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를 이끄는 로베트로 만치니(이탈리아) 감독이 한국을 상대로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16강 승부차기 도중 경기장을 떠난 것에 관해 사과했다.

사우디는 31일(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한국과 아시안컵 16강전에서 정규시간 동안 1-1 무승부를 거둔 뒤 이어진 승부차기에서 2-4로 패배, 탈락의 쓴맛을 봤다.

사우디는 전반을 0-0으로 마친 뒤 후반 시작 1분 만에 선제골을 터트리며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이어 후반 45분이 다 지날 때까지 1골 차 리드를 유지한 채 승기를 잡는 듯했다. 그러나 경기 종료를 앞둔 후반 추가시간 9분 조규성(미트윌란)에게 동점골을 헌납하며 흐름을 다시 내주고 말았다. 결국 연장전까지 120분 승부가 모두 끝난 뒤 승부차기에서 3번 키커와 4번 키커가 연달아 실축, 아쉽게 무릎을 꿇고 말았다.

그런데 경기 후 사우디 사령탑인 만치니의 행동이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만치니 감독은 승부차기 스코어 2-3으로 뒤진 상황에서 사우디의 4번 키커 압둘라흐만 가리브(알 나스르)가 실축을 하자 곧바로 그라운드를 떠났다. 가리브가 슈팅을 차기 전까지는 코칭스태프 및 선수들과 함께 벤치 앞에서 어깨동무를 하고 있던 만치니였으나, 실축이 나오자 클린스만 감독과 인사도 나누기 전에 그라운드를 빠져나간 것이다. 만치니 감독이 경기장 터널을 향해 라커룸으로 가는 모습이 중계화면에 포착되기도 했다.

만치니 감독은 세계적인 명장으로, 연봉 역시 약 430억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만치니 감독이 아직 완전히 경기가 다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사실상 포기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 것이다. 사실상 이른바 게임상에서 'GG(Good Game)'를 친 거나 다름없었다. '이는 사우디아라비아 대표팀은 물론, 국민을 향한 예의도 아니었다. 더 나아가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과 경기 전 인사를 나누긴 했지만, 그래도 클린스만 감독을 전혀 생각하지 않은 행동이었다. 경기가 끝난 뒤에는 양팀 사령탑이 승패와 관계없이 만나 악수를 나누는 게 축구계에서는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예의로 통한다.

이와 관련해 AFP 등 외신에 따르면 만치니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을 통해 "(경기가 끝나지 않았는데 경기장을 먼저 떠난 것에 대해) 사과한다. 나는 경기가 끝난 줄 알았다"며 그 누구도 존중하지 않거나 무시하려는 의도는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나는 모든 사우디 선수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다. 그들은 현재 많이 발전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하나의 팀이지만, 더욱 발전해야만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면서 다음을 기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