대해 "현장에서 유재명을 보고 이 영화 제대로 흘러가겠구나 믿음이 생겼다"라며 노력을 칭찬했다
지난 12월 개봉한 영화 '서울의 봄'에서는 같은 인물을 모티브한 황정민의 전두광 캐릭터가 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이러한 점이 부담이 되지 않냐는 물음에 유재명은 "우리 영화 속 내가 맡은 인물은 그 시대 개인의 행복, 가족, 동료들과 함께 아름다운 삶을 살고 싶은 마음을 무참하게 짓밟은 국가 폭력을 상징하는 인물"이라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는 "결이 다르기도 하고 '서울의 봄'과 다른 영화적 상상력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 자신하며 "각자 영화 매력이 있기 때문에 따로 염두에 두고 생각하진 않았다. 우리 영화만의 매력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했고 서울의 봄은 멋진 배우 감독님들이 그 영화의 매력을 찾기 위해 노력했기 때문에 우리 영화도 같이 잘 됐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봄' 속 황정민의 연기에 대해 "무시무시하고 어마어마한 에너지와 폭발적인 카리스마 리더쉽이 있었다"라고 칭찬하며 "내가 했던 전소장 역은 중간에서 줄타기하는 사람이다. 개인의 연기나 작품 결을 헤치지 않으면서 표현하기 위해 애를 썼다. 폭력적이면서 폭력적이지 않고 드러나면서도 드러나지 않는 경계에서 작품이 잘 보이게 노력했다"라고 차별점을 밝혔다.
부한명 역을 맡은 전배수는 "대통령 암살사건에 연루된 인물을 변호하는 역할. 변호인단의 분위기 메이커 역할"이라고 설명하며 "시나리오 다 읽고 난 다음 가슴이 먹먹해졌다며 그리고 또 캐스팅을 보니까 조정석, 이선균, 유재명이 하는데 안 할 이유가 없었다. 변호인단 케미스트리가 너무 좋아서 촬영 내내 먹먹함은 잠시 잊고 촬영했다"라고 말했다.
송영규는 "초등학교 때 겪었던 실제 사건이다. 근데 이제 그 나이대가 돼서 가장으로서 동료로서 지식인으로서 이걸 표현하고 경험할 수 있다는 게 흥분됐고, 감독님 좋은 배우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마다할 수가 없었던 작품이었다"라고 선택 계기를 밝혔다.
최원영은 "해당 사건에 대해 직접적인 경험은 하지 못했으나, 잘 알지 못하는 부분을 놓치고 아픔을 알 수 있는 계기가 될 작품이 되지 않을까. 묵직한 메시지가 끌림이 있었다. 이런 작품에 참여한다면 개인적으로 꽤 영광스러운 작품이 되겠다고 생각했다"라며 작품 선택 계기를 말했다.
고 이선균은 '행복의 나라'에서 상관의 지시로 대통령 암살 사건에 연루되어 재판을 받는 정보부장 수행비서관 '박태주' 역을 맡았다.
추창민 감독은 이선균이 맡은 박태주 캐릭터에 대해 "극 중 인물 박태주는 박흥주라는 인물을 어느 정도 가공해서 만든 인물인데 이분을 조사해봤을 때 좌우 진영을 나누지 않고 인간적인, 군인적인 칭찬이 자자했던 분"이라고 설명하며 "이런 분이 역사 속에 휘말렸을 때 어떤 행동을 취했으며 그걸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를 이선균과 가장 많이 의논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제일 처음 이선균과 작업을 하게 되면서 왜 이 작품을 선택했는지 물었다. 그랬더니 선균 씨가 조정석 때문이라고 조정석이란 배우가 좋은 배우 같아서 같이 하면서 배우고 싶다고 말씀하셨다"라며 "이렇게 좋은 배우도 호기심과 열망이 있고 배우는 자세로 연기하는구나라는 생각에 많은 걸 배웠다"라고 덧붙였다.
이 얘기를 듣고 눈시울을 붉힌 조정석은 "너무 정이 많은 사람이다. 그래서 촬영하면서 단 한 번도 즐겁지 않은 순간이 없었고 내가 또 장난기도 많고 하니까 장난도 치고 하면 다 받아주는 형. 너무너무 좋은 형이셨다"라며 "하지만, 촬영장에서는 그 누구보다도 집념이 대단하셨고 그래서 연기하는 순간에는 굉장히 뜨거웠고 종료되는 순간은 굉장히 따뜻했던 형님으로 기억하고 지금도 보고 싶다"라고 그리움을 드러냈다.
유재명 역시 "선균이와 한 살 차이인데 항상 나를 놀렸다. 내가 성격이 활달하거나 세련된 옷을 입거나 그러지 못해서 동생이지만 형처럼 해줬다. 추억이 많다. 한 살 한 살 먹으면서 좋은 추억을 갖고 사는 게 얼마나 소중한지 느끼는 요즘인데 선균이만 생각하면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좋은 친구이자 동료였다. 지금도 보고 싶다"라고 애정을 밝혔다.
전배수는 "'킹 메이커'에 이어 함께했는데 늘 한결같았다. 처음에 같이 있으면 무심한 듯하면서도 디테일하게 소외된 친구들 챙기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드러내지 않는 모습에 늘 감동을 받았던 동생이고 보고 싶다"라며 그리워했다.
송영규는 "친하지 않았는데도 한 번 더 형이랑 연기 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해줬다. 연기도 너무 좋고 생일까지도 챙겨주는 친구였다. 보고싶은 친구"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최원영 역시 고 이선균에 "참 따뜻한 사람이었다"라고 추억하며 "촬영장에서 꽤 긴 시간 분장을 받고 걸어 나가는 뒷모습이나 같이 연기하는 모습을 보면 연기를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이 문득문득 들었다. 밝고 따뜻하게 즐겁게 함께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고 좋았던 기억이다. 보고 싶다"라고 말했다.
조정석은 '행복의 나라' 속 이선균의 연기에 대해 "내가 생각할 때는 정말 많은 변신을 해오셨던 것 같은데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이선균 배우의 묵직함, 진중함, 그런 모습을 보실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분장 하고 테스트 촬영할 때부터 느껴져서 정말 그 시대에 살았던 인물처럼 보이는 순간도 있었다. 아무리 친하고 좋아하는 형이어도 연기할 때 그 눈빛이나 모습에서 박흥주 대령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추창민 감독 역시 "다른 건 자신 있게 말할 수 없지만 '행복의 나라'를 보면 얼마나 좋은 배우를 우리가 떠나보냈는지는 아실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행복의 나라'는 오는 8월 14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