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 수 없는 것까지 다 보여줬다던 DB, 한 경기만에 더 최악으로
DB가 심상치 않게 흔들린다.
원주 DB 프로미는 지난 24일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24-2025 KCC 프로농구 정규리그 대구 한국가스공사 페가수스와의 1라운드 홈경기에서 62-92로 패했다.
개막전에서 서울 삼성 썬더스를 상대로 승리했던 DB는 이후 서울 SK 나이츠에게 패배, 그리고 한국가스공사에게 또 한 번 패하며 연패에 빠지게 됐다.
단순히 승패 결과만 보면 우승 후보로 꼽힌 DB라고 한들 1라운드 탐색전이기 때문에 가능한 결과일 수 있다.
그러나 경기 스코어를 들여다보고 경기 내용을 더 자세히 보면 결코 그렇지 않다.
DB는 SK 전에서 경기 종료 3분 47초가 남은 상황에 3점을 리드, 두 번의 작전시간을 요청했지만 연이은 턴오버로 끝내 역전패를 당했다. 쉽게 말해 다잡은 경기를 눈앞에서 놓쳤다.
한국가스공사 전을 앞두고 이 경기를 복기한 김주성 감독은 "SK 전은 볼 수 있는 것, 없는 것까지 다 보여준 경기였다. 최악의 경기를 했다고 생각한다. 선수들이 준비한 전술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뛰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DB는 안방으로 돌아와 단 한 경기만에 최악의 경기를 새로 썼다. 단순히 30점차로 패배했기 때문이 아니다. 경기가 진행되는 내내 좋지 못한 요소들이 군데군데서 터져나왔다.
가장 먼저 터져나왔던 건 주장 강상재의 부진이었다. 강상재는 이날 경기 전까지 두 경기에서 각각 35분 54초, 38분 29초를 소화했다. 평균 10점 7리바운드 4.5어시스트 1스틸. 허리 재활을 위해 컵대회를 쉬어가고 개막전부터 복귀했지만, 디드릭 로슨의 빈 자리만큼 3번 자리에서의 볼륨이 늘어난 것 치고는 임팩트가 크지 않았다.
이에 김주성 감독도 "강상재가 개막전부터 36분 정도를 뛰는게 무리이지 않을까 싶었는데, 결과적으로 돌아보니 그만큼 쏟아붓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던 시간이었던 거다. 이 부분에 대해 미팅을 했고 더 많은 활동량을 통해 코트를 흔들어 달라고 했다"라고 말했다.
미팅을 가진 부분이지만 강상재는 한국가스공사 전에서도 별다른 활약을 하지 못했다. 선발 라인업에서 김종규가 빠지고, 강상재가 4번 자리로 옮겨 볼 핸들러의 부담을 줄여봤지만 결과는 25분 57초 동안 2점 4리바운드였다. 1쿼터 10분을 모두 뛰는 동안 기록한 2점이 득점의 전부였고, 3쿼터에는 3점 라인에서 다소 무기력한 에어볼까지 나왔다.
이어 가장 큰 고름은 이선 알바노와 김주성 감독 사이에서 터졌다. 알바노는 SK 전에서 개인 최소 득점인 2점을 기록했다. 어느 팀을 만나든 집중 견제를 당하는 알바노에 대해 DB가 결국 파훼법을 찾지 못한 경기였다.
SK 전에서 패배할 당시 김 감독과 알바노 사이에는 이미 불안 신호가 있었다. 김 감독이 경기 종료 후 공식 인터뷰에서 "지시한 부분이 이행되지 않았고, 그로 인해 패배한 건 생각해봐야 할 부분이다. 물론 패착은 나에게 있다"라고 말했기 때문.
이는 한국가스공사 전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이번엔 다소 이른 타이밍인 2쿼터 도중에 김주성 감독이 다급하게 알바노를 불러 지시를 다시 내리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이후로도 DB의 경기는 풀리지 않았고, 47-70으로 크게 뒤진 채 4쿼터가 시작됐다.
이미 승패가 기울어진 상황이었음에도 DB는 4쿼터 시작과 함께 유슈 은도예에게 연속 실점을 헌납하며 결국 1분 여만에 다시 작전타임을 요청했다. 그리고 이때 최악의 장면이 터져나왔다.
김주성 감독이 작전 지시 중 작전판에 보드마카를 던지며 답답함을 분출했고, 이내 알바노를 향해 삿대질과 함께 욕설을 하는 모습이 중계화면에 고스란히 잡히고 말았다.
경기 후 김 감독은 알바노에 대해 "어떤 불만이 있는 건지 모르겠다. 지시를 하면 받아들이는 자세에 불만을 표하고 있는데 얘기를 나눠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현재 DB는 박인웅 외에 부상 공백도 없다. 우승을 거둔 컵대회 때보다 분명 더 좋은 전력으로 경기에 나서고 있음에도 경기력은 더 나빠지고 있다. 하다못해 이날 3쿼터 중에는 치나누 오누아쿠가 팀원들과 맞지 않은 사인에 석연치 않은듯 고개를 좌우로 흔들 정도로 DB는 좋은 퍼즐을 가지고도 분명 어긋나고 있다.
대권 도전을 위해 안방으로 돌아와 연패를 면했어야 하는 DB이지만, 그 어느 때보다 무기력 그 이상인 경기에 현장에서는 4쿼터 시작과 함께 팬들이 자리를 떠나는 모습까지 볼 수 있었다.
단 하루를 쉬고 주말 백투백 경기를 치러야 하는 DB가 빠르게 이 상황을 수습할 수 있을까. 이보다 더 최악이 있어서는 안 될 DB다.
사진 = KBL 제공, 중계화면 캡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