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억 투자해 9홈런, 치명상 입은 한화…26살 외국인에 사활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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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7 17:51
17억 투자해 9홈런, 치명상 입은 한화…26살 외국인에 사활 걸었다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한화 이글스는 올해 새 외국인 타자 요나단 페라자(26)에게 사활을 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페라자가 터지지 않으면 그동안의 투자가 헛수고가 될 수 있어서다.
한화는 지난해 11월 19일 일찍이 페라자와 계약을 매듭짓고 발표했다. 계약규모는 계약금 20만 달러, 연봉 60만 달러, 옵션 20만 달러 등 총 100만 달러(약 13억원)였다. 신규 외국인 선수에게 줄 수 있는 최고 금액으로 페라자를 향한 구단의 기대를 엿볼 수 있었다.
한화는 지난해 외국인 타자 때문에 시즌 내내 골머리를 앓은 팀이었다. 브라이언 오그레디(90만 달러)에 대체선수 닉 윌리엄스(45만 달러)까지 2명에게 135만 달러(약 17억원)를 썼는데, 두 선수 통틀어 홈런 9개를 쳤다. 오그레디는 리그 적응만 하다 떠나 홈런을 단 하나도 치지 못했고, 시즌 도중 영입한 윌리엄스가 그나마 9개를 날려 한화의 체면을 살려줬다.
그렇다고 윌리엄스가 합격점을 받을 성적을 낸 것도 아니었다. 윌리엄스는 68경기에서 타율 0.244(258타수 63안타), 9홈런, 45타점, OPS 0.678을 기록했다. 오그레디는 22경기 타율 0.125(80타수 10안타), 8타점, OPS 0.337로 더 나빴다.
냉정히 실패한 투자였다. 둘 다 외국인 타자에 걸맞은 성적을 내지 못한 것은 물론이고, 리그 평균에도 미치지 못했다. 한화는 홈런왕 노시환이 31홈런, 101타점 맹타를 휘두르고, 지난겨울 6년 90억원에 영입한 FA 채은성이 23홈런, 84타점 활약을 펼쳤는데도 이들과 시너지를 낼 외국인 타자의 부재로 정규시즌 9위에 그쳤다.
한화는 그래서 올해 외국인 타자 영입에 사활을 걸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가 끝나자마자 페라자와 계약을 발표한 데서 자신감이 엿보였다. 계약 금액도 마찬가지. 실제로 페라자는 KBO리그 다른 구단과 경쟁이 붙었을 정도로 좋은 원석이었고, 26살 어린 나이에 에너지도 넘쳐 최근 한화의 팀 색깔과도 잘 맞을 선수로 평가받았다.
한화는 페라자를 영입하면서 "페라자는 베네수엘라 출신의 코너 외야수다. 우투의 스위치히터다. 키 175㎝, 몸무게 88㎏으로 체격은 작지만 탄탄한 체형에 빠른 배트스피드를 바탕으로 강한 타구를 생산하는 중장거리 유형의 타자다. 또한 열정적인 플레이 스타일로 젊은 팀 분위기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만족감을 표현했다.
페라자는 어릴 때부터 두각을 나타낸 유망주였으나 메이저리그는 경험하지 못했다. 페라자는 17살이었던 지난 2015년 미국 메이저리그 구단인 시카고 컵스가 무더기로 계약한 국제 유망주 가운데 한 명이었다. 페라자는 당시 컵스와 130만 달러에 계약했고, 포지션은 유격수였다.
페라자는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마이너리그에서 7시즌을 뛰었다. 마이너리그 통산 533경기에서 타율 0.272(1988타수 540안타), 67홈런, 292타점, OPS 0.811을 기록했다. 마이너리그에서 가장 높은 수준인 트리플A까지는 승격됐으나 빅리그라는 마지막 관문을 끝내 넘지 못했다. 트리플A에서는 121경기에서 타율 0.284, 장타율 0.534, 23홈런, OPS 0.922를 기록했다. 마이너리그에서 보여준 장타력이면 한국에서 노시환, 채은성 등과 중심타자를 구축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한화는 페라자 외에도 타선을 강화할 카드를 추가했다. 올겨울 FA 시장에서 내야수 안치홍을 4+2년 총액 72억원에 영입해 타선이 한 층 더 묵직해졌다. 안치홍은 한 시즌에 많으면 20홈런 이상도 칠 수 있는 타자다. 30대에 접어들면서 홈런 수가 줄긴 했어도 두 자릿수 홈런에 70~80타점은 기대할 수 있는 타자다. 또 콘택트 능력에 강점이 있어 타선에 충분히 짜임새를 더할 수 있다. 통산 성적은 1620경기, 타율 0.297(5677타수 1687안타), 140홈런, 843타점이다. 2차 드래프트에서는 풀타임은 어려워도 승부처에서 한 방이 있는 베테랑 외야수 김강민을 영입하면서 뎁스를 더 두껍게 했다.
한화는 꽤 오랜 기간 웅크리고 있었다. 가까이 2020년부터 성적을 살펴봐도 늘 최하위권이었다. 2020, 2021, 2022년까지 3년 연속 10위에 머물렀고, 지난해 9위로 한 계단 올라섰다. 대신 문동주, 남지민, 김기중, 김서현, 황준서 등 좋은 영건들을 꾸준히 수집할 수 있었고, 차세대 4번타자로 평가받는 노시환도 키워냈다. 이들이 전성기 나이를 맞이하면 한화는 더 무서운 팀이 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중심을 잡아 주는 이들이 더 탄탄해야 한다. 채은성, 안치홍에 페라자까지 한화가 최근 2년 동안 타선 보강에 힘을 쏟은 이유다. 페라자는 구단의 기대에 부응하며 한화의 외국인 타자 잔혹사를 끊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