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에 소년가장이 있었다… 김도영의 포효, KIA를 깨웠다 '35홈런-47도루' 독보적 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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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6 22:00
KIA에 소년가장이 있었다… 김도영의 포효, KIA를 깨웠다 '35홈런-47도루' 독보적 페이스
[스포티비뉴스=광주, 김태우 기자] 올 시즌 초반부터 지금까지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는 KIA는 5월 이후 팀 페이스가 다소 떨어지며 승률을 제법 까먹었다. 계속 1위를 달리고 있기는 했지만 사실 2위권과 거리도 좁혀졌다. 5일까지 2위 LG와 경기차는 반 경기였다. 이제 하루 결과면 1위가 바뀔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최근 3연패에 롯데전 5연패로 부담이 있었다. 1위를 달리고 있는 팀 선수들은 여유보다는 '1위를 지켜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기 마련이다. KIA도 크게 다르지 않다. 여기에 4일과 5일 롯데전 경기 내용이 좋지 않았고, 특정팀에 5연패를 당하다보니 팀 사기도 좋을 리는 없었다.
4일과 5일 패배는 결국 쳐 줘야 할 선수들이 쳐 주지 못해 당한 결과였다. 나성범 최형우 이우성 소크라테스 등 중심 타자들이 자기 몫을 못했다. 매일 잘 칠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한 명만 영웅으로 등장해도 잡을 수 있는 경기가 집단 난조 속에 어렵게 꼬였다. 하지만 그 와중에서도 김도영(22)은 분투하고 있었다. 말 그대로 소년 가장이었다.
4일 경기에서는 상대 선발 애런 윌커슨의 완봉 역투에 맞서 2루타 하나를 기록했고, 5일 경기에서는 홀로 3안타 1볼넷 1타점을 기록하며 분전했다. 팀은 졌지만, 김도영의 타격감이 점차 올라오고 있다는 것은 확인할 수 있는 경기였다.
2번을 치던 김도영은 팀 라인업 변화로 이날 3번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타순을 가리지 않는 활약은 계속됐다. 김도영은 1회 첫 타석에서는 아쉽게 1루수 파울플라이로 물러났지만 굴하지 않았다. 3회 두 번째 타석에서는 우전 안타를 치며 다시 힘을 냈고, 1-3으로 뒤진 6회에는 볼넷을 고른 뒤 2루 도루를 성공시키며 득점권에 나아갔다. 시즌 20번째 도루였다. 김도영은 이후 터진 김선빈의 홈런 때 홈을 밟았다.
3-3으로 맞선 8회 손호영에게 홈런을 맞고 다시 리드를 내준 KIA였다. 쫓길 수밖에 없었다. 1점이 그렇게 멀게 느껴졌다. 그러나 김도영의 한 방이 잠자던 호랑이를 깨웠다. 김도영은 전미르를 상대로 좌월 솔로홈런을 치며 경기를 한 번에 원점으로 되돌렸다. 잘 맞은 타구가 총알 같이 날아가 좌측 스탠드에 꽂혔다.
김도영의 포효는 평소보다 더 컸다. 동료들이 환호하는 3루측 더그아웃을 향해 기를 살리는 등 홈런의 기쁨을 유감없이 표현했다. 김도영의 시즌 15번째 홈런이었다. 이 홈런으로 기사회생한 KIA는 나성범의 2루타, 그리고 김선빈의 결승 적시타로 5-4로 역전한 끝에 연패를 끊을 수 있었다.
홈런과 도루는 보통 약간 상반되는 경향이 있지만, 둘 다 할 수 있는 김도영에게 한 경기에 두 가지 이벤트를 기대하는 건 무리가 아니다. 올해 벌써 5번째 홈런-도루 동시 달성 경기였다. 현재 15홈런, 20도루를 기록 중인 김도영은 부상만 없다면 생애 첫 20홈런-20도루 달성 가능성이 매우 높다. 조금 더 욕심을 낸다면 30-30도 가능하다. 현재 페이스는 35홈런-47도루 페이스다. 어쩌면 우리는 역사적인 시즌의 페이지를 한 장 한 장 넘기고 있을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