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미팅이 끝나기전 세번이나 그를 모른다고 했다 [윈터미팅 결산]

그들은 미팅이 끝나기전 세번이나 그를 모른다고 했다 [윈터미팅 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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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미팅이 끝나기전 세번이나 그를 모른다고 했다 [윈터미팅 결산]


예수 그리스도는 유다의 배반을 예고한 뒤 첫번째 제자인 베드로에게 ‘닭이 울기 전에 너는 세번이나 나를 모른다고 할 것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결국 베드로는 이 예언대로 세번이나 그를 모른다고 한 뒤 참회의 눈물을 흘렸다.

7일(한국시간)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마무리된 2023 메이저리그 윈터미팅은 마치 이 성경 구절같은 모습이었다. FA 시장 최대어 오타니 쇼헤이를 둘러싼 혼란이 불러온 풍경이었다.

오타니에 대한 루머는 끊임없이 나왔지만, 미팅 기간 오타니는 팀을 결정하지 않았다.

17106755137968.jpg슈나이더 토론토 감독이 인터뷰 도중 오타니와 관련된 질문이 이어지자 웃음을 터트리고 있다. 사진(美 내슈빌)= 김재호 특파원
세간의 눈이 내슈빌에 쏠린 사이, 오타니는 각 구단을 직접 방문하며 구단들의 진심을 확인했다. 현장 방문이 확인된 팀들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토론토 블루제이스, LA다저스 등이 있다.

특히 토론토는 오타니의 스프링캠프 훈련지 방문에 맞춰 로스 앳킨스 단장과 존 슈나이더 감독이 인터뷰 일정까지 조정할 정도로 열의를 보였다.

팬들은 이에 맞서 항공기 추적 사이트를 동원, 오타니와 앳킨스 단장을 태운 전용기의 이동 경로를 추적하기도 했다.

이렇듯 이와 관련된 루머는 계속해서 쏟아졌지만, 현장을 찾은 각 팀 감독과 구단 관계자들은 자신들과 그의 연결 관계를 부인하느라 진땀을 뺐다.

특히 슈나이더 토론토 감독은 특히 곤욕을 치렀다. 오타니의 캠프 방문 소식이 전해지고 하루 뒤 인터뷰를 가진 그는 연이은 관련 질문에 “구단 내부의 일로 남겨두고싶다”며 말을 아꼈다.

오타니의 원소속팀 LA에인절스도 말을 아끼는 모습이었다. 론 워싱턴 신임 감독은 “어떤 것도 가방에서 새나가는 것을 원치 않기에 할 수 있는 말이 많지않다”는 말로 답변을 피했다.

오타니측이 ‘언론에 접촉 사실을 누설한 구단이 있을 경우 계약하지 않겠다’는 엄포를 놓으며 철저한 ‘신비주의’를 고수하며 결정을 미루는 가운데 구단들도 말을 아끼면서 윈터미팅은 이틀째까지 지루하게 흘러갔다.

취재진들이 서서히 이같은 분위기에 질려갈 때쯤, 호수에 돌을 던진 이가 등장했다. 데이브 로버츠 LA다저스 감독이었다.

그는 오타니의 유력 행선지로 꾸준히 거론되고 있는 팀다운 행보를 보여줬다. 당당히 다저스타디움에서 오타니와 만났다는 점을 밝혔다. 구단 홍보팀 직원은 물론이고 브랜든 곰스 단장까지 당황하게 만든 ‘돌발행동’이었다.

17106755152386.jpg브랜든 곰스 다저스 단장은 로버츠 감독의 돌발 발언에 놀랐다는 반응을 보였다. 사진(美 내슈빌)= 김재호 특파원
이같은 그의 행동에 구단과 소통 단절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그의 사이다같은 행보를 지지하는 여론이 더 강했다.

오타니의 모국인 일본 여론도 비슷했다. 윈터미팅에서 만난 한 일본 기자는 “팬들은 로버츠 감독이 그만큼 오타니를 좋아하고 있음을 드러냈다고 생각한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FA 최대어인 오타니가 움직이지 않으면서 시장 전체가 정체된 모습이었지만, 그 정체는 마지막 날에 풀렸다.

트레이드 시장 최대 관심사였던 후안 소토는 결국 뉴욕 양키스로 트레이드됐다. 샌디에이고는 결국 계약 연장이 힘들었던 소토를 포기하는 대가로 장기적으로 선발 로테이션에 기여할 복수의 선수들과 취약 포지션이었던 포수를 보강하는데 성공했다.

소토의 거취가 정해지면서 아직 별다른 소식이 없는 코디 벨린저, 케빈 키어마이어, 이정후 등 다른 FA 외야수들의 행보도 더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윈터미팅 현장에서 대형 계약을 연달아 터트리며 화제를 독점했던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는 이번 윈터미팅에서는 조용했다. 보라스의 고객인 블레이크 스넬, 벨린저, 이정후 등은 아직은 조용한 행보를 보였다.

소득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KBO리그 NC다이노스에서 20승 6패 평균자책점 2.00으로 활약하며 최동원상과 MVP를 수상한 에릭 페디가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2년 1500만 달러에 계약했다.

보라스는 페디의 한국 생활을 ‘리셋’이라 표현했다. “새로운 구종을 개발하며 역동적인 모습을 보였다. 여기에 건강도 회복했다. 다시 빅리그로 돌아와 다년 계약을 맺은 것은 아주 특별하고 중요한 일이다. 그의 빅리그 커리어를 다시 시작하는 것과 같다”며 페디의 이번 계약에 대해 말했다.

윈터미팅으로 달궈진 스토브리그의 열기는 연말까지 계속해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류현진의 경우도 지난 2019년 12월 윈터미팅에서 협상이 속도를 내기 시작하며 12월말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계약 합의로 이어졌다.

당장 1월초가 포스팅 마감인 야마모토 요시노부, 이정후 등 아시아 무대에서 성공을 발판삼아 빅리그 진출을 노리는 선수들의 이적 루머가 헤드라인을 장식할 것으로 예상된다.

메이저리그의 겨울은 이제 진짜 시작이다.

17106755160964.jpgMLB 윈터미팅이 열린 게이로드 오프리랜드 리조트 전경. 메이저리그의 겨울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사진(美 내슈빌)= 김재호 특파원
윈터미팅 기간(한국시간 4~7일) 공개된 주요 계약 및 트레이드 내용(굵은 글씨는 공식 발표)
애틀란타, 시애틀 매리너스에 우완 잭슨 코와, 콜 필립스 내주고 외야수 재러드 켈닉, 좌완 마르코 곤잘레스, 1루수 에반 화이트 영입

밀워키, 외야수 잭슨 추리오와 8년 8200만 달러 계약

밀워키, 좌완 웨이드 마일리와 1+1 계약

밀워키, 우완 조 로스와 계약

텍사스, 우완 커비 예이츠와 1년 계약

메츠, 내야수 호세 이글레시아스와 마이너 계약

탬파베이, 우완 크리스 데벤스키와 1+1 재계약

화이트삭스, 우완 에릭 페디와 2년 1500만 달러 계약

양키스, 보스턴에 우완 니콜라스 주디스, 그렉 와이서트, 리차드 핏츠 내주고 외야수 알렉스 버두고 영입

피츠버그, 추후지명선수 내주는 조건으로 애틀란타에서 좌완 마르코 곤잘레스 영입

에인절스, 우완 루이스 가르시아와 1년 425만 달러 계약

휴스턴, 포수 빅터 카라티니와 2년 1200만 달러 계약

휴스턴, 캔자스시티에 우완 카를로스 마테오 내주고 우완 딜런 콜맨 영입

메츠, 우완 마이클 톤킨과 1년 계약

볼티모어, 우완 크레이그 킴브렐과 1년 1300만 달러 계약

양키스, 샌디에이고에 우완 마이클 킹, 드류 소프, 조니 브리토, 좌완 랜디 바스케스, 포수 카일 히가시오카 내주고 외야수 후안 소토, 트렌트 그리샴 영입

에인절스, 외야수 윌리 칼훈 마이너리그 계약

에인절스, 우완 애덤 심버와 1년 165만 달러 계약

애리조나, 좌완 에두아르도 로드리게스와 4년 8000만 달러 계약

워싱턴, 외야수 닉 센젤과 1년 200만 달러 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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