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들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추신수의 진심, '연봉 17억→0원' 무보수 은퇴시즌으로 또 한번 증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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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7 17:51
"후배들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추신수의 진심, '연봉 17억→0원' 무보수 은퇴시즌으로 또 한번 증명됐다
추신수. /사진=SSG 랜더스
추신수./사진=SSG 랜더스추신수(왼쪽)가 지난해 12월 11일 인천광역시 남동구 남동체육관에서 열린 2022 챔피언스 팬 페스티벌 행사 전 사인회에서 팬에게 사인을 하고 있다. /사진=김동윤 기자
추신수./사진=뉴스1
2023시즌 종료 후 SSG 랜더스와 팀 내 최고참 추신수(41)의 대화는 시작부터 분위기가 달랐다. 추신수가 구단의 입장을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응한 덕분이다.
SSG는 올해 NC 다이노스와 준플레이오프에서 3전 전패로 탈락한 후 세대교체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 이는 전년도 통합우승을 이끈 감독과 여러 베테랑들을 과감하게 2차 드래프트 보호선수 35인에서 제외한 결정으로 이어졌다. 추신수도 그런 세대교체 칼바람을 최전선에서 맞을 수밖에 없는 최고참 중 하나였다. SSG는 추신수에게 조심스럽고 진중하게 다가갔다. 무엇보다 3년이란 짧은 시간에도 어느 누구 못지않게 SSG라는 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선수였던 탓이다.
이숭용(52) 신임 감독과 첫 통화에서도 태도가 달랐다. 이 감독은 추신수의 베테랑과 선수로서 가치를 높게 평가했고, 미국에 있는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 감독에 따르면 추신수는 "안 그래도 제가 2시간 뒤에 전화드리려 했는데 이렇게 먼저 주셔서 감사합니다"로 시작한 뒤 현역 연장과 제안 받은 주장직에 대한 고민을 진솔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한 번의 전화 통화로 끝나지 않았다. 이후 추신수는 몇 차례 한국과 미국의 집을 오고 가며 SSG와 이야기를 나눴고 지난 10일 대략 결론이 났다.
내년 시즌 최저 연봉과 전액 기부는 일찍이 추신수의 제안으로 결정난 사항이었다. 협의 과정 대부분 은퇴 시즌 어떻게 팬들과 추억을 만들지,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기부할지를 논의하는 데 쓰였다. 그 결과 나온 것이 이날 발표된 은퇴 보도자료였다.
SSG는 이날 오전 추신수의 2024시즌 후 은퇴 소식을 전하면서 "추신수 선수는 최근 구단과 진로를 협의하는 과정에서 2024시즌 종료 후 은퇴 결정과 함께 최저연봉(3000만 원) 계약 및 연봉 전액 기부 의사를 구단에 전했다"이라고 밝혔다. 이어 "추신수 선수는 그동안 받은 팬들의 사랑과 응원에 보답하기 위해 2024시즌에 진행할 다양한 팬서비스 계획을 구단에 제안했다. 친필 사인 실착 유니폼 선물, 특별 사인회, 아마야구 지원 등 팬과 함께 뜻깊은 추억을 만들며 선수 생활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구체적인 내용도 추후에 발표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로써 추신수는 사실상 무보수로 은퇴 시즌을 소화하게 됐다. 지난 시즌 종료 후 후배들을 위해 은퇴를 고민했다는 진심이 또 한 번 증명된 셈이다. 추신수의 연봉 자진 삭감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1년 한국 복귀 당시 첫 2년간 27억의 연봉을 받았던 그는 2023년 연봉을 자진해 10억 원을 깎은 17억 원에 사인했다. 지난해 12월 SSG 팬 페스티벌에서 스타뉴스와 만난 추신수는 그 이유에 대해 "샐러리캡 문제도 있지만, 사실 이젠 후배들을 위해서 비켜줘야 할 때라 판단했다"며 "난 야구를 더 하고 싶었지만, 괜히 나 때문에 팀에 필요한 선수를 못 데려오는 것은 안 된다고 생각했다. 또 올해(2022년) 우승했기 때문에 후배들도 연봉을 더 많이 받아야 한다. 그래서 처음에는 선수 생활을 그만두려고 했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은퇴 소감에서도 이유는 같았다. 추신수는 "비시즌 동안 가족과 함께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럴 때마다 SSG와 팬분들의 응원, 그리고 무엇보다 후배 선수들의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그만큼 야구와 팀을 사랑하는 마음이 크다고 느껴 구단과 진로를 함께 고민했다. 구단도 신임 감독님도 나를 필요로 했고 내 의견을 존중해 주셨다. 내년은 성적도 중요하지만, 팀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퓨처스팀에서 후배 선수들과 함께 훈련하면서 나의 경험과 생각들을 공유하는 등 팀에 공헌을 하고 싶다"고 전했다.
덕분에 SSG는 한계에 다다랐던 샐러리캡에서도 숨통이 트이게 됐다. 단숨에 16억 7000만 원의 여유가 생기면서 샐러리캡, 선수 연봉 협상, FA 부분에서도 운영의 폭이 넓어졌다. SSG도 단순히 이번 건이 아니라도 3년 내내 '팀 퍼스트'와 '원 팀'을 위해 애썼던 추신수의 행보에 적극적으로 발을 맞출 예정이다. 추신수는 최고참임에도 누구보다 앞서 훈련에 나서는 경기장 안에서의 모습은 물론이고, 선수뿐 아니라 구단의 모두를 두루 살폈다. 대표적인 사례가 올해 1월 버스 운전원, 락커장, 세탁, 청소, 선수단 식당, 그라운드 키퍼, 응원단, 훈련 보조 등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선수단 지원에 힘쓴 SSG 관계자 55명에게 따로 5000만 원 상당의 선물을 보낸 것이었다.
SSG는 "추신수 선수는 2021년 SSG의 창단과 함께 팀에 합류해 줄곧 팀의 베테랑 선수로서 선수단의 구심점 역할을 하며, 지난해 팀의 '와이어 투 와이어' 통합우승을 이끌었다. 또한 유소년 및 사회취약층 등을 위해 올해까지 24억 이상의 기부를 진행해 왔으며 한국 야구 발전을 위한 다양한 의견을 개진하는 등 지난 3년간 야구장 안팎에서 단순한 리더 이상의 '컬처 체인저' 역할을 수행해왔다"면서 "SSG는 추신수 선수의 의견을 존중하면서 구단 또한 추신수 선수의 기부 활동에 동참하기로 결정했다. 정확한 기부 금액 및 다양한 기부 활동은 추후 공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감독의 요청에 따라 추신수는 23년의 프로 생활을 주장으로써 마무리한다. 2001년 시애틀 매리너스와 계약해 미국 무대에 진출한 추신수는 2005년 메이저리그 데뷔 후 클리블랜드, 신시내티, 텍사스를 거쳐 2021년 국내로 돌아왔다. 빅리그 16시즌 통산 1652경기, 타율 0.275, 1671안타, 218홈런 782타점, OPS 0.824를 기록했다. SSG에서는 올해까지 3년 동안 361경기 타율 0.260, 49홈런 168타점을 올렸다.
추신수는 "2001년부터 미국과 한국에서 야구를 해온 23년의 마침표를 찍어야 할 시점이 왔다고 생각한다. 마지막 시즌인 만큼 그동안 응원해 주신 팬분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담아 홈, 원정 팬 관계없이 뜻깊은 추억을 선물하고 싶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