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호의 내부 고발 "홍명보 감독 왜 됐는지 몰라, 절차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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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9 04:00
박주호의 내부 고발 "홍명보 감독 왜 됐는지 몰라, 절차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 홍명보 감독. 새로운 한국 축구 대표팀 사령탑이 됐다. 하지만 선임 과정이 매끄럽지 못했다. 그동안 대표팀 감독 내정설을 부인하던 홍명보 감독은 너무 빨리 입장을 바꿨다 ⓒ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맹봉주 기자] 대한축구협회 내 전력강화위원회는 무용지물이었다.
박주호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도 홍명보 감독 부임 사실을 기사로 알았다. 8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출연한 박주호는 방송 도중 홍명보 감독의 한국 축구대표팀 사령탑 선임 소식을 들었다.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다. 박주호는 "전력강화위원회가 필요 없다고 진작에 얘기했다. 결과적으로 이렇게 되니 (위원회가)필요 없다는 생각이, 확신이 든다"고 어이 없어했다.
이어 "정확한 절차가 아니다. 절대 아니다. 내가 안에 있었지만 모르겠다. 설명할 수가 없다. 맞는 말이 하나도 없다. (홍명보 감독이)안 한다고 했다가 된 거고, 며칠 안에 어떤 심경 변화가 있었는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은 왜 외국에 나가 감독 후보 4, 5명을 만난 건가. 이임생 총괄 이사는 유럽에 왜 간 것인가. 절차 안에서 이뤄진 게 아무 것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주호는 "지난 5개월이 너무 안타깝고 아쉽고, 진짜 허무하다"며 "누가 됐든 절차에 맞게, 게임 플랜과 한국축구에 맞는 사람이면 되는 거다. 그런데 같이 일하는 사람 입장에서 왜 홍명보 감독이 됐는지 정도는 알아야 되는 것 아닌가. 난 모르겠다. 이제까지 (전력강화위원으로)5개월 일했는데 너무 허무하다"고 밝혔다.
전력강화위원 회의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심지어 몇몇은 위원들은 개인 욕심까지 채웠다고 했다. 박주호는 "어떤 위원들은 사리사욕을 챙기기 위해 감독 빈 자리에 들어가려고 한다. 연령별 대표팀 감독이나 국가대표 팀시 감독 말이다"라고 폭로했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7일 "축구 국가대표팀 차기 사령탑으로 홍명보 울산 감독이 내정됐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모두가 놀란 깜짝 소식이었다.
사실 홍명보 감독은 처음부터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의 후임으로 유력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100여 명의 지도자를 후보군에 올리고 검증한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가 항상 국내파 감독으로 높은 점수를 줬다. 홍명보 감독은 울산을 맡아 K리그1 2연패를 달성했고, 올해도 선두권을 유지하며 좋은 지도력을 보여주고 있다.
다만 대한축구협회는 5개월의 시간을 외국인 감독 찾기에 열중한다고 누차 말했다. 최근 사퇴 의사를 밝힌 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이 5월 유럽에서 제시 마치 캐나다 대표팀 감독, 헤수스 카사스 이라크 대표팀 감독 등을 만나기도 했다. 이임생 기술이사도 유럽 출장에서 거스 포옛 전 그리스 대표팀 감독과 다비드 바그너 전 노리치 감독과 면담을 진행했다.
홍명보 감독은 대표팀 감독 내정설 소문이 돌 때마다 완강히 부인했다. "울산 팬들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까지 할 정도였다.
그러나 이임생 기술이사가 귀국 직후 울산으로 향한다는 소문이 축구계에 돌면서 기류가 달라졌다. 이임생 기술이사는 지난 5일 울산과 수원FC의 하나은행 K리그1 2024 21라운드가 끝나고 홍명보 감독과 만났고, 대표팀 부임 제안을 했다. 홍명보 감독은 너무 빨리 자신의 말을 바꾸고 감독직을 수락했다.
현역 시절 홍명보 감독은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으로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전설이다. 지도자로서도 연령별 대표팀부터 차분히 단계를 밟아 주요 성공 사례를 만들었다. 2009년 20세 이하(U-20) 월드컵 8강 진출을 이뤄냈고, 이 연령대 선수들을 지속적으로 지도해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한국 축구 사상 첫 동메달 획득을 이끌었다.
이를 바탕으로 2013년 A대표팀 사령탑을 맡았다. 다만 브라질 월드컵에선 실패를 경험했다. 1무 2패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뒤 비판 여론이 거세지면서 자진 사퇴했다.
이후 행정가로 변모한 홍명보 감독은 축구협회 전무이사로 활동했다. 2021년 울산 감독으로 현장에 복귀한 뒤 2022년과 2023년 K리그1 정상에 올려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