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레나 교체 트럭 시위' 어수선한 흥국생명 대역전패, 3연승 끝…GS칼텍스 2연승 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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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7 17:51
'옐레나 교체 트럭 시위' 어수선한 흥국생명 대역전패, 3연승 끝…GS칼텍스 2연승 질주
[스포티비뉴스=장충, 김민경 기자] 흥국생명이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3연승 행진을 마감했다.
흥국생명은 17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시즌 V리그 여자부' GS칼텍스와 4라운드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1-3(28-26, 21-25, 25-27, 21-25)으로 역전패했다. 2위 흥국생명은 시즌 6패(18승)째를 떠안으면서 승점 50에 머물렀고, 3위 GS칼텍스는 2연승을 달리며 시즌 성적 15승9패, 승점 43을 기록했다. 흥국생명과 GS칼텍스의 거리는 승점 7점차까지 좁혀졌다.
GS칼텍스는 확실한 주포 지젤 실바의 활약 덕분에 웃었다. 실바는 두 팀 통틀어 가장 많은 37득점을 기록했다. 강소휘가 21득점으로 뒤를 받쳤고, 권민지가 8점, 유서연이 8점을 보탰다.
흥국생명은 김연경이 23득점을 기록하며 분투했고, 레이나 17점을 올렸다. 옐레나는 12점을 뽑으면서 공격성공률 37.04%를 기록했다.
◆ '부진한 옐레나' 팬들의 강력한 교체 요구…트럭시위까지
흥국생명 팬들은 부진한 외국인 선수 옐레나 므라제노비치를 교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최근 흥국생명 본사에 항의 메시지를 담은 트럭을 보내 옐레나 교체를 주장하는 시위도 있었다. 팬들은 트럭에 '무성의하고 불성실한 경기 태도, 감정조절 불가, 팀 분위기 침체, 형편없는 경기력, 멀어지는 정규리그 1위' 등의 내용으로 옐레나를 저격했다.
옐레나의 올 시즌 성적을 살펴보면 팬들의 반감이 클 만했다. 팀의 주요 득점원이 돼야 하는 아포짓인데 전혀 결정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직전 2경기 내용이 특히 나빴다. 옐레나는 지난 7일 페퍼저축은행전에서 21점을 뽑았으나 공격성공률 28.33%에 그쳤고, 12일 도로공사전에서는 8득점, 공격성공률 20%로 더 부진했다. 흥국생명은 옐레나의 부진과 별개로 3연승을 달리긴 했지만, 선두 현대건설과 격차를 좁히려면 더 강력한 공격수가 필요하다고 팬들은 주장하고 있다.
마르첼로 아본단자 흥국생명 감독도 팬들의 답답한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옐레나를 교체할 뾰족한 수가 없는 현실을 짚었다.
아본단자 감독은 이날 경기에 앞서 "당연히 선수 경기력이 안 좋으면 (팬들이) 이야기할 수 있다. 다만 여기(한국)는 시장이 열려 있지 않다. 선수를 데려오고 싶다고 마음대로 데려올 수 없다는 게 다른 리그와 차이점이다. 다른 리그는 선수의 경기력이 안 좋으면 바로 교체하거나 벤치 선수들과 경쟁으로 개선이 되는데, 한국은 외국인 선수가 딱 한 명밖에 없다. 시스템도 FA가 아니라서 오픈이 안 돼 있다. 그런 점에서 (교체는) 한계가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옐레나의 분발을 촉구했다. 아본단자는 "조금 더 나은 경기력을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시작은 괜찮았는데, 2라운드부터 경기력이 떨어지고 있다. 오늘(17일)도 팀을 조금 더 도와줬으면 좋겠다. 좋은 결과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김연경이 좋은 선수고 해결사이지만, 계속 그럴 수는 없다. 아포짓에서 해결이 안 되는 걸 중앙을 조금 더 쓰는 등의 방법으로 나눠야 할 것 같다"고 힘줘 말했다.
GS칼텍스는 그런 흥국생명에게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 올 시즌 상대전적은 흥국생명이 2승1패로 앞섰지만, GS칼텍스의 최근 기세와 분위기가 좋았다. GS칼텍스는 지난 13일 IBK기업은행과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1-2로 밀리다 4, 5세트를 내리 잡아 대역전승을 거뒀다.
차상현 GS칼텍스 감독은 "그만큼 봄배구를 가고자 하는 선수들의 마음이 컸다. 흐름을 봤을 때는 (IBK기업은행에) 완전히 다 넘어간 흐름이었는데, 실바의 서브가 마지막에 터지면서 풀세트까지 갔다. 많이 이겨 보기도, 져 보기도 했지만 트레블(2020~2021시즌 여자배구 최초 컵대회, 정규시즌 1위,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달성했을 때보다 더 좋았다. 분위기가 다 넘어갔는데도 승기를 잡아 한숨 돌릴 수 있었다"며 그날의 기운을 계속 이어 가길 바랐다.
◆ 1세트 어렵게 잡고 와르르…GS칼텍스에 발목 잡혔다
흥국생명은 일단 옐레나를 벤치에 두고 1세트를 시작했다. 아포짓 자리에 김미연을 두고 아웃사이드히터 김연경과 레이나에게 공격을 맡겼다. 1세트 레이나가 7득점, 김연경이 6득점으로 분전하면서 듀스 접전까지 끌고 갔다. 25-25까지 팽팽한 상황. 21-21에서 교체 투입된 옐레나가 강소휘의 오픈 공격을 가로막으면서 분위기를 띄웠다. 26-26에서는 김연경이 퀵오픈에 성공했고, 27-26에서 GS칼텍스 유서연의 공격을 디그한 뒤 레이나가 퀵오픈에 성공하면서 28-26으로 세트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옐레나는 블로킹 포함 2득점을 기록하며 조금이나마 힘을 보탰다.
2세트는 GS칼텍스의 일방적인 흐름이었다. 4-5에서 레이나의 백어택이 아웃되고, GS칼텍스 오세연의 서브 에이스가 터지면서 분위기가 넘어가기 시작했다. 이어 유서연에게 오픈 공격까지 허용하면서 4-8 더블스코어가 됐다. GS칼텍스 주포 실바는 2세트에만 9점을 뽑으며 펄펄 날았고, 좀처럼 벌어진 격차는 좁혀지지 않았다. 아본단자 감독은 7-12에서 김미연 대신 옐레나를 아포짓으로 투입하면서 변화를 꾀했으나 뒤집기는 역부족이었다. 대신 옐레나가 2세트 5득점, 공격성공률 50%로 괜찮은 컨디션을 보여준 데 만족해야 했다.
아본단자 감독은 3세트부터 옐레나가 시작부터 경기에 뛰도록 했다. 앞선 세트의 활약을 믿고 내보낸 것. 18-18로 팽팽한 상황에서 레이나가 퀵오픈 공격에 성공하고, 옐레나가 서브 에이스를 기록하면서 20-18로 달아나기 시작하면서 3세트는 분위기 반전에 성공하는 듯했다. 그러나 GS칼텍스의 반격이 만만치 않아 또 한번 듀스가 됐고, 25-25 이후 레이나의 공격이 각각 유서연과 권민지에게 가로막히면서 25-27로 세트를 뺏겼다.
흥국생명은 4세트에도 실바의 벽을 넘지 못했다. 12-12에서 실바에게 서브 에이스를 허용하고, 실바에게 백어택까지 내주면서 12-14로 벌어지기 시작했다. 김연경이 분전했으나 레이나의 공격이 초반만큼 잘 들어가지 않았고, 옐레나 쪽도 신통치 않으니 자꾸 GS칼텍스에 끌려갔다. 끝내 돌파구를 찾지 못한 흥국생명은 실바의 맹공격에 고개를 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