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서 영입한 포수, 스프링캠프 간다…152억 백업 전쟁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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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7 17:51
LG에서 영입한 포수, 스프링캠프 간다…152억 백업 전쟁 시작됐다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스프링캠프에 데려간다."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이 포수 김기연(26)을 호주 스프링캠프에 데려가 직접 확인할 계획을 밝혔다. 김기연은 22일 비공개로 진행한 KBO 2차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로 두산에 지명됐다. 김기연은 광주진흥고 출신으로 2016년 신인드래프트 2차 4라운드로 LG에 지명됐고, 한때는 2번 포수 유망주로도 불렸으나 기대만큼 성장하진 못했다. 두산은 이번 2차 드래프트에서 백업 포수 경쟁에 불을 붙일 메기를 찾았고, 양도금 4억원을 LG에 내주면서 김기연을 데려왔다.
두산은 지난겨울 FA 시장에서 4+2년 총액 152억원에 영입한 안방마님 양의지(36)의 뒤를 이을 포수를 꾸준히 물색하고 있다. 당장 주전급은 아니더라도 양의지의 체력을 안배할 정도의 실력을 갖춘 2번째 포수가 필요한데, 올해 그 임무를 맡은 장승현(29)과 안승한(31)은 사실상 낙제점을 받았다.
이 감독은 23일 잠실야구장에서 취재진과 만나 "(양)의지를 제외하면 사실 눈에 띄는 포수가 없었다. 올해 가장 신경을 쓴 게 의지가 베테랑이라서 지난해도 풀타임 포수로 안 뛰었고, NC에 있을 때 지명타자로도 많이 뛰어서 무리시키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팀 사정상 많은 경기에 나갔다. 2번 포수가 1주일에 2경기는 맡길 수 있는 능력이 됐다면, 의지도 지명타자로 나가고 체력 안배도 했을 것이다. 2번을 믿고 맡기기는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했다. (장)승현이와 (안)승한이가 잘해줬지만, 내 기대에 사실 조금 못 미쳤다"고 냉정하게 이야기했다.
당장 장승현과 안승한을 밀어낼 젊은 포수가 보이지 않는 것도 두산을 답답하게 만드는 현실이다. 차기 주전 포수로 키우고자 했던 박유연(25)은 고질적인 무릎 부상 탓에 올해도 1군에서 시즌을 완주하지 못했다. 당장은 박유연이 포수를 하려는 의지가 강하지만, 무릎 부상이 계속 재발하면 포지션 변경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2020년 1라운더 장규빈(22), 2021년 8라운더 박성재(21), 2023년 5라운더 윤준호(23) 등은 2군에서 경험을 쌓는 과정에 있다. 4억원을 들여 김기연이라는 선택지를 하나 더 늘린 배경이다.
이 감독은 "올 시즌을 마치고 포수는 의지 빼고 제로 베이스라고 이야기했다. 12월과 1월에 얼마나 준비하느냐, 캠프에 가서 얼마나 어필하느냐에 따라 2번 포수는 정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장승현과 안승한, 김기연, 윤준호, 박유연 등이 경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배터리 코치의 매의 눈을 믿고 상의해서 선택해 보겠다"고 힘줘 말했다.
김기연은 마무리캠프가 끝나는 시점에 2차 드래프트가 진행되면서 이 감독이 직접 확인할 기회가 없었다. 내년 2월 호주에서 진행할 1군 스프링캠프 명단을 아직 확정하진 않았지만, 이 감독은 "김기연은 데려가겠다"고 공언했다.
김기연은 두산이 1라운드로 지명했기에 2024년 또는 2025년 시즌에 의무적으로 KBO리그 엔트리에 등록해야 한다. 1라운드는 50일 이상이다. 지명하고 2년 안에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2번째 시즌 종료 뒤 원소속 구단으로 복귀하거나 자유계약선수로 공시된다. 이 규정을 충족하기 위해서라도 두산은 김기연을 당장 즉시 전력으로 기용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하고, 자연히 호주 스프링캠프가 출발점이 돼야 한다.
이 감독은 "2차 드래프트를 하기 전에 호주 스프링캠프 명단을 대략적으로 짜긴 했는데, 25일 곰들의 모임을 할 때 코치 미팅이 있다. 그때 결정 날 것 같은데, 김기연은 들어가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구단이 백업 포수 무한 경쟁을 선언한 가운데 '메기' 김기연이 가장 먼저 호주행을 확정했다. 주전 포수 양의지는 당연히 1군 스프링캠프에 함께할 것이고, 올해 백업으로 1군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장승현과 안승한도 호주행 비행기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봤을 때 나머지 백업 경쟁 후보가 들어갈 자리는 1자리 정도밖에 나오지 않는다. 스프링캠프에 포수는 많으면 5명 정도 가기 때문. 나머지 백업 포수들의 치열한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김기연도 이 기회를 당연히 여겨서는 안 된다. 왜 두산이 4억원을 들여 메기로 선택했는지 이른 시일 안에 입증해야 한다.
김기연은 2군에서 2017년부터 올해까지 통산 229경기에 나서 타율 0.259(499타수 129안타), 9홈런, 72타점을 기록했다. 1군에서는 통산 42경기에서 타율 0.140(43타수 6안타), 3타점에 그쳤다. 김기연은 LG 출신으로 두산에 트레이드 이적해 성공 신화를 쓴 양석환처럼 또 다른 성공 사례로 남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