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거짓말을 시켰다. 그리고 했다"…'피겨' 이해인, 성추행의 진실
0
772
08.09 19:00
[단독] "거짓말을 시켰다. 그리고 했다"…'피겨' 이해인, 성추행의 진실
이해인(20)이 물었다. 2024년 6월 21일 대화다.
"아니... 지금 혼란스러워서 그러는데" (이해인)
하루아침에 성추행범으로 몰렸다. 상대는 미성년자 피겨선수 C군(17).
이해인이 다시 물었다.
"그때 그 (키스)마크, 너가 해달라고 하지 않았어? 내가 안된다고 했는데 계속해달라고 괜찮다고 그랬잖아?" (이해인)
C선수가 답했다. 동문서답에 가까웠다.
"어... 근데... 나 믿어주는 거 맞지?" (C선수)
이해인은 "나한테 혹시 미안해?"라고 질문했다. C선수는 주춤했다.
"엄... 그전에 혹시 하나만 물어볼게.... 나 배신 안 하는 거 맞아?" (C선수)
배신? 어떤 배신일까? 아니, 누가 배신일까? 그보다, 누가 (배신을) 시켰을까?
◆ 성추행범이 됐다
그날 (6월 21일), 빙상연맹은 이해인의 행위를 '성추행'으로 결론냈다. 이어, 자격정지 3년의 징계를 내렸다. (해당 징계에는 전훈 기간 음주 행위도 포함됐다.)
빙상연맹이 성추행이라 판단한 결정적 배경은 무엇일까? 스포츠공정위원회는 "물리적 신체 접촉을 가해 상대방에게 성적 수치심을 안겼다"며 징계 사유를 밝혔다.
이해인이 "내가 그렇게 (강제로) 했다고?"라고 따진 이유도, 바로 그것. C선수의 진술이 없었다면, 성추행은 성립될 수 없는 사안이었다. 그도 그럴 게, 둘은 연인 사이였다.
다시, 6월 21일 대화다.
이해인 : 지금 너는 그 일이 성추행으로 끝났으면 좋겠어?
C선수 : 아니....
이해인 : 저렇게 기사가 났는데도 내가 좋아?
C선수 : 배신 안 하고 믿어주면 안 떠나
이해인 : 배신 안 해. 그저 성추행이 아니었다고 바로잡고 싶을 뿐.
C선수 : 그럼 다시 항의해서 내가 도와줄 거 있으면 말해줘.
이해인 : 으응. 고마워.
◆ 피겨는 끝났다
이해인 선수의 피겨 인생은, (거의) 끝났다. 피겨 전성기 연령을 고려할 때, 자격정지 3년은 사형선고나 다름없다. 이해인의 나이는, 올해로 20살이다.
"우리 딸은... 스케이트화를 벗을 생각을 하고 있어요. 저도 그래요. 더 이상 싸울 힘도 없고요. 하지만..." (이해인父)
이해인의 부친은, 꼭 한 가지만은 바로잡고 싶다고 말했다. 다름 아닌, '성추행'이라는 꼬리표다.
"이제 겨우 스무 살입니다. 피겨가 인생의 전부였지만, 인생이 무너지진 않겠죠. 그런데 우리 딸이 성추행범이래요. 그렇게 살 수는 없잖아요. 바로잡고 싶습니다." (이해인父)
'디스패치'가 이해인과 C 선수의 대화를 입수했다. 서로의 애칭은 '여보'. 그러다, 들켰다. 그러자, 거짓말을 했다. 정확히 말하면, 거짓말을 시켰다.
◆ 둘은, 서로 사랑했다
예를 들어, 6월 8일.
C선수 : 진짜로 세상에서 제일 사랑해 해인아♥♥
이해인 : 오늘 하루도 속상한 일도 있었을 텐데 수고 많았어. 내가 정말 많이 사랑해.
이해인과 C선수는 5월 15일, 이태리로 전지훈련을 떠났다. '키스마크' 사건은 5월 23일 일어났다. 빙상연맹은 6월 3일과 5일, 진상 조사를 했다.
두 사람은 (빙상연매) 1차 조사 이후에도, 사랑의 대화를 이어갔다. 과연, 성추행범과 성추행 피해자의 대화일까?
C선수 : 해인아 내가 이런 말 하면 안 되지만 *** 사랑해. 진심이야.
이해인 : 나 사랑해 줘서 고마워어. 평생 내꺼 해줘어.
◆ 그 사랑은 단단했다
사실, 이해인과 C선수의 6월은 힘들었다. 우선 이해인은 이태리 전지훈련 당시 (유영 선수와) 술을 마신 일로 조사를 받았다. 이어 '키스마크'에 대해 다시 불려갔다.
C선수 역시 마찬가지. '키스마크' 진상 조사에 출석했다. C선수는 '왜 여자 숙소에 들어갔는지', '이해인과 어떤 사이인지', '(목에) 키스마크가 남았는지' 등을 진술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더 단단해졌다.
C선수 : 고마워.. 진짜로.. 나 믿어줘서. 꼭 자기가 나를 믿는 게 헛되지 않도록 꼭 다 복수하고 자기 행복하게 해줄게
이해인 : 흐으.. 이런 사랑 너에게서 받는 거 과분한 거 같으면서도 너가 이렇게 나 사랑해 주니까 너무 행복하다
C선수 : 나도 진짜 항상 고마워. 남들이 욕할 때 당당하게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될게요.
◆ 그 말을 믿었다
이해인은, 적어도 성추행범의 멍에는 벗어던질 줄 알았다.
"다 복수하고 자기 행복하게 해줄게", "남들이 욕할 때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될게요" (C선수)
이해인을 성추행범으로 몰고 간 사람들, 이해인을 성추행범이라 욕하는 사람들, 그들에 대한 복수와 부인이라 생각했다.
"자기가 내가 최고의 여자친구라고, 나 같은 여자친구 없다고 해줘서 너무 기쁘고 감동이었어요. 부디 목요일날 우리 둘 다 무사히 경고만 받고 마무리되길... 제발요." (이해인, 6월 17일 일기 발췌)
그러나, 이해인은 자격정지 3년을 받았다. C선수는 견책으로 마무리됐다. 이해인은 가해자, C선수는 피해자로 인식된 것.
◆ 올댓스포츠의 훈수
이해인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소속사는 '올댓스포츠'. 이해인은 "회사에서 하라는 대로 말했을 뿐인데..."라며 말을 이어갔다.
"소속사에서 연맹 조사에 대비해 답안을 줬습니다. 'C 선수와 연인 관계라는 것을 밝히지 말라'고 했어요." (이해인)
이해인에 따르면, 올댓스포츠는 '키스마크'가 생긴 이유에 대한 답안도 제시했다.
"보드게임을 하던 중에 (벌칙으로) C 선수의 목을 가볍게 문 것으로 하자고 했습니다. 전 그대로 말했고요." (이해인)
C 선수는 모범답안을 그대로 읊었을까? 그는 '살'을 덧붙였다. "놀라서 방을 나왔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빙상연맹 관계자는 8일, '디스패치'에 "이해인과 C선수의 진술이 마지막에 엇갈렸다. C선수는 '(키스마크 이후에) 놀라서 방을 나갔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두 사람 모두 연인 사이를 밝히지 않았습니다. 그 상황에서 C선수가 놀라서 나갔다고 하니 피해자로 인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피해자 말을 우선적으로 반영했고요." (빙상연맹)
◆ C선수의 거짓 진술
이해인 : 혹시 공정위에서 진술할 때, 목에 키스마크 이후에 놀라서 뛰쳐나갔다고 한 적 있어?
C 선수 : 아니? 그런 적 없는데. 그냥 놀라서 뛰쳐나갔다고 한 적 전혀 없어. 그냥 나왔다고만 했지.
이해인 : 나왔다고 했다고? 그 후에 우리 그냥 같이 놀았다고 안 하고?
C 선수 : 어. 나는 다들 그렇게 얘기하라 하셔서.
이해인 : 아... 그래서 내가 그렇게 된 거구나..
C 선수 : 으으..미안...
이해인 : 나는 너 끝까지 지켜주려고... 했는데...
C 선수 : 하... 나는 그때 이런 생각 하지 못했어... 이걸로 잘못될 줄은 몰랐어.
이해인은 "아... 그래서 내가 이렇게 됐구나"라고 (뒤늦게) 파악했다. C 선수 역시 "이걸로 잘못된 줄 몰랐다"며 (뒤늦게) 이해했다.
◆ 이해인이 바란 건, 진실
이해인과 C 선수의 진술은 '엇박'이 났다. 이미 자격정지 3년이 떨어진 상황. 이해인은 C 선수가 입장문을 통해 사건을 바로잡아주길 바랐다.
다음은, 6월 25일 나눈 대화다.
이해인 : 그런데 자기 쪽(변호사)에서 나랑 사귄 적 없다고 말했다는데?
C 선수 : 엥? 우리는 사귄 게 맞으니까 그걸 부정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그리고 마크에 대해서는 사귀는 사이였으니까 그냥 장난치다 깨문 거라고 얘기했으면 좋겠다고 그렇게 변호사님께 말씀드렸어.
C 선수는 이미, "그렇게 말했다"고 답했다. 단, 부모님과 변호사가 원치 않는다는 변명을 덧붙였다.
"그렇게 말씀드리긴 했어. 근데 그렇게 하시는 거 원하지 않는다고 하셨어. 사귀는 거는 맞고 도와주는데 목 그거를 그렇게 말하면 진짜 키스마크가 되고, 자기(이해인) 징계 더 늘어날 수도 있고, 그렇게는 좀 싫으시대" (C 선수)
이미 키스마크가 있는데, 진짜 키스마크가 된다? 이미 최대치를 받았는데, 징계가 더 늘어난다? (스포츠공정위원회 징계 규정에 따르면, 경미한 성추행은 1년 이상 3년 이하 자격정지에 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