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리그 진출' 꿈 이룬 이정후 "아직 실감 나지 않아, 부담보다 기대가 크다" [귀국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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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7 17:51
'빅리그 진출' 꿈 이룬 이정후 "아직 실감 나지 않아, 부담보다 기대가 크다" [귀국 일문일답]
(엑스포츠뉴스 인천공항, 유준상 기자) '바람의 손자'가 '금의환향'했다.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 입찰)을 통해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샌프란시스코와 계약을 체결한 외야수 이정후가 귀국했다.
이정후는 19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했다. 많은 야구팬들이 직접 공항을 방문해 이정후를 반겼고, 그는 환한 미소로 팬들의 성원에 감사함을 표했다.
앞서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을 비롯한 미국 현지 언론은 지난 13일 이정후와 샌프란시스코가 6년 총액 1억 1300만 달러(약 1480억원) 계약에 합의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이정후는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을 통해 빅리그로 향한 한국인 선수 중에서 역대 최고의 대우를 받게 됐다. 2027시즌 종료 후 옵트 아웃 조항이 포함됐다는 내용도 전해졌다.
양 측은 계약 합의 이후 신체검사를 진행됐고, 샌프란시스코는 이틀 뒤인 15일 이정후의 입단을 공식 발표했다.
이정후의 입단과 함께 연봉 및 계약금 등에 대한 세부 계약 내용이 공개됐다. 샌프란시스코 구단의 발표에 따르면, 이정후는 2024년 700만 달러, 2025년 1600만 달러, 2026년과 2027년에 2200만 달러, 2028년과 2029년에 2050만 달러의 연봉을 받는다. 계약금은 500만 달러다.
자선 기부와 관련한 부분도 계약에 포함됐다. 이정후는 '자이언츠 커뮤니티 펀드'를 통해 2024년 6만 달러, 2025년 8만 달러, 2026년과 2027년에 11만 달러, 2028년과 2029년에 10만 2500달러를 기부할 예정이다.
이정후는 16일 샌프란시스코의 홈구장 오라클파크에서 진행된 입단 기자회견을 통해 영어로 준비해온 소감을 전했다. 그는 "안녕하세요, 자이언츠. 내 이름은 이정후다. 한국에서 온 바람의 손자다. 나를 영입한 샌프란시스코 구단에 감사하다. 특히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에 감사하다. 이기기 위해 샌프란시스코에 왔다. Let's go Giants!"라고 말했다.
또 이정후는 "어렸을 때부터 메이저리그를 시청한 팬으로서 샌프란시스코는 역사도 깊고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레전드도 많은 팀이다. 또 우승을 많이 했고 전통이 깊은 팀이라 (샌프란시스코를) 좋아했는데, 역사가 깊은 구단에서 선택해주셔서 영광"이라며 "시차에 적응하는 등 새로운 환경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할 것 같다. 우리 팀에 승리를 안겨줄 수 있는 선수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2017년 1차지명으로 넥센(현 키움) 히어로즈에 입단한 이정후는 7년간 꾸준한 활약을 선보이며 눈도장을 찍었다. 올해까지 매년 3할 이상의 고타율을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데뷔 첫 20홈런을 쏘아 올리며 장타력까지 뽐냈다.
KBO리그 무대를 평정한 이정후의 시선은 해외로 향했다. 이정후는 지난해 12월 키움 구단에 2023시즌 종료 후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서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고, 내부 논의를 거친 키움은 올해 1월 초 선수의 의지와 뜻을 존중하고 응원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또 구단 차원에서 도울 수 있는 부분은 돕고 지원하기로 방침을 세웠다. 이정후의 해외 무대 도전 선언에 미국과 일본에서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올 시즌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다. 이정후는 지난 7월 22일 롯데 자이언츠와의 원정 경기 도중 발목 부상을 당하면서 두 달 넘게 자리를 비웠다. 최종 성적은 86경기 330타수 105안타 타율 0.318 6홈런 45타점 6도루. 이정후가 한 시즌에 100경기 이상 소화하지 못한 건 프로 데뷔 이후 올해가 처음이었다.
긴 공백기에도 스카우트들의 관심은 뜨거웠다. 특히 올해 2월 구단 관계자들이 직접 키움의 스프링캠프 훈련 현장을 찾았던 샌프란시스코가 이정후에 대해 적극적인 관심을 나타냈다. 심지어 피트 푸틸라 샌프란시스코 단장이 10월 초 직접 한국에 와서 이정후를 관찰했고, 10월 10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진행된 삼성 라이온즈와의 홈 최종전을 지켜봤다. 이정후는 대타로 단 한 타석만 소화했지만, 그 한 타석이라도 놓치고 싶지 않았던 게 샌프란시스코의 마음이었다.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이 막을 내린 지난달 초부터 미국 현지 언론에서는 연일 이정후의 이름이 언급됐다. 지난달 7일과 8일 연이틀 이정후를 집중 조명했던 MLB.com은 "이정후는 스트라이크존으로 들어오는 공 이외에도 타격하기 어려운 공에도 콘택트를 하는 스타일"이라며 "올여름 (부상 때문에) 많은 홈런을 생산하지 못했지만, 적어도 스카우트들에게 밀어서 담장 밖으로 공을 보낼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줬다"고 치켜세웠다.
또 매체는 "KBO리그에서 뛰던 선수가 메이저리그 무대에 어떻게 적응할지 예측하는 건 늘 쉽지 않은 일"이라며 "그의 나이와 재능을 고려했을 때 큰 규모의 계약을 맺을 가능성이 높은데, MLB 구단들의 기대치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팀과 계약 규모에 대한 예상도 나왔다. 지난달 이정후의 샌프란시스코행을 예측한 미국 매체 'CBS스포츠'는 "이정후는 재능 있는 수비수로, 스타들과 계약하는 데 어려움을 겪은 자이언츠에 필요한 선수다. 또한 그의 뛰어난 콘택트 능력이 샌프란시스코 홈구장인 오라클파크와 잘 어울릴 것"이라며 "이정후가 6년 총액 9000만 달러(약 1178억원)의 규모와 더불어 4년 차 이후 옵트아웃을 행사할 권리를 갖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미국 매체 'ESPN'은 "대부분 빅리그 구단이 이정후를 주전급 선수로 보고 있다. 중간 정도의 파워를 갖췄다. 우익수와 중견수로 뛸 수 있다"며 "젊은 나이, 중심타선에 속할 수 있는 유연함 등을 고려해 비교적 높은 14위로 예상했다. 이정후의 나이를 봤을 때 6년의 장기 계약을 제시하는 팀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정후는 FA 재자격 획득을 위해 단기 계약을 선호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시즌 종료 이후 차분하게 빅리그 도전을 준비한 이정후는 지난달 말 미국으로 출국했고, 이달 초 포스팅 개시와 함께 본격적인 협상에 돌입했다. 모두의 예상을 깨고 일찍 결과가 나왔고, 이정후의 선택은 샌프란시스코였다.
이정후 영입전은 샌프란시스코와 뉴욕 메츠 그리고 샌디에이고의 3파전 양상이었다. 대부분 외야진 보강이 필요했던 팀들로, 특히 후안 소토와 트렌트 그리샴을 트레이드로 떠나보낸 샌디에이고가 이정후 영입전에 참전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이정후 영입전에서 계속 주도권을 잡고 있던 팀은 역시나 샌프란시스코였다. MLB.com은 6일 "샌프란시스코가 중견수 업그레이드를 위해 '한국의 스타' 이정후를 눈여겨보고 있다"며 "일본인 스타 오타니 쇼헤이와 야마모토 요시노부가 올해 윈터미팅의 화제의 중심에 섰지만, 샌프란시스코처럼 외야수가 필요한 구단들의 인기 타깃이 될 수 있는 또 다른 FA 선수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매체는 "KBO 골든글러브를 5차례나 수상한 이정후는 상위급 수비력을 갖춘 중견수로 평가되는데, 이 포지션은 샌프란시스코가 이번 오프시즌 보강해야 하는 포지션이기도 하다"며 올 시즌 샌프란시스코 중견수의 평균 대비 아웃 기여도(OAA·Outs Above Average)가 리그 전체 28위(-13)에 그쳤던 점을 지적했다.
샌프란시스코는 월드시리즈 8회 우승(1905, 1921, 1922, 1933, 1954, 2010, 2012, 2014년)에 빛나는 '명문구단'이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하면서 아쉬움을 삼켰다. 결국 9월 말 게이브 캐플러 샌프란시스코 감독이 성적 부진을 이유로 경질됐다. 이후 2022~2023시즌 샌디에이고 지휘봉을 잡으면서 김하성과 인연을 맺었던 밥 멜빈 감독이 2024시즌부터 샌프란시스코를 이끌게 됐다.
사령탑 교체와 함께 도약을 꿈꾸는 샌프란시스코로선 확실한 전력 보강을 원했고, 공격과 수비 양면에서 힘을 보탤 이정후에게 손을 내밀었다. 선수층이 탄탄하지 않은 만큼 현재의 상황이라면 이정후가 시즌 초반부터 리드오프 중책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미국 현지 언론은 이정후가 1번타자 겸 중견수로 개막전 라인업에 이름을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계약 합의 이후 바쁜 나날을 보내고 한국 팬들 앞에 모습을 드러낸 이정후는 "1차적인 목표를 이룬 것 같고, 이제 그걸 이뤘으니까 잘하는 게 두 번째 목표인 것 같다"며 "자세한 협상은 팀들에 대한 예의가 아닐 수 있어서 밝힐 수 없지만, 샌프란시스코라는 좋은 명문구단에 가게 돼 영광이다. 구단에서 이렇게 투자해주신 만큼 거기에 걸맞는 플레이를 보여드려야 할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그는 "구단에서 많이 챙겨주시는 것 같아서 감사하다. 아직 처음이기 때문에 잘 준비해서 바로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에이전트가 '네가 지금까지 어렸을 때부터 야구를 한 것에 대해 보상을 받은 거니까 부담을 느끼지 말라'고 했던 말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이제는 부담보다 기대가 더 크다"고 덧붙였다.
오타니와의 비교에 대해서는 "나는 내 할 것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렇게 (오타니와) 붙여주셔도 견줄 만한 선수가 아니라서 부담되거나 그런 건 없다. 오타니 선수는 전 세계적으로 야구를 가장 잘하는 선수고 난 이제 시작하는 단계의 선수여서 비교가 안 된다"고 몸을 낮췄다.
팬들의 성원에 보답하고 싶은 이정후는 "아직 한 번도 우승을 하지 못해서 우승을 가장 하고 싶다. 처음부터 목표를 잡진 않을 것 같고 팀이 이기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며 "7년 동안 키움 팬들께 너무 감사했다. 응원과 함성을 항상 잊지 않고 가슴 속에 잘 새기면서 미국에서도 열심히 하겠다. 멋진 플레이로 팬분들께 보답해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다음은 이정후와의 일문일답.
-계약 소감은.
▲추운데 입국장에 나와주셔서 감사하다. 기자회견보다 지금이 더 떨리는 것 같다.
-메이저리그의 꿈은 언제부터 꾸게 됐나.
▲초등학교 때 꿈을 꾸다가 잠시 접어둔 이후 다시 그 꿈을 꾸게 된 건 올림픽을 봤을 때였던 것 같다.
-2009년 초등학생 때 아버지와 함께 예능 프로그램에 나왔을 당시 꿈이 '메이저리거'라고 했는데, 다시 영상을 보니까 어떤가.
▲1차적인 목표를 이룬 것 같고, 이제 그걸 이뤘으니까 잘하는 게 두 번째 목표인 것 같다.
-1억 달러 넘는 오퍼를 받았을 때 주저앉아 머리를 감싸면서 기뻐했다고 들었는데, 오퍼를 받았을 때 어떤 기분이었나.
▲그게 첫 오퍼였다. 자세한 협상 내용은 팀들에 대한 예의가 아닐 수 있어서 밝힐 수 없지만, 샌프란시스코라는 좋은 명문구단에 가게 돼 영광이다. 구단에서 내게 이렇게 투자해주신 만큼 거기에 걸맞는 플레이를 보여드려야 할 것 같다.
-1억 달러 넘는 오퍼를 받았을 때 발이 풀렸나.
▲그랬던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선배님들에 비해 일찍 (포스팅이) 마무리됐기 때문에 여러 감정이 교차했던 것 같다.
-멋진 양복 차림으로 주황색 넥타이를 메고 오라클파크를 밟았을 때 어떤 느낌이었나.
▲키움 구단에서 처음 견학했을 때를 제외하면 메이저리그 구장에 간 게 처음이었는데, 너무 좋았다. (오라클파크에) 들어서는 순간 메이저리그 구장 같았고, 또 미국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야구장으로 손꼽히는 구장 중 하나이지 않나. 그냥 '거대하다', '웅장하다', '좋다' 이런 생각밖에 안 들었다.
-입단식 이후 NBA 경기를 관람하기도 했는데, 한국에 오기 전까지 무엇을 하며 지냈나.
▲농구 경기를 보고 싶다고 구단에 얘기하니까 자리를 마련해주셔서 볼 수 있었고, 입단식 전날에는 운동하고 싶다고 하니까 운동을 시켜줘서 내가 원하는 대로 할 수 있었던 것에 감사했다.
-본인을 많이 알아보던가.
▲내가 동양인이기도 하고 생각한 것보다는 많이 알아봐주신 것 같다.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홈구장) 체이스센터에서 소개받았을 때 환호가 엄청났는데, 기분이 어땠나.
▲처음엔 몰랐다. 그런데 (옆에 있던) 형이 나를 소개해준다고 해서 전광판을 봤는데, 내가 나오고 있어서 얼떨떨했다. 환호해주시고 반겨주셔서 감사했다.
-입단식 때 유창한 영어가 화제되기도 했는데, 얼마나 준비했는지.
▲준비는 했는데, 사실 준비했을 때만큼 잘 안 나온 것 같다. (KBO리그에 오는) 외국인 선수들이 한국말을 잘하길 기대하고 바라는 건 아니지 않나. 잘하지 못해도 한국말을 하려는 모습이 좀 멋있어서 나도 기회가 된다면 그렇게 영어로 말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생각만큼 잘 되지 않아서 더 노력해야 할 것 같다.
-영어 말고 적응을 위해 준비하거나 노력한 부분이 있다면.
▲슬슬 준비해 나가야 할 것 같다. 음식적인 부분에 있어선 전혀 문제될 게 없었기 때문에 야구적인 준비를 잘해야 할 것 같다.
-기대감도 크고, 또 큰 금액을 제시받았는데 현장에서도 그걸 실감했나.
▲솔직히 큰 금액에 대한 기대감보다는 에이전트가 해준 말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처음에 그런 오퍼를 제시받고 부담이 됐던 것도 사실인데, '네가 지금까지 어렸을 때부터 야구를 한 것에 대해 보상을 받은 거니까 부담을 느끼지 말라'고 해서 이제는 부담보다 기대가 더 크다.
-구단이 SNS에 매일 이정후와 관련한 게시물을 올리고 있다. '반려견' 까오도 해외 진출했는데, 느낌이 어떤가.
▲구단에서 많이 챙겨주시는 것 같아서 감사하다. 아직 처음이기 때문에 잘 준비해서 바로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타니가 입단식을 했을 때 반려견이 화제가 됐고, 샌프란시스코도 이정후의 반려견으로 '맞불'을 놓은 것 같은데.
▲구단에서 1년에 두 번 정도 반려견의 날 같은 게 있다고 하더라. 나도 반려견이 있다고 말하니까 소개해준 것 같은데, 오타니 선수와의 비교는 솔직히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나는 내 할 것만 열심히 하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렇게 (오타니와) 붙여주셔도 견줄 만한 선수가 아니라서 부담되거나 그런 건 없다.
-샌프란시스코행을 최종 결정하기까지 계기 같은 게 있었나.
▲많은 구단들이 있었지만, 단장님이 한국에 와주시고 협상하는 데 있어서도 가장 나를 원하는 기분이 들었다. 자세한 건 말씀드리지 못해도 이렇게 역사가 깊은 팀에서 뛰게 돼 너무 영광이라고 생각해서 빨리 결정했던 것 같다.
-샌프란시스코와 다저스의 지구 라이벌 역사가 깊은 건 잘 알고 있지 않나.
▲이제 알아봐야 할 것 같다.
-한일 선수가 양 팀을 대표해 뛴다는 건 아직 비교하긴 힘들어도 동기부여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근데 이건 견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오타니 선수는 전 세계적으로 야구를 가장 잘하는 선수고 난 이제 시작하는 단계의 선수여서 비교가 안 된다. 계약 금액에 있어서도 비교가 안 되기 때문에 너무 그렇게 비춰주시지 않았으면 좋겠다.
-현지 언론에서 빠른 공에 대한 적응이 숙제라고 하는데, 올해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어떤 준비를 하고 있나.
▲사실 타격폼을 바꾸기도 하고 했는데, 미국에서는 그 부분을 좋게 평가해 주시는 것도 있었더라. 물론 더 잘하고 싶어서 그렇게 한 것도 있었지만, 가장 잘할 때 그런 변화를 주면서 하려고 했던 모습도 높게 평가한다고 해주셨다. 우선 부딪혀볼 생각이다. 몸이 거기에 맞게끔 변화할 것이고, 또 아직 어리기 때문에 빨리 적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입국장에 같이 오진 않았지만 아버지께서 기자회견 현장에서 부럽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부모님에 대해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아버지도 감사하지만, 어머니의 헌신이 없었다면 내가 이렇게 클 수 없었다. 물론 아버지의 도움이 있기도 했지만, 현역 시절 때 내게 해주지 못했던 걸 어머니가 해주셨기 때문에 어머니께 감사하다. 아버지도 믿어주시고 한 번도 내가 어떤 선택을 하든 반대 의견을 내신 적도 없어서 너무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옵트아웃 조항도 있고 한데, 계약 내용에 있어서 가장 만족스러운 부분은.
▲다 감사하지만, 중간중간에 기부할 수 있는 조항을 넣었다. 미국은 연고지 선수가 잘 되면 지역사회에 기부하는 게 있다고 했고, 그렇게 할 수 있게 돼 좋았다.
-첫 시작을 앞두고 있는데, 목표가 있다면.
▲이제 슬슬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계약을 했다는 게 실감이 나지 않고 그냥 미국에 운동하러 갔다 온 기분인데, 조금씩 실감이 나면서 그때부터 목표를 잡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본인의 포스팅으로 인해 키움도 이적료(1882만 5000달러)로 많은 금액을 받게 됐는데.
▲좋지 않을까. 지금도 충분하지만, 선수들을 위해서 구단이 더 많이 써주셨으면 좋겠다.
-김하성에 이어 본인도 성공한다면 KBO리그를 거쳐서 미국에 진출하는 선수에게 큰 동기부여가 될 것 같은데.
▲우선 이런 계약을 따냄으로써 나와 비슷한 나이대의 선수들, 또 후배 선수들이 좀 더 꿈을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보다 훨씬 재능이 뛰어난 선수들이 많기 때문에 지금에 안주하지 않고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더 열심히 한다면 본인에게도 기회가 올 수 있기 때문에 더 잘하고, 또 목표를 크게 가졌으면 좋겠다.
-본인이 어릴 때 메이저리그 진출을 꿈꿨던 것처럼 본인이 가서 성공하면 어린 후배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 같은데.
▲일단 (김)하성이 형이 먼저 지난해부터 잘해주셔서 나도 그 덕을 본 것 같은데, 형이 잘해놓은 걸 내가 망칠 수 없기 때문에 열심히 해서 한국 야구 선수들에 대한 인식을 계속 좋게 남기고 싶다. 그래야 많은 선수들이 도전할 수 있는 길이 생긴다고 생각해서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하겠다.
-김하성 선수와 같은 지구에서 대결해야 하는데.
▲상대팀으로 처음 만나게 되는데, 설레기도 하고 기대하고 있다.
-평소에 메이저리그를 보면서 '이 선수 상대해보고 싶었다' 또는 '같이 뛰어보고 싶다' 이렇게 생각한 선수가 있나.
▲사실 그런 건 없었다. 그냥 빅리그에서 뛰기만 해도 정말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누구랑 뛰고 싶거나 이런 생각은 안 했다.
-황재균이 샌프란시스코에서 뛸 당시 홈런을 하나 쳐서 홈런, 타점, 득점 1호 기록을 다 가져갔더라. 본인이 생각하는, 혹은 원하는 1호 기록이 있나.
▲스플래시 히트(오라클파크 오른쪽 담장 밖 바다로 홈런을 치는 것)가 유명하다고 해서 나도 한 번 도전해보고 싶다.
-오라클파크가 투수 친화적인 구장이라 준비해야 할 게 많을 것 같은데.
▲일단 가보니까 우측은 짧게 느껴지긴 했는데, 엄청 높더라. 우중간이 넓고, 오히려 내 장점을 잘 살린다면 잘 맞는 구장이지 않을까 싶다. 내가 홈런 타자가 아니고 좌중간이나 우중간을 가를 수 있는 유형의 타자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장점을 잘 살린다면 (오라클파크가) 내게 잘 맞는 구장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구단에서 1번타자 겸 중견수로 생각하고 있는데, 중견수 수비적인 부분에 대한 생각은.
▲좌중간은 괜찮은데, 우중간이 좀 힘들 것 같다. 좌중간까지는 약간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 같은 느낌이 드는데, 우중간은 좀 더 깊다. 또 우중간 펜스가 벽돌로 돼 있다 보니까 우중간 쪽으로 타구가 간다면 공이 맞고 어디로 튈지 몰라서 그런 부분에 신경 써야 하지 않을까 싶다.
-부모님께 감사하다고 말했는데, 해드리고 싶은 게 있다면.
▲해달라는 건 다 해드리고 싶은데, 부모님 성격상 그러실 분들이 아니어서 내가 센스 있게 잘 준비해서 하나 해드리고 싶다.
-가족인 고우석 선수도 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