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종 이방원' 촬영 중 말 사고, 동물 학대 맞다"..제작진에 벌금 1000만원 [종합]

"'태종 이방원' 촬영 중 말 사고, 동물 학대 맞다"..제작진에 벌금 1000만원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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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종 이방원' 촬영 중 말 사고, 동물 학대 맞다"..제작진에 벌금 1000만원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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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유나 기자] "말과 유사한 모형을 제작하거나 컴퓨터그래픽(CG)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었다"

지난 2022년 1월 방영된 KBS 1TV 드라마 '태종 이방원' 촬영 중 다리에 묶인 줄을 당겨 말을 강제로 쓰러트린 혐의를 받는 KBS PD와 무술감독, 승마팀장 등 제작진 3명에게 각각 1000만원, KBS에 대해서는 500만원의 벌금형이 선고됐다.

17일 서울남부지법 형사8단독 전범식 판사는 드라마 촬영 과정에서 낙마 장면 촬영을 위해 말 앞다리에 줄을 묶어 일부러 넘어지게 한 혐의를 받는 제작진과 KBS에 모두 벌금형을 내렸다.

이들 제작진은 2021년 11월 드라마 속 낙마 장면을 찍으려 말 앞다리에 로프를 묶은 뒤 내리막길로 말을 빠르게 달리게 해 일부러 넘어지게 하는 등 사육·훈육을 위한 것이 아님에도 도구를 사용하는 잔인한 방식으로 신체적 고통을 줘 학대한 혐의를 받는다.

법원은 "피해 말이 넘어지는 훈련을 받았다고 볼 증거가 없으며, 극 중 이성계 말의 대역으로 낙마 장면에 이용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은 낙마 장면 촬영 과정에서 말이 상해를 입게 될 것을 염두에 두는 행위로 보여 동물보호법이 규정하는 학대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스턴트맨이 낙마하거나 말 모형 제작, 컴퓨터 그래픽 이용 등 실제 말이 넘어지지 않고 낙마 장면을 촬영할 방법이 있는 걸로 보이나 표현의 사실성이 떨어지거나 제작 비용이 많이 든다는 사정으로 피고인들이 로프를 이용해 말을 넘어뜨리는 방법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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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피고인들의 범행 내용, 피해 말이 받았을 고통, 촬영 결과물이 방송된 이후 야기된 사회적 파장 등에 비춰보면 죄가 가볍지 않다"면서도 "피고인들이 기본적 사실관계를 인정하고 있고, 사건 이후 KBS가 주관해 동물 촬영에 관한 내용을 추가한 방송제작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시행하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당시 낙마 장면 연출에 동원됐던 말은 목이 꺾여 넘어진 닷새 후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작진들은 재판 과정에서 "로프로 묶은 것이 전기충격보다 안전하고 관행적인 촬영 방법이라 피해를 줄이려 최선을 다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전 판사는 "말과 유사한 모형을 제작하거나 컴퓨터그래픽(CG)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며 "표현의 사실성이 떨어지거나 제작 비용이 많이 든다는 사정으로는 회피하기 어렵다"고 했다.

재판 과정에서 무술감독 홍모(54)씨는 동물보호법 위반에 공모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 역시 인정하지 않았다. 전 판사는 "PD와 무술감독, 승마팀장이 모두 동물보호법 위반에 공모했다고 보는 것이 맞다"며 "피고인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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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보호법 10조 2항은 '동물의 사육ㆍ훈련 등을 위해 필요한 방식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도구를 사용하는 등 잔인한 방식으로 고통을 주거나 상해를 입히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앞서 2022년 1월 1일 KBS 1TV에 방영된 드라마 '태종 이방원' 7화에는 태조 이성계(김영철)가 말을 타고 가다 낙마(落馬)하는 장면이 나온다. 방송 직후 동물권 행동 '카라'는 "말의 발목에 와이어를 묶어 앞으로 넘어지게끔 유도한 모습이 포착됐다. 현재 말의 상태를 확인해야한다"고 제작진에 항의했다. 이후 KBS는 "사고 직후 말이 스스로 일어나 외견상 부상이 없다는 점을 확인한 후 돌려보냈지만, 최근 말의 상태를 걱정하는 시청자들의 우려가 커져 건강 상태를 다시 확인한 결과 촬영 후 1주일쯤 뒤 사망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이에 카라는 "확인한 결과, 방송에 쓰인 말은 '까미'라는 이름으로 퇴역한 경주마였다"며 "일평생을 인간의 오락을 위해 살아야 했고, 결국에는 고꾸라지며 쓰러져야 했던 까미. 이제는 까미와 같이 착취당하고 죽는 동물이 없기를, 어느 동물도 해를 입지 않는 사회로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방송 약 3주 만에 공식 사과문을 낸 KBS는 "책임을 통감한다"며 "해당 드라마를 결방하고 문제가 된 7화의 온라인 다시보기도 중단한다"고 밝혔다. 동물권 보호단체 '카라' '동물자유연대' 등은 "명백한 동물 학대 행위"라며 제작진을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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