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분 따라 몸값 요동… ‘우승 수훈갑’ 라건아, 다음 행보에 쏠린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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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23:00
신분 따라 몸값 요동… ‘우승 수훈갑’ 라건아, 다음 행보에 쏠린 눈
KBL, 계약 만료 앞두고 국적 논의
리그선 여전히 외국인 대우받아
국내선수 인정 땐 ‘외인 3명’ 효과
형평성 시비 불거질 가능성 농후
외인 신분 유지 땐 영입 안 될 수도
외국인인가 한국인인가. 2023~2024시즌 프로농구 부산 KCC를 우승으로 이끈 라건아(35)는 어디로 갈까.
라건아와 대한농구협회, KBL, KCC까지 엮인 ‘4자 계약’이 이달 말 종료된다. 이에 KBL은 조만간 라건아의 신분에 대해 논의하는 이사회를 연다. 8일 KBL 관계자는 “아직 날짜가 정해지지 않았다”며 “이 자리에서 라건아의 결론이 곧바로 나진 않겠지만 신분을 정리하기 위해 필요한 내용을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1989년 미국에서 태어난 라건아는 2012∼2013시즌 리카르도 라틀리프라는 이름으로 울산 현대모비스에 입단하며 리그를 호령했고, 2018년 특별귀화를 통해 한국 국적도 함께 갖게 돼 ‘용인 라씨’의 시조가 됐다. 한국인이 됐지만 리그에서는 이방인이었다. KBL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 투표에서도 외국인으로 분류됐고, 소속팀도 아시아쿼터를 제외하고 1명의 외국인만 코트를 밟을 수 있다는 KBL 룰도 적용받았다.
2018년 4월 특별귀화선수 드래프트에서 현대모비스에 입단한 라건아는 국가대표 출전이 포함된 3년 계약을 맺으며 리그에서 활약했고, 2021년 5월 다시 KCC에 재지명됐다. 두 차례 계약에서 라건아는 국가대표로 뛸 경우 수당을 농구협회와 KBL에 나눠 받기로 했다. 이런 형태의 계약서에 사인한 라건아는 6년간 리그 선수 겸 국가대표로 활약했다.
이제 관건은 KBL 이사회가 라건아를 국내 혹은 외국인 선수 중 어디로 분류하는지다. 일부에서는 이제 국내 선수로 인정해야 할 때가 됐다는 의견이 나온다. 국내 선수가 된다면 자유계약선수(FA)나 드래프트 중 어떤 방식으로 영입해야 하는지도 논의해야 한다. 문제는 라건아의 기량이 여전히 경쟁력 있다는 점이다. 라건아는 이번 챔피언결정전(7전4승제)같이 중요한 경기에서 평균 20.2득점 11리바운드 1.4블록슛을 기록할 정도로 강력한 모습을 보여줬다. 라건아가 국내 선수로 인정받을 경우 라건아를 영입한 팀은 ‘사실상 외국인 선수 셋’을 데리고 뛰는 효과를 볼 수 있어 형평성 시비가 불거진다.
외국인 선수로 남게 될 경우 영입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라건아는 올 시즌 53경기에서 15.6점 8.4리바운드에 그치며 외국인 에이스 역할로는 부족했다. 이 때문에 라건아를 영입하는 팀이 없을 수 있어 그는 선수생활을 하려면 다른 나라로 떠나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대표로 라건아를 부를 경우 수당 문제는 물론, 라건아 소속 팀에서 출전을 거부했을 때 논란이 될 수 있다.
한 농구인은 “농구협회가 라건아의 특별귀화를 추진한 만큼 끝까지 책임감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이 문제를 깨끗하게 매듭짓지 않으면 앞으로 태극마크를 달고 뛸 제2의 특별귀화선수는 찾기 힘들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이날 KBL은 서울 강남구 KBL센터에서 FA 자격을 얻은 선수들을 대상으로 권리행사를 위한 설명회를 열었다. 지난 7일 막 올린 이번 FA 시장에서 원주 DB를 정규리그 1위로 이끈 강상재와 김종규를 비롯해 창원 LG 이재도 등이 참가한다. 또 일본 B리그에서 뛰던 이대성도 돌아온다. 이들은 오는 21일까지 원소속구단을 포함한 10개 구단과 자율협상을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