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요즘 넷플릭스를 구독해도 볼만한 작품이 없는 이유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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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7 17:51
[특집] 요즘 넷플릭스를 구독해도 볼만한 작품이 없는 이유는 무엇인가
창작의 자유 보장, 무분별한 할리우드 모델 이식의 폐해이미지 원본보기
글로벌 OTT와 <오징어 게임>으로 전성기를 누린 K드라마의 명성은 벌써 내리막을 걷고 있는 것일까. 넷플릭스가 1년 중 가장 힘을 준 라인업을 선보이는 12월 공개된 <스위트홈> <경성크리처>는 제작비 대비 실망스런 성적표를 받았다. 오히려 이들보다 훨씬 적은 예산으로 제작된 <마스크걸> <사냥개들>이 넷플릭스가 집계한 누적 시청 시간에서 선전한 것은 물론 평단의 반응도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 최근 국내외에서 큰 인기를 모은 드라마를 제작한 A씨는 “예전에는 어떤 작품이 오픈되면 관계자들이 몰려가서 보던 분위기가 있었는데 지금은 완전히 사라졌다. 다들 콘텐츠 자체에 시큰둥한 것 같다”며 최근의 업계 풍경을 전했다. 특히 다수가 지적한 문제점은 완성도보다는 표현 수위에 치중한 작품들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최근 <살인자ㅇ난감>은 일부 장면이 필요 이상으로 자극적으로 연출됐다는 비판에 휩싸였다. 글로벌 OTT에서 다수의 오리지널 드라마를 제작한 B씨는 “TV드라마에서 불가능한 소재와 수위가 가능하다는 매체의 특성을 오용하는 창작자들이 있다”고 쓴소리를 했다. “일시적으로야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끌 수도 있겠지만 입소문이 중요한 시대에 오히려 반감을 일으켜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을 새겨야 한다.”(B씨) 천만영화를 제작한 C씨는 “세계시장에서 한국 작품이 ‘자극성’으로 브랜드화되는 느낌을 받는데 무척 위험한 신호다”라는 의견을 조심스럽게 전했다. “실적을 위해서인지 플레이어들이 점점 더 자극적인 작품을 픽업하고 있다. 한국은 고부가가치로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 자극만 추구하다가는 인건비가 더 싼 국가에게 결국 밀리게 될 것이다.” (C씨)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넷플릭스의 한국 진출 초창기에 강조됐던 ‘창작의 자유’가 오히려 발목을 잡은 게 아니냐고 지적한다. 감독과 작가, 제작사와 플랫폼이 서로 의견을 주고받고 서로를 견제하며 적절한 퀄리티 컨트롤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창작자의 의견을 전면 존중하면서 아쉬운 결과물이 나올 때까지 이를 지적할 목소리가 충분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다양한 채널과 플랫폼에서 성공작을 내놓은 드라마 제작자 D씨는 “넷플릭스를 포함한 글로벌 OTT는 퀄리티 컨트롤 경험이나 경력이 풍부한 곳이 아니”라고 먼저 운을 뗐다. “다양한 시청층과 취향을 가진 구독자를 대상으로 하기에 TV채널에서는 수요가 없는 아이템을 선보일 수 있다는 게 그들의 강점이었다. 그런데 특수 시청층을 공략하는 작품들이 우후죽순으로 나오다 보니 헛발질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다만 퀄리티 컨트롤은 이전 콘텐츠 산업에서도 늘 논쟁의 쟁점이었다. 창작자에 대한 존중이냐, 집단창작과 견제의 이점을 취하느냐가 OTT만의 특수한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다. 투자배급사 출신의 드라마 제작자 E씨는 “퀄리티 컨트롤이 창작자의 권한을 침해한다고 치부할 게 아니라 투자사와 플랫폼, 제작사, 그리고 창작자 각자 잘하는 일을 하면서 시너지효과를 내는 쪽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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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는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는 12~15편 정도다. 이 라인업에 포함되기 위해 넷플릭스의 선택을 기다리는 작품은 수천편이다. 때문에 피드백과 결정이 늦어지는 구조가 유행이 빨리 바뀌는 콘텐츠 시장에 뒤처지는 현상을 낳았다고 보는 시각도 있었다. 영화 및 드라마 성공작을 다수 내놓은 제작자 F씨는 일의 효율성을 지적했다. “감독부터 배우까지 패키징을 다 해놓아도 2~3달 후에 답을 주겠다고 한다. 업계 관행상 이 정도면 2~3주 안에 답이 오고 그래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심지어 패키징이 덜 됐어도 대본 피드백은 한달이면 오는데 넷플릭스는 속도가 너무 느리다.” 한편 A씨는 “많은 오리지널 시리즈를 영화감독이 연출하고 있는” 것을 주된 원인으로 꼽았다. “감독의 입김이 센 영화계의 특성이 OTT에서도 적용된다고 체감했다. 실제로 드라마 출신 PD에 비해 영화감독과 함께 작품을 할 때 컨트롤이 잘 안된다고 느꼈다.” 다수의 영화 및 드라마 제작 경험이 있는 G씨 역시 유명 감독, 유명 작가, 유명 배우를 선호하는 OTT의 특성이, 사공이 많아 배가 산으로 가는 결과를 낳았다고 본다. “각자가 원하는 그림이 전부 다른데도 모두를 너무 존중한다. 지난 하반기에 나온 작품들이 이름값에 비해 전체 밸런스가 무너진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
최근 OTT 플랫폼의 오리지널 시리즈에서 발견되는 산재된 문제점의 원인을 하나로 규정할 순 없다. 하지만 글로벌 OTT가 한국 진출을 할 때 로컬 실정을 고려하지 않고 할리우드의 모델을 그대로 적용시킨 점이 지금의 한계를 낳았다는 분석은 특기할 만하다. 투자배급사 출신 제작자 I씨는 “미국 시장은 한 시즌으로 끝나는 리미티드 시리즈에 그리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반면 한국은 리미티드 시리즈가 많다”는 차이를 설명한다. “미국에서는 어떤 시리즈가 성공해서 하나의 브랜드가 된 이후 시즌제를 통해 가치를 인정받아 돈을 받는 구조다. 한국은 이같은 제작 방식이 익숙지 않은데 제작비와 연동된 프로덕션 피(fee)를 주는 할리우드의 구조를 그대로 가져오니 충돌이 생긴다. 또 미국은 공동작가 시스템하에서 시즌제 드라마 대본을 만들지만 한국은 개인 작가에 기댄다. 시즌제 드라마에 대한 보상이 분명하지 않다.” 이같은 상황에서 이미 제작비에 연동된 프로덕션 피를 먼저 받고 일에 착수하는 창작자는 더 좋은 작품을 만들어야 하는 유인이 사라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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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건은 시청 데이터를 기반으로 결과를 분석하고 다음 사업을 준비해야 하는 OTT 플랫폼들이 택할 다음 행보다. <스위트홈> 시즌2와 <경성크리처>는 기대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지난해 미국 넷플릭스에서 가장 많이 시청된 드라마는 <슈츠>였다. 새로운 오리지널 시리즈에 투자하지 않고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구작을 사들이는 게 훨씬 가성비 좋은 전략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버린 넷플릭스는 앞으로 어떤 작품에 돈을 댈 것인가. OTT 플랫폼에서 수년간 일했던 J씨는 “소규모 예산을 들여도 작품이 잘될 때가 있다. 지금 OTT는 가성비 있는 기획들, 콘텐츠 투자의 황금 비율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LG유플러스의 스튜디오X+U가 선보인 <밤이 되었습니다> <하이쿠키>는 등하교 혹은 출퇴근 시간에 볼 수 있게끔 제작된 미드폼 드라마다. 고예산 드라마는 아니지만 신선한 배우 조합, 컨셉추얼한 스토리 등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들은 업계 후발 주자로서 플랫폼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넷플릭스에 시간차를 두고 공개하는 전략을 취했는데, 넷플릭스 입장에서도 직접 오리지널 시리즈를 제작한 것처럼 새로운 라이브러리를 채울 수 있는 선택이었다. 최근 넷플릭스에서 투자가 확정된 작품들은 <오징어 게임> 시즌2를 제외하면 대체로 로맨스나 학원물처럼 체급을 낮춘 작품들이 더 많다. 사실 콘텐츠 투자를 줄이는 것은 전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하다. <오징어 게임> 이후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의 성패를 학습한 OTT 플랫폼들이 택한 전략에 ‘규모’는 빠졌을지언정 ‘내실’이 간과되지 않았기를 바란다.
글로벌 OTT와 <오징어 게임>으로 전성기를 누린 K드라마의 명성은 벌써 내리막을 걷고 있는 것일까. 넷플릭스가 1년 중 가장 힘을 준 라인업을 선보이는 12월 공개된 <스위트홈> <경성크리처>는 제작비 대비 실망스런 성적표를 받았다. 오히려 이들보다 훨씬 적은 예산으로 제작된 <마스크걸> <사냥개들>이 넷플릭스가 집계한 누적 시청 시간에서 선전한 것은 물론 평단의 반응도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 최근 국내외에서 큰 인기를 모은 드라마를 제작한 A씨는 “예전에는 어떤 작품이 오픈되면 관계자들이 몰려가서 보던 분위기가 있었는데 지금은 완전히 사라졌다. 다들 콘텐츠 자체에 시큰둥한 것 같다”며 최근의 업계 풍경을 전했다. 특히 다수가 지적한 문제점은 완성도보다는 표현 수위에 치중한 작품들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최근 <살인자ㅇ난감>은 일부 장면이 필요 이상으로 자극적으로 연출됐다는 비판에 휩싸였다. 글로벌 OTT에서 다수의 오리지널 드라마를 제작한 B씨는 “TV드라마에서 불가능한 소재와 수위가 가능하다는 매체의 특성을 오용하는 창작자들이 있다”고 쓴소리를 했다. “일시적으로야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끌 수도 있겠지만 입소문이 중요한 시대에 오히려 반감을 일으켜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을 새겨야 한다.”(B씨) 천만영화를 제작한 C씨는 “세계시장에서 한국 작품이 ‘자극성’으로 브랜드화되는 느낌을 받는데 무척 위험한 신호다”라는 의견을 조심스럽게 전했다. “실적을 위해서인지 플레이어들이 점점 더 자극적인 작품을 픽업하고 있다. 한국은 고부가가치로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 자극만 추구하다가는 인건비가 더 싼 국가에게 결국 밀리게 될 것이다.” (C씨)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넷플릭스의 한국 진출 초창기에 강조됐던 ‘창작의 자유’가 오히려 발목을 잡은 게 아니냐고 지적한다. 감독과 작가, 제작사와 플랫폼이 서로 의견을 주고받고 서로를 견제하며 적절한 퀄리티 컨트롤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창작자의 의견을 전면 존중하면서 아쉬운 결과물이 나올 때까지 이를 지적할 목소리가 충분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다양한 채널과 플랫폼에서 성공작을 내놓은 드라마 제작자 D씨는 “넷플릭스를 포함한 글로벌 OTT는 퀄리티 컨트롤 경험이나 경력이 풍부한 곳이 아니”라고 먼저 운을 뗐다. “다양한 시청층과 취향을 가진 구독자를 대상으로 하기에 TV채널에서는 수요가 없는 아이템을 선보일 수 있다는 게 그들의 강점이었다. 그런데 특수 시청층을 공략하는 작품들이 우후죽순으로 나오다 보니 헛발질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다만 퀄리티 컨트롤은 이전 콘텐츠 산업에서도 늘 논쟁의 쟁점이었다. 창작자에 대한 존중이냐, 집단창작과 견제의 이점을 취하느냐가 OTT만의 특수한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다. 투자배급사 출신의 드라마 제작자 E씨는 “퀄리티 컨트롤이 창작자의 권한을 침해한다고 치부할 게 아니라 투자사와 플랫폼, 제작사, 그리고 창작자 각자 잘하는 일을 하면서 시너지효과를 내는 쪽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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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는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는 12~15편 정도다. 이 라인업에 포함되기 위해 넷플릭스의 선택을 기다리는 작품은 수천편이다. 때문에 피드백과 결정이 늦어지는 구조가 유행이 빨리 바뀌는 콘텐츠 시장에 뒤처지는 현상을 낳았다고 보는 시각도 있었다. 영화 및 드라마 성공작을 다수 내놓은 제작자 F씨는 일의 효율성을 지적했다. “감독부터 배우까지 패키징을 다 해놓아도 2~3달 후에 답을 주겠다고 한다. 업계 관행상 이 정도면 2~3주 안에 답이 오고 그래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심지어 패키징이 덜 됐어도 대본 피드백은 한달이면 오는데 넷플릭스는 속도가 너무 느리다.” 한편 A씨는 “많은 오리지널 시리즈를 영화감독이 연출하고 있는” 것을 주된 원인으로 꼽았다. “감독의 입김이 센 영화계의 특성이 OTT에서도 적용된다고 체감했다. 실제로 드라마 출신 PD에 비해 영화감독과 함께 작품을 할 때 컨트롤이 잘 안된다고 느꼈다.” 다수의 영화 및 드라마 제작 경험이 있는 G씨 역시 유명 감독, 유명 작가, 유명 배우를 선호하는 OTT의 특성이, 사공이 많아 배가 산으로 가는 결과를 낳았다고 본다. “각자가 원하는 그림이 전부 다른데도 모두를 너무 존중한다. 지난 하반기에 나온 작품들이 이름값에 비해 전체 밸런스가 무너진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
최근 OTT 플랫폼의 오리지널 시리즈에서 발견되는 산재된 문제점의 원인을 하나로 규정할 순 없다. 하지만 글로벌 OTT가 한국 진출을 할 때 로컬 실정을 고려하지 않고 할리우드의 모델을 그대로 적용시킨 점이 지금의 한계를 낳았다는 분석은 특기할 만하다. 투자배급사 출신 제작자 I씨는 “미국 시장은 한 시즌으로 끝나는 리미티드 시리즈에 그리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반면 한국은 리미티드 시리즈가 많다”는 차이를 설명한다. “미국에서는 어떤 시리즈가 성공해서 하나의 브랜드가 된 이후 시즌제를 통해 가치를 인정받아 돈을 받는 구조다. 한국은 이같은 제작 방식이 익숙지 않은데 제작비와 연동된 프로덕션 피(fee)를 주는 할리우드의 구조를 그대로 가져오니 충돌이 생긴다. 또 미국은 공동작가 시스템하에서 시즌제 드라마 대본을 만들지만 한국은 개인 작가에 기댄다. 시즌제 드라마에 대한 보상이 분명하지 않다.” 이같은 상황에서 이미 제작비에 연동된 프로덕션 피를 먼저 받고 일에 착수하는 창작자는 더 좋은 작품을 만들어야 하는 유인이 사라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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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건은 시청 데이터를 기반으로 결과를 분석하고 다음 사업을 준비해야 하는 OTT 플랫폼들이 택할 다음 행보다. <스위트홈> 시즌2와 <경성크리처>는 기대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지난해 미국 넷플릭스에서 가장 많이 시청된 드라마는 <슈츠>였다. 새로운 오리지널 시리즈에 투자하지 않고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구작을 사들이는 게 훨씬 가성비 좋은 전략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버린 넷플릭스는 앞으로 어떤 작품에 돈을 댈 것인가. OTT 플랫폼에서 수년간 일했던 J씨는 “소규모 예산을 들여도 작품이 잘될 때가 있다. 지금 OTT는 가성비 있는 기획들, 콘텐츠 투자의 황금 비율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LG유플러스의 스튜디오X+U가 선보인 <밤이 되었습니다> <하이쿠키>는 등하교 혹은 출퇴근 시간에 볼 수 있게끔 제작된 미드폼 드라마다. 고예산 드라마는 아니지만 신선한 배우 조합, 컨셉추얼한 스토리 등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들은 업계 후발 주자로서 플랫폼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넷플릭스에 시간차를 두고 공개하는 전략을 취했는데, 넷플릭스 입장에서도 직접 오리지널 시리즈를 제작한 것처럼 새로운 라이브러리를 채울 수 있는 선택이었다. 최근 넷플릭스에서 투자가 확정된 작품들은 <오징어 게임> 시즌2를 제외하면 대체로 로맨스나 학원물처럼 체급을 낮춘 작품들이 더 많다. 사실 콘텐츠 투자를 줄이는 것은 전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하다. <오징어 게임> 이후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의 성패를 학습한 OTT 플랫폼들이 택한 전략에 ‘규모’는 빠졌을지언정 ‘내실’이 간과되지 않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