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키움 트레이드 그 후… "이정후 보는 줄 알았네" 이제 황금 지명권 6장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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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7 17:51
LG-키움 트레이드 그 후… "이정후 보는 줄 알았네" 이제 황금 지명권 6장이 남았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이정후 홈런 친 뒤의 모습과 진짜 비슷하다. 이정후 보는 것 같았다"
김성배 '스포타임 베이스볼' 위원은 지난 18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과 롯데의 경기 도중 한 선수의 홈런 스윙을 유심히 지켜보더니 놀라워했다. 트레이드 마감시한을 앞두고 키움이 영입한 이주형(22)이 주인공이었다. 당시 이주형은 8회 롯데를 무너뜨리는 결정적인 3점 홈런을 터뜨리며 팀의 5-4 역전승을 이끌었다.
김 위원은 "홈런을 친 뒤 전체적인 타격의 그림이나 팔로스윙이 이정후와 비슷하다"고 미소를 지었다. 실제 이날 이주형의 팔로스윙은, 유니폼의 등번호와 이름을 가리거나 혹은 멀리서 봤을 때는 이정후의 그것과 비슷한 구석이 있었다. 물론 종합적인 능력을 이정후와 비교하기에는 아직 한참 더 검증의 시간이 필요하지만, 그런 재능이 번뜩였다는 자체는 키움 팬들의 기대를 자아내기 충분하다.
이번 트레이드 마감시한을 앞두고 터진 가장 큰 트레이드는 역시 7월 29일 LG와 키움의 거래였다. 올해는 기필코 우승을 차지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뭉친 LG는 올 시즌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었던 최원태를 영입해 마지막 문제로 여겼던 토종 선발진을 보강했다. 대신 키움은 미래를 기약하는 듯 보였다. 키움은 이주형과 투수 김동규, 그리고 2024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을 얻었다. 현찰을 주고 어음을 받아왔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키움의 사정은 다소 복잡했다. 지난해 구단 역사상 첫 한국시리즈 우승 대업을 코앞에 두고 아쉬움을 삼켰던 키움은 올 시즌을 앞두고 제법 많은 돈을 썼다. 프리에이전트(FA) 및 퓨처스 FA 시장에서 원종현 이형종을 차례로 영입했다. FA 시장에서의 '영입'과는 큰 인연이 없었던 팀이라 의외라는 반응이 있었다. 결국 올 시즌 뒤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한 이정후가 있을 때 한국시리즈 우승을 위해 마지막으로 달려보자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시즌 초반 팀이 전체적으로 부진에 빠졌고, 이정후마저 후반기 시작하자마자 발목 부상으로 이탈해 사실상 시즌 아웃 판정을 받자 기조가 달라졌다. 목표로 했던 한국시리즈 우승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계산이 서자 재빠르게 방향을 선회했다. FA 자격이 얼마 남지 않은 최원태를 팔고, '포스트 이정후' 시대에 대비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다만 키움은 당시 이주형을 영입한 것을 두고 "현재에도 대비했다"고 강변했다. 이주형이 지금도 좋은 활약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었다. 부상으로 빠진 이정후의 대체자로 생각했다. 물론 좋은 잠재력을 가진 유망주는 맞았다. 하지만 검증된 건 없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자, 생각보다 이주형이 이정후의 공백을 잘 메워주고 있다. 적어도 공격에서는 그렇다.
LG 외야에서는 자리가 없었지만 키움은 다르다. 안정적인 출전 시간을 얻자 그간 더그아웃과 2군에 숨어 있던 타격 재능이 빛나고 있다. 이주형은 키움 이적 후 26경기에서 타율 0.330, 4홈런, 20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890을 기록 중이다. 통계전문사이트 '스탯티즈'가 집계한 조정득점생산력(wRC+)은 148.7에 이른다. 올해 부상 전 이정후의 이 수치가 144.9였다.
이주형이 이정후만한 선수라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이정후의 공격적 공백은 상당 부분 메워주고 있다는 판단이 가능하다. 키움의 '현재론'은 허언이 아니었던 셈이다.
이주형은 좋은 스윙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다. 눈도, 임팩트도 좋다. 아직 경험적인 측면이 다소 부족하지만 이는 시행착오를 겪으며 서서히 풀어나갈 수 있는 문제다. 그 시행착오의 시간이 조금 길다 하더라도 이제 22살의 선수다. 게다가 이미 군 문제까지 해결했다. 야구만 보고 달리면 된다. 여러모로 뜻대로 되는 게 없었던 키움 팬들의 올 시즌 위안일 만하다.
그리고 키움은 아직 그간 부지런히 긁어모은 지명권이 남아있다. 오는 9월 열릴 2024 KBO 신인드래프트에서 3라운드까지만 6장의 지명권을 가지고 있다. 자신들에게 원래 주어진 3장에 트레이드로 3장을 얹었다. 상위 30명 중 6명(20%)을 키움이 가져간다. 상위 지명권이 많아 키움은 전략을 짜기도 용이하다. 타 팀들이 키움의 행보를 유심히 지켜보는 건 다 이유가 있다.
지난해 LG 스카우트로 재직해 현재 아마추어 사정에 밝은 김용의 '스포타임 베이스볼' 위원은 "작년에 스카우트들끼리 이야기를 할 때 올해(2023년 신인드래프트)보다는 내년(2024년 신인드래프트) 풀이 더 좋다고 했었다. 원래는 시장 수준이 비슷하다고 봤는데, 겨울이 지나고 봄에 들어서기 시작하면서 김택연 등 급성장하는 선수들이 속출하더라. 지난해는 메이저리그 갈 선수, 김서현 윤영철 이런 식으로 딱 정해져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은 "반대로 올해는 3학년이 됐을 때 더 성장한 선수들이 있다. 기존 2학년 때까지 잘했던 선수가 어느 정도 기량을 유지하고 있고, 그간 못 보여준 선수들이 1라운드급 선수들만큼 급성장을 해버리니 올해 시장이 작년에 비해 더 좋아진 것"이면서 "고등학교 시장이 너무 풍부하다보니 대학 2~4학년 투수들도 좋은 선수들이 많은데 그늘에 가려졌다"고 시장 상황을 짚었다. 특히, 투수 시장은 지난해보다 훨씬 더 풍족하다는 게 대세적인 평가다.
키움은 지난해 한국시리즈 준우승 팀으로 전체 9번 지명권을 가지고 있다. 타 팀으로부터 지명권을 얻지 못했다면 상대적으로 후순위 지명이라는 불리한 여건이었다. 그런데 LG의 전체 8번 지명권, KIA의 전체 16번 지명권, 그리고 삼성의 24번 지명권을 손에 넣으면서 준척급 선수들이 다 쓸어 담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미 키움이 1~2년 전부터 올해 드래프트 전략을 대략적으로 마무리하고 지명권 확보에 나섰다는 시각도 있다. 2023년 클래스보다 올해 클래스가 더 낫다는 판단을 했다는 것이다. 물론 장현석의 메이저리그 진출로 순번이 하나씩 밀린다는 점은 키움에 좋지 않은 소식이다. 그럼에도 3라운드까지 6장의 지명권은 배가 부르다.
신인드래프트 지명이 모두 성공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잘 뽑기도 해야 하고 잘 키우기도 해야 한다. 그리고 그 성과는 내년이 아닌 3~4년 뒤부터 나타나기 시작할 것이다. 인내는 필요하다. 그럼에도 키움이 '포스트 이정후-최원태' 시대를 착실히 준비하고 있는 건 분명해 보인다. 게다가 이주형은 벌써부터 증명 중이다. 5년 뒤 이 트레이드가 어떻게 기억될지도 흥미로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