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년생 집합시켜야"…9K 환상투 류현진, 99승 날린 친구 황재균 향한 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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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0 10:00
"87년생 집합시켜야"…9K 환상투 류현진, 99승 날린 친구 황재균 향한 투정
[스포티비뉴스=대전, 김민경 기자] "(19)87년생 집합시켜야 할 것 같다."
한화 이글스 에이스 류현진이 99승을 날린 1987년생 동갑내기 친구 황재균(kt 위즈)에게 장난 섞인 투정을 부렸다. 류현진은 29일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뱅크 KBO리그' kt와 홈개막전에 선발 등판해 6이닝 89구 8피안타 무4사구 8탈삼진 2실점을 기록하고 승패 없이 마운드를 내려갔다. KBO 통산 98승(53패)을 거둔 류현진은 이날 99승 도전과 함께 한화의 선발 5연승 행진을 이어 가고자 했지만, 승리투수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마운드를 내려갔다. 한화는 9회말 2사 후에 나온 임종찬의 끝내기 안타에 힘입어 3-2 승리와 함께 5연승을 질주했다.
류현진은 직구(43개) 위주로 투구하면서 커터(17개), 체인지업(19개), 커브(10개) 등 변화구를 섞어 던졌다. 89구 가운데 스트라이크가 66개에 이를 정도로 직전 경기에 흔들렸던 제구력을 다시 잡은 모습을 보여줬다. 직구 최고 구속은 147㎞, 평균 구속은 144㎞로 쌀쌀한 날씨에도 전력투구를 펼쳤다.
승리를 향한 열망이 컸다. 29일 현재 한화 선발투수 가운데 류현진은 유일하게 승리가 없다. 지난 23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서는 3⅔이닝 6피안타 3볼넷 5실점(2자책점)에 그쳐 패전을 떠안았고, 이날도 승수를 쌓지 못했다. 펠릭스 페냐(6⅔이닝 2실점)-김민우(5이닝 무실점)-리카르도 산체스(5⅔이닝 1실점)-문동주(5이닝 2실점)가 선발 4연승을 달린 흐름을 에이스로서 이날도 이어 가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다.
직구 구속은 직전 경기 150㎞보다는 조금 떨어졌어도 제구는 한 차원 다른 클래스를 보여줬다. 류현진은 지난 경기에서 몰리는 공이 많아 난타를 당했는데, 이날은 그렇지 않았다. 4사구는 단 하나도 내주지 않았고, 결정구로 직구와 커브, 체인지업을 다양하게 활용하면서 삼진을 무려 9개나 잡았다.
최원호 한화 감독은 "류현진이 6이닝 동안 9탈삼진 등 훌륭한 피칭으로 선발투수로서 임무를 다 해줬다. 퀄리티 있는 피칭으로 개막전 부진을 씻었다"고 칭찬했다.
류현진은 경기 뒤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전체적으로 커브도 그렇고, 체인지업, 커터 등 전체적으로 제구가 몰리는 것 없이 잘된 것 같다. 강백호에게 나온 실투 하나만 빼면 내가 생각한 대로 잘된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순항하던 류현진을 울린 건 친구 황재균이었다. 류현진은 6회초 천성호와 로하스에게 안타를 내줘 1사 1, 2루 위기에 몰리긴 했지만, 박병호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면서 앞선 이닝처럼 고비를 넘기는 듯했다. 그러나 강백호에게 좌전 적시타를 맞고, 황재균에게도 중전 적시타를 얻어맞으면서 순식간에 2-2 동점이 됐다. 류현진은 계속된 2사 1, 2루 위기에서 장성우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면서 추가 실점은 막았다.
류현진은 "87년생을 집합시켜야겠다"고 말하며 웃음을 터트렸다. 공교롭게도 류현진의 99승을 막은 선수들이 1987년생 친구 강정호와 황재균이기 때문. 류현진은 지난 2012년 10월 4일 대전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10이닝 129구 1실점 괴력투를 펼치고도 통산 99승 달성에 실패했는데, 7회 당시 넥센 거포였던 강정호에게 우월 솔로포를 맞은 탓이었다. 류현진은 미국 메이저리그 진출 직전 마지막 경기에서 승리투수가 되기 위해 10이닝을 버텼지만, 결국 경기는 연장 12회 1-1 무승부로 끝났다. 그리고 12년 뒤. 류현진이 99승을 눈앞에 두고 있던 이날 황재균이 동점 적시타를 날리면서 또 한번 좌절시켰다.
류현진은 "이제 전쟁은 시작된 것 같다. 친구지만, 그런 상황에서는 내가 집중해야 할 것 같다. 다음에는 (황재균이) 알아서 해주지 않겠나"라고 말하며 웃었다.
아쉬운 공 하나는 강백호에게 추격의 적시타를 맞은 실투였다. 류현진은 강백호와 맞대결에서 2회 루킹 삼진, 4회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면서 압도하는 모습을 보여줬는데, 6회 볼카운트 1-1에서 3구째 직구 실투가 강백호의 방망이에 제대로 걸리면서 승리가 사실상 날아갔다.
류현진은 "(강백호와 맞대결에서) 처음 2타석은 굉장히 좋았고, 마지막이 아쉽다. 볼로 던지려 했는데, 던질 때 아차 싶었다. 강백호가 놓치지 않고 타점으로 연결된 그 흐름이 가장 아쉽다"고 이야기했다.
류현진은 예정한 100구를 채우지 않은 상황에서 7회초 수비를 앞두고 한승혁과 교체됐다. 류현진은 "투구 수도 그렇고, 지금 초반이라서 감독님과 코치님들이 다 생각해서 바꿔주신 것 같다"며 개의치 않았다.
한화 팬들은 2012년 10월 4일 대전 넥센전 이후 4194일 만에 대전 마운드를 다시 밟고 등판을 마친 류현진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이날 경기 티켓은 오후 4시 36분 1만2000석 모두가 팔렸다. 류현진은 "승리투수는 못 됐지만, 팀이 이겨서 다행인 것 같다. 이렇게 더 연승을 이어 가고 있어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경기장을 찾아 응원을 보낸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을 향한 감사도 표했다. 김 회장은 경기 개시 2시간 전부터 경기장에 도착해 선수단을 살폈다. 김 회장은 주장 채은성과 지난해 신인왕 문동주를 불러 따로 격려하기도 했다. 김 회장이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를 찾은 건 2018년 10월 19일 넥센과 준플레이오프 1차전 이후 6년 만이다.
류현진은 "좋은 연승 중이었고, 오랜만에 회장님께서 먼 길을 오셨다. 선수들이 조금 더 집중했던 것 같다. 홈개막전이고 일찍부터 팬분들이 경기를 매진시켜서 선수들이 좋은 분위기 속에 잘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회장 방문이) 조금은 동기 부여가 된 것 같다"고 표현했다.
류현진은 선발진에서 유일하게 승리가 없는 것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부담은 없다. 승리를 하면 좋겠지만, 내가 던지는 날 팀이 이기는 것이 더 중요하다. 개인적인 승리나 빨리 100승을 했으면 좋겠지만, 내가 선발인 날은 항상 팀이 이기는 흐름으로 갔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12년 만에 KBO리그로 돌아와, 한화가 매일 이기는 경기를 지켜보는 요즘 류현진은 행복하다. 그는 "야구장 나오는 게 정말 재미있다. 안 던질 때도 더그아웃에서 파이팅 있게 열심히 해주고 있다. 잘 던지는 날에 조금 더 집중하면서 하고 있다. 6경기지만, 재미있게 하려고 하고 있다"며 시즌 초반 상승세가 쭉 이어지길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