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스인데…그런 모습 안 된다" 무려 10년째 한화 공포증, 명장다운 돌직구 일침 '정면 돌파'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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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30 14:00
"에이스인데…그런 모습 안 된다" 무려 10년째 한화 공포증, 명장다운 돌직구 일침 '정면 돌파' 예고
[OSEN=대전, 김성락 기자] 롯데 박세웅이 한화 이도윤게 몸에 맞는 볼로 역전 실점을 허용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2024.05.28 / [email protected][OSEN=조은정 기자] 롯데 김태형 감독. 2024.04.18 /[email protected]
[OSEN=대전, 김성락 기자] 롯데 박세웅. 2024.05.28 / [email protected][OSEN=대전, 김성락 기자] 5회말 2사 1루 롯데 박세웅이 강판되고 있다. 2024.05.28 / [email protected]
[OSEN=대전, 김성락 기자] 롯데 박세웅이 한화 이도윤에게 몸에 맞는 볼로 역전 실점을 허용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2024.05.28 / [email protected]
[OSEN=대전, 이상학 기자] “대전구장이 어쩌고저쩌고 얘기하는데…앞으로 여기 맞춰서 계속 올릴까 보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안경 에이스’ 박세웅(29)은 한화 이글스만 만나면 유독 작아진다. 지난 2015년 1군 데뷔 후 한화전 통산 17경기(16선발·80⅓이닝) 1승9패 평균자책점 8.51로 극심한 천적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특히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 원정에선 통산 10경기(48이닝) 선발등판했지만 승리 없이 8패 평균자책점 9.00으로 난타당했다. 롯데 팀 성적도 1승9패, 승률 1할에 불과했다.
지난 28일 대전 한화전에도 박세웅은 최악의 투구를 했다. 4회까지 2점만 내주며 3-2 리드를 잡은 5회, 선발승 요건을 앞두고 와르르 무너졌다. 5회에만 6안타 2볼넷 1사구로 무려 8실점 빅이닝을 허용한 것이다. 박세웅이 한 경기에 10실점한 것은 데뷔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5회 들어 제구가 흔들리더니 슬라이더를 고집하다 집중타를 맞았다. 투구수 100개를 넘겨서도 김태형 롯데 감독은 박세웅을 마운드에서 내리지 않았다. 타자 일순으로 이닝 11번째 타자 요나단 페라자에게 안타를 맞은 뒤 투구수 112개에서 교체됐다. 롯데가 3-12로 지면서 박세웅은 패전을 안았다. 10실점 중 9점이 자책점으로 평균자책점도 3.59에서 4.62로 한 번에 치솟았다.
지난 29일 한화전을 앞두고 취재진을 만난 김태형 감독은 박세웅의 교체 타이밍에 대해 “5회까지 책임지란 의미로 냅둬 봤다”며 그가 유독 대전에서 약하다는 점을 언급하며 “대전구장이 어쩌고저쩌고 얘기하는데 앞으로 여기 맞춰 갖고 계속 올릴까 보다. 몇 년째 이러는데 작년에는 대전에서 아예 안 던진 것 같더라. 팀의 에이스인데…”라고 아쉬워했다.
김 감독 말대로 박세웅은 롯데의 토종 에이스이고, 리그를 대표하는 우완 선발 중 한 명이다. 특정 팀이나 구장에 약할 순 있지만 이렇게 장기간 지속적으로 고전하는 건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게다가 이 기간 한화는 가을야구를 한 번밖에 못 간 하위팀이었다. 그 사이 10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한화 선수 구성도 끊임없이 바뀌었지만 박세웅은 좀처럼 ‘독수리 공포증’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27경기 등판하면서 한화를 한 번도 만나지 않았다. 상대성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 되다 보니 로테이션을 바꿔서라도 피해갈 정도였다. 지난해 5월18일 대전 경기에 등판할 차례였지만 래리 서튼 당시 감독은 한현희와 선발 순서를 바꿔 박세웅의 대전 등판을 피했다. 이 경기에서 한현희는 6이닝 무실점 호투하며 롯데의 7-3 승리를 이끌었다.
하지만 김태형 감독은 그럴 생각이 없어 보인다. 다른 투수도 아니고 팀을 대표하는 에이스이기 때문에 언제까지 천적 관계를 놔둘 순 없다는 판단. 10개 구단 단일리그로 매년 16경기씩 상대해야 하는 팀을 피하는 게 능사는 아니다. 김 감독은 특유의 뚝심으로 박세웅의 한화전 정면 승부를 예고하며 극복을 주문했다.
나아가 김 감독은 에이스로서 박세웅이 더 강인한 모습을 보여주길 바랐다. 이날 전반적인 투구에 대해서도 김 감독은 “맞고 안 맞고를 떠나 마운드에서 그런 모습은 나오지 말아야 한다. 직구가 맞으니 변화구를 많이 썼는데 너무 많이 빠져나갔다”며 “슬라이더 비중이 높았는데 왜 그런지 모르겠다. 던지더라도 스트라이크존에 던져서 빠른 카운트에 결과를 봐야지, 개수가 많아지고 카운트가 불리해지니 더 자신감이 없어졌다. 스스로 힘든 경기를 했다”고 지적했다.
왼쪽 옆구리가 안 좋아 결장한 주전 포수 유강남 대신 손성빈과 배터리를 이룬 영향이 있는 것 아닌지에 대해서도 김 감독은 “유강남이 박세웅의 패턴이나 스타일을 더 잘 안다. 그런데 박세웅이면 포수를 얘기할 게 아니다. 본인이 끌고 가면서 리드해야 한다”고 에이스의 책임감을 강조했다.
롯데는 올 시즌 한화와 10경기를 더 남겨두고 있다. 이번 시리즈가 끝나면 다음달 28~30일 사직에서 3연전을 치른다. 대전 경기는 지난달 3일 우천 취소된 것을 포함해 9월 추후 일정으로 잡힐 2경기가 남아있다. 김 감독이 정면 승부를 예고한 만큼 로테이션이 어긋나지 않는 이상 한화전 박세웅을 피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 감독의 강한 메시지에 박세웅이 응답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