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들 이겨라, 단 1명도 낙오 말길"…비장한 국민타자, 첫날 배팅볼부터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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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7 17:51
"선배들 이겨라, 단 1명도 낙오 말길"…비장한 국민타자, 첫날 배팅볼부터 던졌다
[스포티비뉴스=시드니(호주), 김민경 기자] "한 가지만 당부하고 싶다. 이번 스프링캠프를 주전들은 자리를 지키는, 젊은 선수들은 선배들을 이기는 기회로 삼았으면 좋겠다."
두산 베어스는 1일 호주 시드니 블랙타운에 있는 블랙타운야구장에서 본격적으로 스프링캠프를 시작했다. 이승엽 감독은 2024년 시즌의 시작을 알리며 선수들에게 '경쟁'을 강조했다. 주전들은 자리를 지키기 위해, 젊은 선수들은 선배들을 넘어서기 위해 구슬땀을 흘려주길 요청했다. 건강한 경쟁 속에 더 강한 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이 감독은 지난해 두산 사령탑으로 부임해 가을야구에 진출하는 성과를 냈다. 2022년 창단 역대 최저 순위인 9위에 그쳤던 두산을 다시 새로운 강팀으로 만들고자 했고, 74승68패2무로 정규시즌 5위에 올랐다. 단 한 경기 만에 가을야구에서 탈락하는 바람에 박수보다는 아쉬운 목소리를 더 들어야 했지만, 이 감독은 겸허히 질책을 받아들이고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기 위한 자양분으로 삼기로 했다.
그러려면 지난해보다 선수층이 훨씬 탄탄해져야 한다. 주장 양석환을 중심으로 베테랑 양의지, 김재환, 허경민, 정수빈 등이 든든한 버팀목이 되겠지만, 이들의 입지를 흔들 수 있는 두산의 다음 세대들이 지금보다는 훨씬 더 성장해야 한다. 박준영, 김대한, 이유찬, 홍성호, 박지훈, 오명진, 김민혁, 전다민 등 주전 경쟁을 펼칠 백업급 선수들이 다수 시드니행 티켓을 손에 쥔 이유다.
투수들도 새로운 얼굴을 더 확인하고자 한다. 국내 선발 경쟁은 어느 해보다 치열할 전망이다. 최원준을 비롯해 이영하, 김동주, 김민규, 박신지, 김유성 등이 선발 경쟁을 펼칠 전망이고, 올해 신인 최고 대우를 받은 투수 김택연도 필승조 한 자리를 얻기 위해 눈을 반짝이고 있다. 최종인, 최준호, 최지강, 백승우 등 영건들도 호시탐탐 빈틈을 노리고 있다.
이 감독은 그런 선수들에게 "한 가지만 당부하고 싶다. 이번 스프링캠프를 주전들은 자리를 지키는, 젊은 선수들은 선배들을 이기는 기회로 삼았으면 좋겠다. 경쟁이 붙어야 좋은 팀이 된다. 기회는 자주 오지 않는다. 엔트리가 28명으로 정해진 만큼 젊은 선수들은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줬으면 한다. 프로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많은 코치진이 여러분을 도와주기 위해 여기 있다. 책임감, 자신감을 갖고 단 1명의 낙오도 없이 미야자키까지 함께 가길 바란다"고 힘줘 말했다.
올해부터 두산과 함께하게 된 박흥식 수석코치 역시 "단순한 노력이 아닌 죽기 살기로, 벼랑 끝에 서 있다고 생각하며 절실하게 도전해 주길 바란다. 그래야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감독은 경기장 이곳저곳을 다니며 투수와 야수들의 컨디션을 두루 살폈다. 불펜 피칭장에서는 이영하, 이병헌, 김유성 등이 투구하는 장면을 유심히 지켜봤고, 배팅 케이지 뒤에서는 야수들의 타격을 꼼꼼히 살폈다.
왼손 배팅볼이 필요할 때는 이 감독이 직접 나서기도 했다. 이 감독은 "공을 던질 왼손 배팅볼 투수가 마땅하지 않았다"고 했지만, 이 감독이 직접 던진 공을 치는 타자들을 훨씬 더 높은 집중력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김민혁과 장승현 등이 이 감독의 배팅볼에 타격하는 영광을 안았다.
두산 관계자들은 이날 선수단 전체 훈련을 지켜보면서 "선수들이 겨울 동안 착실히 몸을 잘 만들어 온 게 느껴진다. 훈련 진행 단계만 봐도 알 수 있지 않나"라며 만족감을 보였다.
이 감독은 올해 캠프를 맞이하면서 투수는 5선발과 마무리 경쟁, 야수는 내야 세대교체를 주요 키워드로 꼽았다. 이 감독은 첫날 훈련을 지켜본 뒤 "다들 잘 준비한 것 같다"며 스프링캠프 안에 주요 키워드를 충족할 수 있는 얼굴들이 정해질 수 있을지 기대감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