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터뷰] 분노한 이정효 폭탄발언 폭풍 "의미 없는 축구 했다, 올해는 다이렉트 강등 피하면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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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06.26 03:00
[케터뷰] 분노한 이정효 폭탄발언 폭풍 "의미 없는 축구 했다, 올해는 다이렉트 강등 피하면 기적"
이정효 광주FC 감독. 김희준 기자
이정효 광주FC 감독. 서형권 기자
이승우(왼쪽, 수원FC), 정호연(오른쪽, 광주FC). 서형권 기자
이정효 광주FC 감독이 작심발언을 쏟아냈다.
25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하나은행 K리그1 2024 19라운드를 치른 광주가 수원FC에 0-1로 패했다. 일단 순위는 6위(승점 21)를 지켰지만 남은 경기 결과에 따라 리그에서 강등권 근처까지 떨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날 광주는 무기력한 경기를 펼쳤다. 몇몇 빛나는 순간이 있었지만 결정적인 득점 기회로 이어지지 않았다. 광주는 올 시즌 반복됐듯 비길 수 있는 경기에서 패배를 당하며 올 시즌 리그 11패를 적립했다. 이는 현재까지 리그에서 최다 패다.
이 감독도 경기 후 분노를 참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광주 팬들이 원정을 오셔서 응원을 많이 해주셨는데 응원이 우리에게 과분할 정도였다. 선수들이 그 정도로만 경기를 뛰었다. 팬들에게 할 말이 없다. 그냥 경기를 했던 것 같다. 의미 없는 축구를 했다. 오늘 경기로 많은 걸 느꼈다"며 화를 억눌렀다.
이어 느낀점을 구체적으로 묻자 "우리가 올해 몇 위할지 예상이 된다. 많이 거품이 끼어있던 것 같다. 나도 거품이 많이 끼어있고, 선수들도 거품이 많이 끼어있다. 구단도 작년 ACL 나가는 3위가 기적이었다는 걸 이제 알아야 한다. 선수들도 알아야 한다. 우리가 잘한 게 아니라 운이 좋아서 기적이 일어났던 것 같다. 정확히 구단도, 선수도 잘 알았으면 좋겠다. 구단이 내려놨으면 좋겠다. 팬들에게도 미안하지만 내려놨으면 좋겠다. 작년은 기적이었다. 다시는 광주가 3위를 할 수 있을까 오늘 경기로서 밝혀졌다. 나부터 정신 차리겠다"며 폭탄 발언을 쏟아냈다.
이러한 발언들은 기자회견 내내 이어졌다. 작년으로 돌아가기 위한 비책을 질문하자 이 감독은 "솔직히 쉽진 않다. 다이렉트 강등만 피하는 것도 기적이 일어나야 한다. 현재 우리 팀으로 봤을 때는 여름에 영입도 하지 못하고 선수들도 경기에 나갈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말 그대로 광주는 여름 이적시장에서 영입이 불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에 현재 선수들이 안주하고 경기에 뛸 수 있을 거란 확신에 빠지기 쉽다는 진단이었다.
이어 "여름 영입이 없어 안주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어린 선수들은 이적설이 있기 때문에 안타깝게도 팀에 대한 애착이 조금씩 사라지는 것 같다. 오늘도 경기하면서 많이 느꼈다. 내가 이렇게 많은 짐을 짊어져야 하나 싶다. 내려놓고 싶다. 이제는 나도 12시면 집에 돌아가야 할 것 같다. 카페에서 새벽 3시, 4시까지 공부하는 게 선수들에게 과분한 것 같다. 앞으로 나도 건강을 챙기면서 여유롭게 선수들과 구단에 맞추겠다"며 광주 선수들이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이 감독은 올 시즌을 나면서 많이 지친 듯한 느낌이었다. 이 경기만 놓고 이야기하는 건지 올 시즌 계속 누적된 결과인지 질문이 나오자 "내가 많이 힘들다"는 말과 "위기"라는 말로 광주에서 힘을 낼 만한 상황이 아님을 계속 어필했다.
이 감독은 구단과 선수에게 바라는 점에 대해 "바라는 것 없다. 지금 해왔던 대로 경기장에서 경기하면 된다"며 불편함을 드러낸 뒤 "감독이 이런 분위기를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인데 이렇게 인터뷰하냐고 말씀하실 수도 있지만 과분하다고 생각한다. 감독이 선수들에게 간이고 쓸개고 쥐어짜고 가식적으로 이야기하는 것보다 지금 내 심정을 이야기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지금 기적이 일어나야 다이렉트 강등을 피할 수 있다. 플레이오프 가서 극적으로 살아남는다면 선수들에게 축하를 전하고 싶다"며 거친 언사를 끝까지 이어갔다.
이어 라커룸 대화에 대해서도 "선수들에게 어떤 긍정적인 에너지를 줄 필요가 있을지 생각한다. 그냥 잘 쉬고 오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여기서 해산하고 목요일에 만나서 일요일에 제주전도 똑같이 준비하면 될 것 같다"며 상당히 지친 듯한 기색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