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성범에 이어 최형우까지 시즌아웃… KIA 지긋지긋 부상 악령, 극복하고 5강 갈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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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03.17 17:51
나성범에 이어 최형우까지 시즌아웃… KIA 지긋지긋 부상 악령, 극복하고 5강 갈 수 있나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시즌 내내 부상과 싸웠던 KIA가 마지막까지 대형 악재를 떠안고 간다. 중심 타자인 나성범에 이어 최형우까지 부상으로 시즌을 접었다. 남은 시즌 힘겨운 레이스가 예상된다. 이들의 공백을 메우는 것이 절대 과제로 떠올랐다.
KIA는 "최형우는 추가 검진 없이 26일 구단 지정병원인 광주 선한병원에서 쇄골 고정술 예정"이라면서 "진단명은 좌측 쇄골 분쇄고절 및 견쇄관절 손상으로, 재활까지 약 4개월이 소요될 예정"이라고 25일 공식 발표했다. 4개월 소요 예정이라는 설명은 시즌아웃됐다는 이야기와 같다.
24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t와 경기 중 0-1로 뒤진 7회 부상이 터졌다. 이날 선발 4번 지명타자로 출전한 최형우는 7회 선두타자로 나서 우측 방향으로 날카로운 타구를 날렸다. 다른 팀과 마찬가지로 kt 또한 '최형우 시프트'를 걸어두고 있었다. 2루수가 외야로 나가 그 방면 타구에 대비하고 있었다.
kt 2루수 박경수가 점프를 해 이 타구를 잡아내는 듯했는데 공이 글러브에 들어갔다 나왔다. 박경수가 급히 공을 다시 잡아 1루로 던졌다. 1루수 박병호 또한 수비 위치로 되돌아가 이 타구를 포구하려 했다. 다만 박병호도 급히 움직인 탓에 평소처럼 정확한 위치에 서지는 못했고, 움직이던 찰나에 다리가 엉켰다.
최형우는 공중에 떠 왼 어깨부터 떨어졌다. 전력질주해서 1루에 갔는데 갑자기 넘어졌으니 제대로 낙법을 하기도 어려웠다. 박병호의 발이 1루를 밟지 못한 것으로 드러나 안타가 기록되기는 했으나 극심한 통증을 호소한 최형우는 구급차에 실려 경기장을 떠났다. 1차 검진 결과 쇄골 골절 판정을 받았다. 25일 최종 검진을 한다는 방침이었지만 너무나도 골절이 확연해 곧바로 수술을 받는 쪽을 선택했다. 누구의 잘못이라고 하기는 어려웠지만 결과가 최악이었다.
◆ 자존심 회복했던 최형우… KIA 최후의 보루가 허무하게 사라졌다
오랜 기간 리그 최고의 중‧장거리 타자 중 하나로 군림했던 최형우는 2017년 시즌을 앞두고 KIA와 4년 총액 100억 원의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을 해 100억 시대를 활짝 연 주역 중 하나로 기억된다. KIA 이적 후에도 팀 중심 타선에서 성실하게 활약했다. 이적 첫 해인 2017년에는 26개의 홈런과 120타점, 그리고 타율 0.342, OPS(출루율+장타율) 1.026을 기록하며 팀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기도 했다.
최형우는 30대 중반에 이른 나이에도 꾸준하게 활약하며 KIA와 4년 계약을 완주했고, 2021년 시즌을 앞두고 다시 FA 계약을 하며 KIA와 동행을 이어 갔다. 2020년에는 140경기에서 타율 0.354, 28홈런, 115타점, OPS 1.023의 대활약으로 식지 않은 타격감을 보여주기도 했다. 2020년은 최형우의 37세 시즌이었다.
그러나 2021년과 2022년 성적은 썩 좋지 않아 최형우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 2021년은 104경기에서 타율 0.233, OPS 0.730에 그쳤다. 일시적인 부진으로 여겼지만 2022년도 132경기에서 타율 0.264, OPS 0.787로 확실한 반등은 없었다. 나이 마흔을 앞둔 선수라는 점을 고려하면 어쩌면 당연한 하락세였지만, '최형우'라는 이름 석 자가 있었기에 아쉬운 성적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24일까지 121경기에서 타율 0.302, 출루율 0.400, OPS 0.887을 기록하며 화려하게 반등했다. 여름 이후 성적이 주춤하기는 했지만 대단한 활약이었다. 최형우의 이 활약이 더 중요했던 이유는 팀의 핵심 타자이자 자신의 뒤를 이어 중심이 된 나성범이 왼 종아리 부상으로 장기 결장 중이었기 때문이다. 나성범은 종아리 부상으로 개막부터 빠져 6월에나 올 시즌 첫 경기를 치렀다. 최형우는 그 나성범의 공백을 최소화한 주역이었다.
현역 기간 동안 그렇게 큰 부상이 없었던 최형우는 최근 10경기에서도 타율 0.355를 기록하며 팀의 막판 순위 싸움에 힘을 보태고 있었다. 하지만 불의의 부상으로 올 시즌은 전열에서 이탈한다. 통계전문사이트 '스탯티즈'의 집계에 따르면 최형우의 올해 조정득점생산력(wRC+)은 153.3에 이른다. 팀 내에서 나성범을 제외하면 누구도 이 수치에 근처도 가지 못한다. 최형우의 공백을 메우기 쉽지 않을 것임을 예상할 수 있는 근거다.
◆ 나성범 시즌아웃에 이어, 최형우까지… 부상 악령에 시달리는 KIA
KIA는 올 시즌 내내 부상자와 싸웠다. 나성범이 개막 전 종아리를 다쳐 장기 결장이 예고됐고, 올해 팀 내에서 가장 성장한 야수로 뽑혔던 김도영 또한 개막 시리즈에서 중족골 골절로 역시 오랜 기간 빠졌다. 나성범의 시즌 첫 경기는 6월 23일, 2경기를 뛰고 이탈한 김도영의 1군 복귀일도 6월 23일이었다.
두 선수가 자리를 잡으면서 팀 타선도 화력을 폭발시킬 수 있었다. 6월 22일까지 KIA의 팀 OPS는 0.694로 리그 4위였다. 하지만 6월 23일 이후 팀 OPS는 0.786으로 리그 선두다. 중간에 김선빈 박찬호 등 몇몇 선수들의 부상이 있기는 했지만 크게 흔들리지는 않았다. 하지만 시즌 막판 대위기가 찾아왔다. 박찬호의 부상에 이어 나성범이 시즌아웃됐고, 이번에는 최형우까지 빠졌다. 그것도 단기간에 찾아온 연이은 악재다.
올해 절정의 타격감을 보여주며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 유력후보까지 뽑혔던 박찬호는 9월 12일 대구 삼성전 도중 1루에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하다 왼쪽 네 번째 손가락 인대를 다쳤다. 글러브를 끼고 있는 손이라 수비와 주루에는 문제가 없지만, 아직 타격은 안 된다. 실제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되지는 않았으나 24일까지 5경기에 대수비로 나갔을 뿐 타석은 한 번도 없다. 이번 주 타석 복귀가 예상되기는 하지만 감각은 장담할 수 없다.
이어 나성범이 9월 19일 광주 LG전 도중 3루로 태그업해 뛰다 오른쪽 햄스트링을 다쳤다. 당초 그렇게 큰 부상을 당할 만한 장면으로 보이지는 않았으나 검진 결과 햄스트링이 손상된 것으로 드러나 10~12주 정도 재활이 필요하다는 소견을 받았다. 역시 시즌아웃됐다. 나성범은 올해 규정타석에 많이 모자라기는 하지만 58경기에서 18개의 홈런을 치는 등 공격 생산력만 놓고 보면 리그 최강의 타자였다.
여기에 최형우까지 빠지면서 KIA 타선에 장타를 쳐 줄 수 있는 선수가 실종됐다. 올해 KIA에서 두 자릿수 홈런을 친 선수라고 해봐야 나성범(18개), 최형우(17개), 그리고 소크라테스 브리토(17개)까지 세 명이 전부다. 경기의 향방을 한 방에 갈라놓을 수 있는 해결사 없이 잔여 시즌을 치러야 하는 형편이다.
김종국 KIA 감독은 시즌 초반처럼 이우성 이창진 고종욱을 두루 활용하며 나성범의 공백을 메우겠다는 심산이었다. 나성범이 빠진 타선의 중심은 최형우에게 맡겼다. 하지만 이제는 최형우까지 빠지면서 더 큰 위기에 봉착했다. KIA 타선에서 최형우의 몫을 오롯이 대체할 수 있는 선수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일단 지명타자 자리가 빈 가운데, 향후 라인업도 어지럽게 전개될 가능성이 커졌다. 최원준도 항저우 대표팀에 가 있어 주축 선수 셋이 한꺼번에 빠져 나간 셈이기 때문이다. 타격을 장점으로 하는 외야수들이 우선 기회를 받을 수도 있고, 황대인 변우혁 오선우 등 다른 선수들이 상황에 따라 지명타자 자리에 들어갈 수도 있다. 이들의 활약이 중요해졌다.
KIA는 25일 현재 61승61패2무(.500)로 리그 6위를 달리고 있다. 5위 SSG와 경기차는 한 경기지만, 5위를 장담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여기에 팀의 강점이라고 할 수 있는 타선에서 연이은 부상 악재에 울고 있다. 이 고비를 넘기고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성과를 얻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애당초 포스트시즌 진출은 올해 KIA의 목표에서 기본으로 깔고 들어가는 것이었는데, 이제는 절대적 과제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