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라할 수 없는 건 빠르게 인정…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해 우승 결실”
日 시즌 첫 30대 챔피언 이민영
2년 2개월 만에 통산 7승 감격
6월 이후 톱10 들지 못한 부진
이악물고 페이드 구질 되찾아
드라이버·샤프트 교체도 한몫
“집나갔던 샷감이 돌아와 행복”
2015년 신장암을 극복한 뒤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챔피언에 등극해 인간 승리 드라마의 주인공이 됐던 이민영(33)이 다시 한 번 감동을 선사했다. 지난 20일 막을 내린 노부타그룹 마스터스 GC 레이디스에서 JLPGA 투어 올 시즌 첫 30대 우승자가 된 것이다. 베테랑 선수들의 희망이 된 이민영의 우승을 일본 언론들도 앞다퉈 조명했다.
2022년 8월 훗카이도 메이지 컵 이후 약 2년 2개월 만에 JLPGA 투어 통산 7승째를 올린 이민영은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시상식이 끝난 뒤 다음 대회 장소로 이동하는 길에 매일경제와 인터뷰를 가진 이민영은 “지난 2년 2개월간 흘린 노력이 쌓여 이번 우승으로 이어진 것 같다. 조금 더 나은 골프를 하기 위해 1년 365일 중 365일을 골프에 빠져 살았다. 33세가 된 지금도 내 실력이 아직 통한다는 것을 확인하게 돼 정말 행복하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번 우승이 특별한 또 하나의 이유는 10살 가까이 차이나는 어린 선수들을 따돌리고 정상에 올라서다. 올 시즌 JLPGA 투어에서는 다케다 리오, 야마시타 미유(이상 일본) 등 20대 초반 선수들이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일반인에게 33세는 사회 생활을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은 초년생에 불과하다. 그러나 여자 프로 골퍼들에게는 다르다. 20대 초중반에 대부분 전성기를 맞이한 뒤 20대 후반부터 경기력이 떨어지는 만큼 30대 초반에 대부분 은퇴를 결정한다.
이민영은 “JLPGA 투어에는 공을 멀리 똑바로 치면서 쇼트게임까지 잘하는 실력있는 어린 선수들이 많다. 그들의 능력이 부럽기도 했지만 따라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내가 할 수 있는 것에만 집중했다. 이번 우승으로 내 또래 선수들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으면 좋겠다. 베테랑의 노련함을 앞세워 이곳에서 살아남아 보겠다”고 말했다.
노부타그룹 마스터스 GC 레이디스 정상에 오른 이민영이 우승컵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이민영이번 우승의 가장 큰 원동력으로 페이드를 다시 구사하게 된 것을 꼽았다. 샷 난조로 지난 6월 얼스 모다민 컵 이후 톱10에 들지 못했던 이민영의 구질은 페이드에서 드로로 바뀌었다. 그러나 이민영에게 포기란 없었다. 좋았던 느낌을 찾기 위해 이를 악물고 연습에 매진한 이민영은 노부타그룹 마스터스 GC 레이디스에서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 있게 페이드를 구사할 수 있게 됐다.
이민영은 “어느날 갑자기 스윙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느낌을 잃어버려 한동안 힘든 시간을 보냈었다. 임팩트 순간 상체를 열어주는 등 좋아질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열심히 연습했는데 지난주 집나갔던 샷감이 돌아왔다. 앞으로도 내가 해야하는 것에 집중하며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드라이버 헤드와 아이언 샤프트를 교체한 선택도 적중했다. 이민영은 “타이틀리스트 GT 드라이버로 교체한 뒤 드라이버 샷 평균 거리가 10~15야드 늘었다. 여기에 방향까지 좋아져 이번 대회 정상에 오르는 데 큰 힘을 보탰다”며 “중학교 1학년 때부터 동일하게 사용하던 아이언 샤프트의 무게를 10g 낮추는 변화를 가져갔는데 내가 원하는 페이드 구질이 자연스럽게 나오게 됐다. 내 마지막 자존심과 같은 95g 샤프트를 버리고 85g를 사용하길 정말 잘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민영은 경기가 끝날 때까지 현장에 남아 자신의 일처럼 기뻐해준 동료들에게도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그는 “시상식에서 우승 트로피를 이보미 언니에게 전달 받았는데 진심으로 축하해줘서 감동받았다. 또 배선우와 이나리가 우승이 확정된 뒤 축하 인사를 건넸을 때 너무 고마워서 눈물이 날 뻔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