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재 또 혹사, 투헬 감독 "사과했다" 고개 숙여…뮌헨 13년 만에 교체 '0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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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7 17:51
김민재 또 혹사, 투헬 감독 "사과했다" 고개 숙여…뮌헨 13년 만에 교체 '0명'
▲ 토마스 투헬 감독이 25일(이하 한국시간) 독일 쾰른 라인 에네르기 슈타디온에서 열린 '2023-24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12라운드 FC쾰른 원정길에서 교체를 하지 않은 것에 사과했다
▲ 김민재가 25일(이하 한국시간) 독일 쾰른 라인 에네르기 슈타디온에서 열린 '2023-24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12라운드 FC쾰른 원정길에서 충돌 후 쓰러져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AP
▲ 김민재가 25일(이하 한국시간) 독일 쾰른 라인 에네르기 슈타디온에서 열린 '2023-24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12라운드 FC쾰른 원정길에서 충돌 후 쓰러져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AP
[스포티비뉴스=박대성 기자] "보통 축구에선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선수들에게 사과했다." (토마스 투헬 바이에른 뮌헨 감독)
김민재(26)가 15경기 풀타임을 뛰었다. 혹사에 가까운 시즌을 뛰고 있지만 어떤 투정은 하지 않았다. "힘들다는 건 배부른 소리"라며 매 경기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이례적인 결단을 내린 토마스 투헬 감독은 선수단에게 사과를 했다.
바이에른 뮌헨은 25일(한국시간) 독일 쾰른 라인 에네르기 슈타디온에서 열린 '2023-24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12라운드에서 FC쾰른에 1-0으로 이겼다. 쾰른 원정길에서 승점 3점을 따낸 이들은 개막 후 한번도 패배하지 않으며 분데스리가 선두 경쟁을 달렸다. 바이에른 뮌헨은 쾰른전 승리로 승점 32점을 확보하며 분데스리가 1위에 올라왔다.
하지만 이날 경기에선 이례적인 일이 있었다. 감독들은 대부분 후반이 되면 교체 카드를 꺼내지만 투헬 감독은 쾰른전에 어떤 누구도 교체하지 않았다. 축구통계매체 '옵타'에 따르면, 바이에른 뮌헨이 교체 카드를 꺼내지 않은 건 2010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루이스 판 할 감독 시절 상파울리와 만났던 이들은 교체를 하지 않고, 선발 선수 11명으로 3-0 승리를 한 바 있다.
투헬 감독도 흔한 일이 아니라고 말했다. 경기 뒤에 인터뷰에서 "보통 축구에선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선수들에게 사과했다"라면서 "벤치 선수들을 믿지 않은 건 아니었다. 우리가 경기를 잘 지배하고 있었다. 해리 케인과 추포-모팅은 전방에서 훌륭한 경기력을 이어갔다. 그라운드에서 뛴 선수들은 마지막까지 승점 3점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토마스 뮐러, 마티스 텔, 하파엘 게레이루 투입을 생각했지만 상황이 빠듯했다. 리듬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라고 해명했다.
교체 카드를 쓰지 않은 바이에른 뮌헨은 주중 일정에 대거 로테이션을 할 가능성이 높다. 30일 덴마크 코펜하겐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A조 5차전 홈 경기를 치른다. 조별리그 4경기 동안 승점을 쓸어 담으면서 4연승을 확보, 챔피언스리그 녹아웃 스테이지 진출(16강)을 확정했다. 바이에른 뮌헨은 일찍이 조 1위에 오르면서 남은 두 경기에 큰 힘을 주지 않아도 된다.
특히 김민재에게 호재다. 김민재는 베이징 궈안을 떠나 튀르키예 팀 페네르바체에 온 이후 1년 단위로 팀을 바꿨다. 매 경기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이며 전 유럽 눈길을 사로 잡았다. 올해 여름 나폴리를 떠나 바이에른 뮌헨에 입단해 유럽 최고의 팀 중 하나에 몸 담았다.
여름 합류 당시엔 '혹사'보다 주전 경쟁에 초점이 쏠렸다. 우파메카노, 마티아스 더 리흐트와 경쟁 구도를 이어갈 거로 보였지만, 주전급 중앙 수비들이 번갈아 쓰러졌다. 더 리흐트는 최근 3부 리그 팀과 DFB 포칼 맞대결에서 부상을 당했다. 투헬 감독 입장에선 가장 건장한 김민재에게 모든 걸 맡길 수 밖에 없었다. 현재 김민재는 챔피언스리그, DFB포칼 등을 포함한 모든 경기에 뛰면서 공식전 15경기 풀타임 일정을 뛰고 있다.
대표팀도 오가고 있지만, 김민재에게 투정은 사치였다. 지난 10월 A매치에서 "못 뛰어서 힘든 것보다 많이 뛰어서 힘든 게 낫다. 지금은 모두 힘든 상황에서 경기를 뛰고 있다. 지난해에도 많은 경기를 소화했는데, 다치지 않으면서 컨디션 관리를 잘하는 게 중요할 것 같다"고 말했던 그는 11월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중국전을 앞둔 자리에서도 "당연히 힘들지만 굳이 힘들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모든 선수가 힘들다. 경기를 뛰거나 혹은 그렇지 않은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다들 고생하고 있는데 나만 힘들다고 하는 건 사치다. 다치지 않고 경기에 뛰는 건 정말 행운"이라고 말했다.
김민재는 의연한 모습을 보였지만, 독일 현지에선 걱정이다. 독일 '스포르트1'은 "김민재가 분데스리가와 챔피언스리그 등 굵직한 일정을 이어가고 있다. A매치 휴식기에도 대표팀에서 뛰느라 제대로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바이에른 뮌헨 중앙 수비는 3명 뿐인데 김민재만 유일하게 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라고 반응했다.
투헬 감독도 마찬가지였다. 11월 A매치 일정이 끝나고 마주한 쾰른전 기자회견에서 "김민재, 알폰소 데이비스는 이제 국가대표팀 일정을 끝내고 돌아왔다. 김민재는 지금 어디서 일어나는지 모를 것 같다. 체력적으로 힘든 시기다. 우리는 주말도 아닌 금요일에 원정 경기가 있다. 김민재, 알폰소 데이비스 체력은 이미 한계에 도달했거나, 한계를 넘었을 수도 있다. 물론 이같은 일정은 중계권 때문일 것이다. 변명이 될 순 없지만 매우 안타까운 일정이다. 선수들이 집에서 쉴 수 있도록 금요일 아침 짧은 이동을 선택했다"라고 토로했다.
걱정이 크지만 투헬 감독은 선택해야 했다. 쾰른 원정길에서 해리 케인을 최전방에 배치했고, 중원은 킹승리 코망, 에릭 추포-모팅, 르로이 사네, 레온 고레츠카와 요슈아 키미히를 배치했다. 포백은 누사이르 마즈라위, 김민재, 우파메카노, 콘라드 라이머였고, 골키퍼 장갑은 긴 부상에서 돌아온 마누엘 노이어가 꼈다. 김민재는 우파메카노와 짝을 이뤄 바이에른 뮌헨 포백을 지켰다.
쾰른은 다비 젤케가 전방에서 득점을 노렸다. 린턴 마이나, 플로리안 카인츠, 얀 딜레만이 뒤에서 화력 지원을 했고, 데연 류비치치, 에릭 마르텔이 허리에서 뛰었다. 수비는 리안 카보트, 루카 킬리안, 티모 후베르스, 라스무스 카르스텐센이었다. 골문은 마르빈 슈바페 골키퍼가 지켰다.
바이에른 뮌헨은 원정 부담을 이겨내고 초반부터 쾰른을 압박했다. 케인을 중심으로 쾰른을 흔들었는데 7분 만에 위협적인 슈팅을 시도했다. 케인의 슈팅으로 빠른 선제골을 노렸지만 쾰른 슈바베 골키퍼 선방이 더 매서웠다.
쾰른은 롱 볼을 섞어 바이에른 뮌헨 지역에 볼을 투입했다. 김민재는 쾰른 공격을 막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였다. 그런데 전반 14분 린턴과 큰 충돌이 있었다. 상대의 거친 파울로 그라운드 위에 떨어졌다. 한동안 누워 고통을 호소했다. 최근에 14경기 연속 풀타임을 뛰었기에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곧 자리에서 털고 일어나 자신의 포지션으로 돌아왔다.
바이에른 뮌헨은 철렁했던 순간을 뒤로하고 포효했다. 쾰른 볼을 빼앗아 빠르게 역습으로 전환했다. 쾰른 수비가 박스 안에 돌아오기 전에 공격을 끝내려고 했다. 사네 슈팅이 전반 초반부터 동물적인 선방쇼를 보였던 슈바베 골키퍼 손에 걸렸지만, 근처에서 쇄도하던 케인 발에 걸렸다. 사실상 빈 골대와 다름없는 상황에 만들어졌고, 케인이 침착하게 밀어 넣어 득점했다.
케인은 이날 득점으로 시즌 18호골과 분데스리가 잉글랜드 선수 한 시즌 최다골을 기록했다. 올해 여름 트로피를 위해 토트넘을 떠나 바이에른 뮌헨에 입단했는데, 바이에른 뮌헨 기대에 걸맞은 활약을 보여줬다. '별들의 전쟁'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까지 더하면 모든 경기 22골. 분데스리가에서 경기당 1골이 넘는 수치를 찍어내며 톱 클래스 득점력을 이어가게 됐다.
바이에른 뮌헨은 선제골 이후에도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케인을 중심으로 전방에서 위협적인 공격을 계속 이어갔다. 추포-모팅, 사네가 쾰른 골망을 두드리며 추가골에 총력을 다했다. 추포-모팅은 사네와 합작골을 시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두 선수 모두 영점이 제대로 맞지 않았고, 바이에른 뮌헨을 상대로 연이은 선방쇼를 보인 슈바베 골키퍼를 넘지 못했다.
바이에른 뮌헨의 일방적인 공격에도 쾰른은 흔들리지 않았다. 슈바베 골키퍼의 선방 덕분에 1실점에 그칠 수 있었다. 바이에른 뮌헨은 전반 종료 직전까지 슈팅을 날렸지만 슈바베 골키퍼 손끝을 넘지 못했다. 쾰른 입장에선 대량 실점 위기를 넘기고 후반전을 도모할 수 있었다.
후반전에도 양상은 비슷했다. 하지만 바이에른 뮌헨 에너지 레벨이 점점 떨어졌다. 김민재를 포함한 대부분 선수들이 A매치에 출전했기에 선발 라인업 피도로가 쌓였다. 이날엔 비까지 쏟아지면서 쾌적한 환경도 아니었다.
처지는 모습이 있었지만, 투헬 감독은 흐름을 그대로 이어가길 바랐다. 현재 분위기를 이어 선제골에 추가골까지 노리고 싶었다. 선두 경쟁 팀 바이엘 레버쿠젠이 무패로 이들을 위협하고 있었기에 고삐를 늦출 수 없었다.
밀고 당기는 접전이었다. 바이에른 뮌헨 템포가 떨어지는 건, 쾰른에게 기회였다. 쾰른은 교체를 가져가면서 그라운드에 변화를 줬다. 바이에른 뮌헨은 전방에서 케인, 마즈라위가 힘을 짜내 쾰른 골망을 조준했다. 후반 29분 케인이 마즈라위의 왼발 크로스를 헤더로 마무리하려고 했지만 빗나갔다.
바이에른 뮌헨은 전방에서 풀리지 않으면 측면에서 활로를 찾으려고 했다. 사네, 코망이 스피드를 살려 쾰른 지역에 파고 들었다.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었지만 득점으로 연결되진 못했다. 쾰른 슈바베 골키퍼는 위협적인 상황에 거미손 같은 선방쇼로 바이에른 뮌헨 고개를 떨구게 했다.
바이에른 뮌헨은 한 골을 더 추가해 달아나려는 의지가 컸다. 코너킥에서 고레츠카가 헤더를 시도했고, 코망까지 슈팅했다. 이번엔 골대를 맞고 튕겨 나와 아쉬움을 삼켰다. 김민재를 중심으로 시작한 후방 빌드업도 매끄럽게 되지 않아 쾰른에 기회를 주기도 했다.
쾰른은 추가 시간 3분이 시작되자 동점골에 집중했다. 하지만 쾰른 공격수도 힘든 순간이 왔고, 체력이 부침을 겪었다. 김민재와 우파메카노 중앙 수비 조합을 상대로 이렇다 할 영향력을 보이지 못했다. 바이에른 뮌헨은 추가 시간까지 잘 버티며 승점 3점을 가져왔다.
축구통계매체 '풋몹'에 따르면 김민재의 평점은 7.5점이었다. 측면에서 활발하게 바이에른 뮌헨 공격을 주도했던 코망이 8.3점을 받았고, 결승골을 넣은 케인은 8.0점, 고레츠카는 7.9점이었다. 김민재 중앙 수비 파트너 우파메카노는 평점 8점대를 보였다.
'후스코어드닷컴'에서 김민재 평점은 7.3점이었다. 선수들 중 8점을 넘은 이들은 없었다. 바이에른 뮌헨이 쾰른 원정길에서 이겼지만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이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케인은 7.5점이었고, 우파메카노와 사네가 7.7점이었다. 코망이 평점 7.9점으로 가장 높았다.
김민재는 쾰른전에서 패스 123회를 기록하면서 바이에른 뮌헨 내 최다 패스를 기록했다. 123회 중 대부분 패스를 성공하며 패스 성공률 95.1%를 기록했다. 드리블 성공 4회, 파이널 서드 지역 패스 3회, 롱 패스 성공 3회(100%), 클리어링 1회, 인터셉트 1회, 리커버리 4회, 지상 경합 성공 9회 등을 기록했다. 이 외에도 롱 패스 성공 4회, 차단 1회, 클리어링 2회, 인터셉트 3회, 리커버리 5회, 공중 경합 성공 2회 등을 기록하며 유럽 최고 레벨 중앙 수비라는 걸 또 입증했다.
결승골을 넣은 케인은 "쾰른전은 매우 중요한 경기였다. 경기력이 좋지 않았다고 생각되겠지만 우리는 매우 잘했다. 전반에 3골을 넣을 수 있는 장면들을 만들었다. 매우 중요한 승점 3점을 가져왔다. 우리는 쾰른전을 지배했다. 더 많은 득점 기회를 만들었고, 상대에게 쉽게 기회를 허용하지 않았다. 다득점을 할 수 있었지만, 그렇지 않았다고 신경쓰지 않는다. A매치 휴식기 이후 첫 경기에서 승리했다는 게 중요하다"며 승리에 만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