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은 안 되고 APBC는 된다? 이의리 발탁 논란…근본적 문제는 선수 향한 예의와 존중, 염치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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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7 17:51
AG은 안 되고 APBC는 된다? 이의리 발탁 논란…근본적 문제는 선수 향한 예의와 존중, 염치불고
선수 본인이 괜찮다고 하는데 아시안게임은 안 되고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은 되는 걸까. 항저우 아시안게임 교체 논란을 겪었던 KIA 타이거즈 투수 이의리가 APBC 대표팀에 결국 승선했다. 이번 이의리 발탁과 관련한 여론도 논란이 분분한 가운데 근본적인 문제는 선수를 향한 예의와 존중이다.
KBO는 10월 24일 11월 16일부터 19일까지 일본 도쿄돔에서 열리는 APBC 2023 대회 대표팀 최종 명단과 예비 명단을 공식 발표했다. APBC 대회는 만 24세 이하 혹은 입단 3년 차 이내 선수가 참가하는 국가대항전이다. 한국을 포함해 일본, 대만, 호주가 참가한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이끈 류중일 감독은 대표팀 연속성을 고려해 APBC 사령탑으로도 선임됐다.
APBC 대표팀 최종 엔트리와 관련해 가장 큰 관심을 받은 요소 가운데 하나는 이의리 발탁 여부였다. 2020 도쿄올림픽과 2023 WBC 대표팀에 발탁됐던 이의리는 충격적인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 교체 논란을 겪어야 했다. 교체 발표 당시 겉으로 표현하지 못했던 선수 개인이 받은 상처도 컸다.
이의리는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 소집일 하루 전날 외야수 윤동희와 자리를 바꿔 엔트리에서 교체됐다. 표면적인 교체 사유는 손가락 물집 부상이었다. 류중일 감독은 9월 23일 아시안게임 대표팀 소집일 기자회견에서 “손가락 물집 부상을 당한 이의리 선수가 80구 이상 공을 못 던지는 게 어렵다고 판단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의리는 곧바로 정규시즌 소속팀 선발 등판(9월 27일 NC전 7이닝 77구 무실점)을 문제없이 소화하면서 손가락 물집 여파가 없음을 증명했다. 이의리는 10월 들어선 3경기 등판 평균자책 2.25 20탈삼진으로 더 좋은 투구 결과를 선보였다.
이의리는 소속팀 포스트시즌 탈락으로 올 시즌을 마무리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APBC 대표팀 예비 엔트리에 포함됐던 이의리는 대표팀 최종 엔트리 발탁 가능성이 남아 있었다. 이의리는 아시안게임 대표팀 교체 논란을 겪었음에도 “앞으로도 대표팀에서 불러준다면 언제든지 나설 준비를 하겠다”라는 뜻을 밝혔다.
결국, 이의리를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 엔트리에서 교체했던 KBO 전력강화위원회가 이의리를 다시 APBC 대표팀에 발탁했다.
한 야구계 관계자는 “KBO 전력강화위원회가 정규시즌 막판 보여준 이의리의 투구에 높은 점수를 매겼다고 들었다. 이번 대표팀 예비 엔트리에 좌완 선발 자원이 부족한 편이라 이의리 발탁에 의견이 모아진 것으로 안다”라고 귀띔했다.
아시안게임 소집일 하루 직전 이의리 교체 논란이 APBC 대표팀 이의리 발탁 논란으로도 번지는 분위기다. 사실 APBC 대표팀에 이의리가 승선하는 건 전혀 문제가 없는 일이다. 국가대표팀은 선수들에게 꿈의 무대이자 모든 걸 쏟아 부어야 하는 곳이다. 앞선 아시안게임 교체 논란이 선수나 구단에 차출 거부 명분이 될 수는 없다.
다만, 근본적인 문제는 선수를 향한 예의와 존중이다. 이의리는 아시안게임 대표팀 교체 논란 당시 류중일 감독이나 KBO 전력강화위원회로부터 전혀 교체 배경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직접 듣지 못했다. 그저 구단을 통해 전해진 교체 통보가 끝이었다. 이는 자신들의 손으로 직접 뽑은 선수의 마음을 전혀 배려하지 않은 행동이다.
부상이 됐든 부진이 됐든 소집일 하루 직전 교체 명분에 대해 선수와 더 논의하거나 이해를 구하는 진정성 있는 태도가 필요했다. 하지만, 류중일 감독이 내세운 결과적으로 앞뒤가 안 맞게 된 ‘80구 투구 불가론’은 오히려 선수 마음에 더 깊은 생채기만 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은 분명한 성과지만, 엔트리 교체 논란도 명확히 비판받을 만한 지점이다.
야구계 일각에선 APBC 이의리 발탁 여부를 두고 ‘염치가 있으면 뽑겠나’라는 반응이 다수였다. 하지만, 류중일 감독과 KBO 전력강화위원회는 오히려 이번엔 소집 직전 손가락 물집 부상 여부를 실전 등판에서 확인할 수 없는 이의리를 또다시 택했다. 류중일 감독이 대표팀 명단 발표 전 이의리에게 따로 메시지를 전달했을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과연 류중일 감독은 이번 대표팀에서 이의리를 만나 어떤 말을 전할까. 정치계에서 흔히 나오는 ‘염치불고(廉恥不顧)’의 변을 뒤늦게라도 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