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와" 이강철 격분, 급기야 선수단 철수까지…판정 번복됐는데 경기 중단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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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06 03:00
"들어와" 이강철 격분, 급기야 선수단 철수까지…판정 번복됐는데 경기 중단 왜?
[스포티비뉴스=잠실, 윤욱재 기자] "야! 들어와"
이강철 KT 감독이 격분했다. 무슨 이유 때문일까. KT와 LG가 만난 4일 잠실구장. 7-7로 맞선 8회초 KT의 공격이었다. 타석에는 황재균이 들어섰다. 2사 주자 없는 상황에 나온 황재균은 이지강을 상대했고 3루 방면으로 타구를 날렸다. 타구는 3루수 문보경의 글러브를 맞고 좌측 외야 파울 라인 밖으로 빠져 나갔다. 3루심이 내린 최초 판정은 파울이었다. 그러나 KT가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고 결과는 페어로 번복됐다. 타구가 파울 라인 안쪽으로 베이스를 통과했다는 판단이었다.
KT 입장에서는 파울에서 페어로 번복되면서 최상의 결과를 얻은 듯 했다. 그러나 이내 이강철 KT 감독과 황재균의 표정은 차갑게 식었다. 당초 2루타를 기대했지만 1루타로 선언이 됐기 때문이다. 경기 막판 동점 상황에서 주자가 득점권에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차이가 크다.
그러자 이강철 감독이 덕아웃에서 나와 심판진에 항의했다. 충분히 2루타가 될 수 있는 타구가 아니냐는 것이었다. 이른바 주자 재배치에 대한 항의였다.
심판진은 이강철 감독에게 퇴장을 명령했다. 올 시즌 1호 퇴장이었다. KBO 규정 제 28조 비디오 판독 12-4항에 따르면 '주자의 위치 배정이나 주자 아웃 선언, 득점 및 득점 무효에 대한 심판팀장의 결정은 최종이며 양 구단에 구속력을 갖는다. 이에 대해 논란하거나 항의하는 감독 및 구단 관계자에게는 퇴장을 명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강철 감독은 격분했고 주자로 나가려던 황재균에게 "야, 들어와"라고 지시했다. 황재균은 물론 1루와 3루에 있던 주루코치도 덕아웃으로 들어왔다. 이른바 선수단을 그라운드에서 철수하면서 항의의 제스처를 취한 것이다. 물리적인 충돌은 없었지만 KT 선수단과 심판진이 대치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렇게 경기는 5분간 중단됐다. KBO 공식 기록에는 오후 9시 46분부터 51분까지 경기가 중단된 것으로 남았다. 결국 KT가 판정 결과를 받아들이면서 황재균이 1루로 나갔고 경기는 재개됐다.
타구의 코스로 보면 좌익선상 2루타로 기록될 만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KBO 비디오 판독센터는 타구가 3루수 문보경의 글러브에 맞고 좌측 외야에 있는 방수포 쪽으로 향한 것을 주목했다. KBO는 "비디오 판독센터에서 전체적인 영상을 보고 공이 방수포 쪽으로 갔을 때 황재균이 2루까지 가지 못할 상황이라 판단해 현장에 있는 심판위원에게 전달했다. 심판팀장은 비디오 판독센터의 의견을 수용해서 최종 1루로 판정했다"라고 밝혔다.
KT는 끝내 2사 1루 상황에서 득점을 올리지 못했다. 문상철이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나면서 이닝이 종료된 것이다.
그럼에도 KT는 승부의 끈을 놓지 않았다. 감독이 퇴장을 당하는 어수선한 상황에서도 KT는 연장 10회초 김민혁의 좌전 적시 2루타로 결승점을 뽑았다. 경기는 KT의 8-7 승리로 끝났다. 9회말에 등판한 마무리투수 박영현은 2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 막으면서 LG의 추격을 완벽하게 봉쇄했다.
감독의 퇴장이 선수단의 투지를 깨운 것일까. KT는 LG를 1점차로 제압하고 귀중한 1승을 추가했다. KT의 시즌 전적은 3승 9패. 이날 승리로 최하위에서 탈출해 8위로 올라섰다. 당초 강력한 우승후보 중 하나로 꼽혔던 KT이기에 의외의 결과라 할 수 있다. 그러나 KT는 지난 해에도 최하위로 출발해 정규시즌을 2위로 마쳤던 팀이다. 그 어느 팀보다 강한 '뒷심'을 가지고 있다.
마침 이날 KT는 간판타자 강백호를 포수로 기용하는 승부수를 띄우기도 했다.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포수로 선발 출전을 한 강백호는 선발투수로 나온 우완 신인 원상현과 배터리 호흡을 맞췄고 패스트볼로 3루주자의 득점을 허용하는 실수를 하기도 했지만 경기를 끝까지 소화하면서 짜릿한 1점차 승리와 함께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