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나폴리 소속으로' 김민재, 세리에A 지배 인정 받다…AIC 선정 베스트11 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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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7 17:51
'모처럼 나폴리 소속으로' 김민재, 세리에A 지배 인정 받다…
AIC 선정 베스트11 영광
[스포티비뉴스=조용운 기자] 나폴리를 통해 괴물 수비수로 입지를 굳힌 김민재(바이에른 뮌헨)가 지난 시즌 이탈리아 세리에A 지배를 인정받았다.
이탈리아축구선수협회(AIC)는 5일(한국시간) 2022-23시즌을 대상으로 한 그란 갈라 델 칼초에서 김민재를 올해의 팀에 포함했다. AIC는 1997년부터 연말에 시즌을 정리하는 시상식을 개최한다. 이번에는 김민재가 활약한 지난 시즌을 기준으로 최고의 활약을 펼친 선수, 감독, 클럽 등을 선정했다.
김민재가 4-3-3 전형으로 이뤄진 세리에A 베스트 11에 이름을 올렸다. 김민재는 프란체스코 아체르비, 알레산드로 바스토니, 페데리코 디 마르코, 덴절 둠프리스(이상 인터 밀란), 테오 에르난데스, 피카요 토모리(이상 AC밀란), 지오반니 디 로렌초(나폴리) 등과 수비수 후보에 포함돼 경쟁했다.
심사 결과 김민재는 디 로렌초, 바스토니, 에르난데스와 함께 4명의 수비수에 당당히 자리했다. 당연한 수순이었다. 김민재는 지난 시즌이 끝나고 세리에A 사무국이 선정한 올해의 수비수상을 거머쥐었다. 리그 차원에서 최고라 엄지를 치켜세웠던 만큼 AIC의 평가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김민재는 고작 1년 뛰고 이탈리아를 정복했다. 지난해 여름 페네르바체(튀르키예)를 떠나 나폴리(이탈리아)로 이적한 김민재는 단숨에 빅리그에서 통하는 수비수가 됐다. 시즌 시작부터 주전을 꿰찬 뒤로 기복 하나 없이 모든 일정을 소화하며 나폴리를 이탈리아 세리에A 정상으로 이끌었다.
나폴리가 세리에A 우승 트로피를 든 건 무려 33년 만이다. 그것도 디에고 마라도나 시절 이후라 상당한 이목을 집중시켰다. 김민재는 수비수였음에도 총 45경기에 나서 2골 2도움으로 공수에 걸쳐 영양가가 높다는 평가를 이끌어냈다.
세부 수치를 보더라도 김민재는 나폴리에서 뛴 35경기에서 3,055분을 소화했다. 수비력과 관련한 기록을 보면 경기당 1.6회 태클, 1.2회 가로채기, 3.5회 클리어링 등 우월한 모습을 보여줘 나폴리 팬들로부터 '철기둥'이라는 칭찬을 들었다.
활약은 1년 내내 이어졌다. 잦은 출장으로 체력이 떨어지는 시점에서도 김민재는 일관성을 잃지 않았다. 나폴리를 통해 검증된 수비력으로 2023년 세계 최고의 센터백으로 입지를 굳혔다. 축구계 개인상 최고 권위인 프랑스풋볼 발롱도르는 지난달 김민재의 나폴리 성적을 발판삼아 전체 22위로 평가했다.
이미 최종 30인에 든 것만으로도 쾌거였다. 발롱도르 시상식에서 수비수는 공격수에 비해 스탯과 같은 수치화를 하기 어려운 포지션이라 그동안 수비수에게는 후한 평가가 이뤄지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아시아 국적의 수비수가 발롱도르 후보에 드는 건 더욱 어려운 일이었다. 이를 처음 해낸 김민재였기에 충분히 만족할 만한 발걸음이었는데 첫 발롱도르에서 22위를 차지해 놀라움을 안겼다.
특히 올해 발롱도르 명단에서 수비수는 김민재를 포함해 후벵 디아스, 요슈코 그바르디올(이상 맨체스터 시티) 등 3명에 불과하다. 그 가운데 김민재가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한 것만 봐도 얼마나 활약이 대단했는지 알 수 있다. 이것 모두 나폴리에서 괴물 같은 경기력을 보여줬기에 가능한 입상이었다.
김민재의 영향력은 상당했다. 김민재가 떠난 이번 시즌 나폴리의 성적이 방증한다. 나폴리는 김민재의 공백을 여실히 느끼며 부진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 주말에도 인터 밀란전 완패로 리그 5위에 머물러 있다. 지난 시즌 공수 완벽에 가까웠던 나폴리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결국 나폴리는 성적 부진에 뤼디 가르시아 감독을 지난달 경질했다. 이어 왈테르 마짜리 감독을 선임했지만, 마짜리 감독은 현재까지 1승 2패로 부진에 빠져 있다.
나폴리의 핵심 자원으로 우승을 달성한 김민재의 등장으로 유럽 이적시장이 들썩였다. 김민재의 바이아웃과 관련한 개인 조건이 알려지면서 여름 내내 빅클럽이 달려들었다. 여름 이적 시장 초반으로 돌려보면 김민재를 원했던 팀들의 면면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부터 수비 보강이 필요했던 파리 생제르맹(프랑스), 맨체스터 시티(잉글랜드) 등 화려했다.
영입전을 초반부터 이끌었던 쪽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다. 에릭 텐 하흐 감독이 김민재를 높이 평가하면서 후방을 책임질 자원으로 평가했다. 라파엘 바란과 리산드로 마르티네스로 주전 조합을 구축했지만 힘과 높이 모두 불안했기에 김민재 접근은 타당했다. 그래서 이적 시장이 열리기 무섭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협상을 완료할 것이라는 소문이 거셌다.
독일 명문 바이에른 뮌헨이 가세하면서 치열한 전쟁이 마무리됐다. 바이에른 뮌헨은 차원이 다른 곳이다. 빅클럽 중에서도 체급차가 확실한 구단이기에 영입전에 가세하자마자 무게추가 급격히 기울었다. 김민재도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하는데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손을 맞잡았다.
바이에른 뮌헨에서도 김민재 독박 수비는 계속되고 있다. 그동안 김민재는 도저히 쉴 수 없었다. 바이에른 뮌헨의 센터백 구성 환경이 문제였다. 올 시즌을 앞두고 김민재와 다요 우파메카노, 마티아스 더 리흐트 등 월드클래스로 센터백을 구성했지만 수적 부족이 문제였다. 부상 변수를 고려하지 않았던 뎁스 문제가 시즌 초반부터 터지면서 김민재 홀로 부담을 지게 됐다.
괴물답게 김민재만 신체적으로 단단함을 유지했을 뿐 우파메카노와 더 리흐트가 돌아가며 다쳤다. 결국 김민재는 매 경기 선발로 나섰고, 90분을 계속해서 소화했다. 오죽하면 김민재의 떨어지는 체력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활약을 꼬집던 현지 매체까지 나서서 혹사 문제를 지적할 정도였다.
그럼에도 A매치를 다녀오고도 김민재는 계속해서 뛰었다. 김민재의 혹사 일정이 18경기 연속 풀타임으로 이어진 가운데 꿀맛 같은 휴식을 보내고 있다. 바이에른 뮌헨이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4경기를 모두 이기면서 16강 진출을 확정한 상황에서 치른 코펜하겐전을 쉬어갔다.
여기에 지난 주말 예정됐던 우니온 베를린과의 분데스리가 경기가 폭설로 연기되면서 다시 한번 휴식을 취했다. 쉴 새 없이 달려오다 열흘가량 푹 쉴 수 있어 괴물의 체력을 다시 충전하기 충분해 보인다.
김민재와 함께 나폴리의 역사적인 우승을 이끈 동료들도 성과를 인정받았다. 김민재의 윗선에서 최후방을 보호하며 공수 연결고리가 됐던 스타니슬라프 로보트카가 미드필드 부문에 선정됐고, 나폴리 공격의 핵심인 흐비차 크바라츠헬리아와 빅터 오시멘도 올해의 팀 한 자리를 확실하게 차지했다. 오시멘은 MVP 격인 올해의 선수상을 받아 2관왕에 올랐다.
나폴리에 우승을 안기고 이탈리아 국가대표팀 사령탑에 임명된 루치아노 스팔레티 감독이 최고의 감독상의 주인공이 됐다. 올해의 세리에A 클럽 역시 나폴리의 몫이었다.
한편 AIC는 지난 시즌을 끝으로 현역에서 은퇴한 잔루이지 부폰에게 레전드 특별상을 수여했다. 부폰은 이탈리아가 낳은 전설적인 골키퍼로 28년을 프로 무대에서 활약했다. 총 975경기에서 505 클린시트의 대기록을 남기며 45세 나이로 현역에서 물러났다.
:: AIC 선정 2022/23시즌 세리에A 올해의 팀
FW : 하파엘 레앙(AC밀란), 빅터 오시멘(나폴리), 흐비차 크바라츠헬리아(나폴리)
MF : 하칸 찰하노글루(인터 밀란), 스타니슬라프 로보트카(나폴리), 니콜라 바렐라(인터 밀란)
DF : 테오 에르난데스(AC밀란), 알레산드로 바스토니(인터 밀란), 김민재(나폴리), 지오반니 디 로렌초(나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