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서 잡혀주겠지" 예상 완전히 틀렸다…고우석 친정 팀에 혼쭐, 마지막 오디션 통과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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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8 22:00
"알아서 잡혀주겠지" 예상 완전히 틀렸다…고우석 친정 팀에 혼쭐, 마지막 오디션 통과했을까
[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우리 선수들이 다 알아서 잡혀주지 않을까."
LG 염경엽 감독은 1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2024 메이저리그 월드투어 서울 시리즈 스페셜게임'을 앞두고 고우석의 등판을 예상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고우석은 이번 서울 시리즈에 앞서 택시스쿼드 5인을 포함한 31인 로스터에 속해 한국행의 꿈을 이룰 수 있었다. 그러나 아직 개막전 등판은 장담할 수 없다. 26인 로스터를 정리하는 작업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고우석은 16일 샌디에이고의 고척돔 두 번째 훈련을 마치고 취재진과 만나 서울 시리즈 참가라는 첫 번째 목표는 이뤘지만 아직 안심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출발하기 하루인가 이틀 전에 로스터가 나온다고 해서, 나는 26인 얘기인 줄 알고 있었다. 감독님이 부르셔서 통역(레오 배) 형이랑 같이 긴장하면서 갔었다. 그런데 축하한다고, 한국은 같이 간다고 하셔서 이제 하나 남았구나 싶었다. 사실 무조건 한국은 가야한다, 어떻게든 한국은 가자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제는 26인 안에 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로스터 진입을 확신하느냐는 질문에는 "확신은, 잘 모르겠다. 되면 되는 거고, 안 되면 또 들어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른 환경 다른 리그 다른 수준이라서 그렇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나의 공을 계속 더 발전시키려는 생각은 변함 없다. 계속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고우석은 17일 샌디에이고와 팀 코리아의 경기에 등판하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18일 '친정 팀' LG전 등판이 예상됐고 실제로도 그랬다. 고우석은 샌디에이고가 5-2로 3점 앞선 세이브 상황에서 9회 마운드에 올랐다. 시범경기를 포함해도 고우석이 9회에 등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친정 팀 상대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었다.
염경엽 감독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오지환도 고우석에게 따로 연락해 "헛스윙 3번 할테니 가운데 던져"라고 농담으로 격려 메시지를 전했다고 했는데, LG 선수들은 고우석을 만나 진심으로 맞섰다. 고우석이 마운드에 올라오자 박수로 맞이했는데, 선두타자 박해민이 중전안타를 날리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이제는 서로의 경쟁으로 바뀌었다.
고우석은 두 번째 타자 신인 김현종을 헛스윙 삼진으로 잡았다. 그러나 바로 다음 타자 이재원에게 왼쪽 담장을 넘는 2점 홈런을 허용했다. 고우석은 2020년 청백전에서도 이재원에게 잠실구장 첫 홈런을 안긴 적이 있다. 그때는 웃으며 넘길 수 있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이재원도 1군 기회를 잡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는 처지. 고우석 상대로 '잡혀 줄' 여유는 없었다.
고우석은 이후 손호영을 삼진, 구본혁을 3루수 직선타 처리하며 남은 아웃카운트 2개를 잡고 1이닝 2실점 세이브를 기록했다. 그러나 코칭스태프에게 확신을 주지는 못했다. 경기 후 마이크 실트 감독은 "고우석도 잘하고 싶었을 것이다. 어쨌든 반등해서 세이브에 성공했다. 로스터 진입 여부는 다저스전을 앞두고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제 고우석이 뭔가 증명할 기회는 없다. 다만 코칭스태프의 판단만 남았다.
몸에는 문제가 없었다. 18일 LG전에서 고우석의 패스트볼은 시속 93.6마일(약 150.6㎞)부터 94.9마일(152.7㎞)로 나타났다. 13일 시범경기에서 최고 구속이 93마일(149.6㎞)에 그친 것은 측정 오류로 보인다. 고우석은 16일 인터뷰에서 13일 구단으로부터 받은 자료에는 94, 95마일이 나왔다고 했다.
한편 염경엽 감독은 고우석에게 '더 성장할 수 있는 선수'라는 격려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야구는 갑자기 뭔가를 바꾸기 어려운 스포츠다. 자기가 해왔던 것에서 계속 성장해야 한다. 고우석은 아직 완성된 선수가 아니라 성장하는 선수다. 스스로 준비해야 할 것들, 갖춰야 할 것이 무엇인지 고우석이 분명히 잘 알고 있다. 올 시즌은 그런 것들을 채우다 보면 더 성장하고, 메이저리그에 적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올해보다는 내년에 더 기대를 하고 준비하는 것이 고우석이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하는 좋은 길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