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기대에 걸맞는 기록"...1년 전 빅리거가 미지의 땅에서 '20승+200K' 대기록, 예견된 새역사

"내 기대에 걸맞는 기록"...1년 전 빅리거가 미지의 땅에서 '20승+200K' 대기록, 예견된 새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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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기대에 걸맞는 기록"...1년 전 빅리거가 미지의 땅에서 '20승+200K' 대기록, 예견된 새역사


1710672326849.jpg10일 창원 한화전에서 20승 200탈삼진을 달성하고 난 이후 활짝 웃는 페디 /OSEN DB17106723274492.jpg[OSEN=창원, 이석우 기자]NC 다이노스 선발 투수 페디가 3회초 1사 1,3루 한화 이글스 문현빈을 유격수 앞 땅볼로 병살 처리하고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2023.10.10 / [email protected]


[OSEN=창원, 조형래 기자] 1년 전에는 메이저리거였지만 그저 구성원에 불과했던 한 투수는 미지의 땅인 KBO리그에서 도전을 택했다. 도전을 결정하고 1년 뒤, 이 투수는 리그 역사에 한 획을 긋는 투수로 자리매김했다. NC 다이노스 에릭 페디(30)는 새로운 도전의 땅에서 역사를 만들었다. 

페디는 10일 창원 NC파크에서 열리는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정규시즌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91구 7피안타 1볼넷 6탈삼진 무실점 역투를 펼치면서 팀의 2-0 승리를 견인했다.

이로써 페디는 KBO리그 역사 위에 섰다. 페디는 이날 승리로 20승을 달성, 역대 22번째 20승 투수 반열에 올라섰다. 아울러 에릭 해커(2015년), 드류 루친스키(2020년)의 구단 최다승 기록(19승) 기록까지도 경신하면서 구단 최고 외국인 선수로도 이름을 남겼다. 

아울러 이날 경기 전까지 198탈삼진을 기록하고 있던 페디는 6개의 삼진을 추가하며 204탈삼진을 기록, 역대 16번째 200탈삼진 대기록까지 완성했다.

무엇보다 20승과 200탈삼진 기록을 동시에 달성한 선수는 페디 이전에 단 4명 뿐이었다. 모두 1980년대, KBO리그에 투수 분업화 개념이 없었던 시기에 만들어진 기록들이었다. 1983년 삼미 장명부가 30승 220탈삼진으로 최초로 달성했다. 이후 1984년 롯데 최동원이 27승 223탈삼진, 1985년 삼성 김시진이 25승 201탈삼진을 거두며 기록 행진을 이어갔다. 그리고 해태 선동열이 1986년 24승 214탈삼진을 기록했다.

1983년부터 4년 연속 기록이 나왔지만 선동열 이후 아직 누구도 밟지 못한 20승 200탈삼진이었다. 페디는 37년 만에 5번째 대기록을 작성하며 역사 위에 섰다. 외국인 선수 최초이자 21세기 최초의 기록이다.
17106723284415.jpg[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17106723299854.jpg[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페디는 지난해까지 메이저리그 워싱턴 내셔널스에서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했다. 메이저리그 로스터 한 자리는 충분히 차지할 수 있는 선수였다. 하지만 지난해 페디는 워싱턴에서 논텐더 FA로 풀렸고 이 소식을 들은 NC가 페디에게 발빠르게 컨택하면서 지극정성을 들였다. 결국 페디는 NC의 구애를 받아들이며 미지의 땅에 발을 디뎠다.

페디는 차원이 다른 수준의 투구 내용으로 KBO리그 무대를 차근차근 평정해 나갔다. 마구로 불렸던 ‘스위퍼’는 한국 타자들이 그동안 접하지 못했던 신무기였다. 사실 페디에게도 생소한 구종이었고 확신이 없었던 공이었다. 지난 겨울 개인 훈련을 함께하던 셸비 밀러(LA 다저스)에게 습득한 구종이었다. 이게 페디의 KBO리그 정복에 주요 이유가 됐다. 스위퍼의 그립과 KBO리그 공인구의 궁합이 잘 맞아 떨어지면서 더 위력적인 주무기가 됐다. 

페디는 마구, 그리고 구위를 바탕으로 승승장구했다. 타구단들이 공략법을 쉽사리 찾아내지 못했다. 8월 한 달 동안 2승4패 평균자책점 4.50(32이닝 16자책점)으로 잠시 흔들리기도 했지만 20승과 200탈삼진을 향해 순항했다. 경쟁자인 키움 안우진이 팔꿈치 수술을 받고 시즌아웃 되면서 페디의 독주 체제가 완성됐다.

20승은 2전3기 만에 성공했다. 지난달 26일 KIA전 6이닝 3피안타 8탈삼진 1실점 역투를 펼쳤지만 노디시전, 1일 한화전 6이닝 6피안타 1사구 9탈삼진 3실점(2자책점)으로 다시 한 번 호투를 펼쳤지만 또 노디시전으로 물러났다. 이후 체력을 비축하고 9일 만에 등판에 나섰고 재충전한 페디는 자신의 힘으로 20승을 쟁취했다.

17106723305225.jpg[OSEN=창원, 이석우 기자]NC 다이노스 선발투수 페디가 1회초 1사 1루 한화 이글스 노시환을 유격수 병살로 잡고 포수 김형준과 얘기하고 있다. 2023.10.10 / [email protected]17106723312126.jpg[OSEN=창원, 이석우 기자]NC 다이노스 선발투수 페디가 1회초 1사 1루 한화 이글스 노시환과 맞대결을 펼치고 있다. 2023.10.10 / [email protected]
경기 후 페디는 대기록 달성 소감에 대해 “이 기록을 달성할 수 있어서 행복하고 어쨌든 20승이라는 대기록은 혼자 할 수 있었던 게 아니다. 승리라는 기록 자체는 팀이 함께 열심히 했기 때문에 딸 수 있는 기록이다. 이 영광을 우리 팀 수비와 공격, 불펜, 그리고 구단 모두의 인원들에게 돌리고 싶다”라면서 “트레이닝 파트, 데이터 파트, 그리고 친구들과 가족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라면서 혼자만의 힘으로 달성할 수 있었던 기록이라면서 겸손하게 답했다.

그러나 낯선 무대에서 새로운 도전을 택했을 때, 마음 한 켠에는 기대감도 있었고 자신감도 있었다. 그리고 이 자신감을 20승과 200탈삼진이라는 대기록으로 표현했다. 어쩌면 예견된 대기록이었을지도.

그는 “새로운 도전을 선택했을 때 당연히 기대를 했었다. 기대를 안 했다면 거짓말이다. 이 곳에 와서 기대에 걸맞는 대기록을 달성해서 너무 행복하고 앞으로도 남은 경기가 더 기대된다”라면서 힘주어 말했다. 

페디는 20승 200탈삼진으로 이 부문 1위를 예약했다. 평균자책점도 이변이 없는 한 1위가 유력하다. 이날 무실점 피칭으로 평균자책점은 2.06까지 내려갔다. 트리플크라운은 사실상 확정된 상황. 선동열(1986년, 1989~1991년), 류현진(2006년), 윤석민(2011년)에 이어 역대 4번째 투수가 될 수 있다. 여기에 만약 5⅔이닝 무실점을 더하면 1점대 평균자책점까지 가능하다(180⅓이닝 40자책점). 1점대 평균자책점이 포함된 트리플크라운 기록은 1991년 선동열(19승, 204탈삼진, ERA 1.55)이 마지막이다. 
17106723315829.jpg[OSEN=창원, 이석우 기자]NC 다이노스 페디가 한화 이글스에 2-0으로 승리, 20승 기록을 달성한 후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2023.10.10 / [email protected]17106723327821.jpg[OSEN=창원, 이석우 기자]NC 다이노스 페디가 6회초 2사 1, 3루 한화 이글스 이명기를 1루 땅볼로 잡고 환호하고 있다. 2023.10.10 / [email protected]
페디는 1점대 평균자책점에 대한 욕심도 숨기지 않았다. 그는 “불가능하지 않은 기록이기 때문에 더욱 더 욕심 난다는 생각이 든다”라면서도 “일단 포스트시즌이 남아있다. 순위권에 따라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궁금하긴 하다”라고 여지를 뒀다.

결국 NC의 정규시즌 순위가 언제쯤 판가름 나고, 그 위치가 어디냐에 따라서 페디의 정규시즌 추가 등판 여부가 결정된다. 하지만 페디는 더 강한 NC의 일원으로 포스트시즌에서 더 강력해질 것을 다짐했다. 그는 “지금 순위 경쟁을 하는 팀들이 NC를 어떻게 생각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NC는 현재 강한 팀이다. 이 강한 팀을 상대할 때 상대 팀에게 조금 더 위압감과 위기감을 줄 수 있게끔 열심히 노력할 예정이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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