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하근수 기자(상암)]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연승에 성공했다. 그는 튀니지전 기분 좋은 승리 이후 이강인을 향한 과도한 관심에 대해 우려했다.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FIFA 랭킹 26위)은 13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초청 축구 국가대표팀 친선경기' 10월 A매치 1차전에서 튀니지(FIFA 랭킹 29위)에 4-0 완벽한 승리를 거뒀다.

한국은 4-2-3-1 포메이션으로 시작했다. 원톱으로 조규성이 출격했다. 2선에는 황희찬, 이강인, 이재성이 포진했다. 중원은 박용우, 홍현석이 책임진다. 4백은 이기제, 김민재, 정승현, 설영우가 호흡한다. 골문은 김승규가 지킨다.

대기 명단에는 김진수, 손흥민, 홍현석, 김준홍, 이순민, 문선민, 황의조, 정우영, 김영권, 김주성, 조현우, 김태환, 오현규가 포함됐다. 소속팀 토트넘 훗스퍼에서 부상 우려가 계속됐던 손흥민은 일단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했다.

튀니지는 3-4-3 포메이션으로 맞섰다. 엘리아스 아슈리, 유세프 므사크니, 한니발 메브리가 최전방에서 득점을 노렸다. 미드필드에선 알리 말룰, 엘리에스 스키리, 아이사 라이두니, 와즈리 케슈리다가 버텼다. 수비는 알리 압디, 몬타사르 살비, 야신 메리아가 구성했다. 골키퍼 장갑은 아이멘 다흐멘이 착용했다.

벤치에는 무에즈 하센, 얀 발레리, 알라 그람, 함자 라피아, 아니스 벤슬리만, 이삼 제발리, 모하메드 알리 벤롬단, 사이팔라 르타이프, 하이템 주아니, 모하메드 드레거, 베시르 벤 사이드, 나임 슬리티, 우사마 하다디가 앉았다.

한국은 주도적인 분위기 속에도 득점 없이 전반전을 마쳤다. 하프타임 이후 마침내 균형이 깨졌다. 후반 7분 이강인이 페널티 박스 측면 바로 바깥에서 상대에게 걸려 넘어졌다. 위협적인 지역에서 얻어낸 프리킥 찬스. 키커로 직접 나선 이강인이 가까운 골대 상단 구석을 노리는 정교한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프리킥 전담 키커로 활약했던 손흥민이 이탈한 가운데 해결사로 등장한 이강인. 한국은 손쉽게 격차를 벌렸다. 이번에도 이강인 발끝이 빛났다. 후반 12분 혼전 상황이 벌어졌다. 이강인이 침착하게 몸을 돌린 다음 각도를 만들고 슈팅해 멀티골을 완성했다. 튀니지 골키퍼가 반응도 하지 못한 골이었다.

골잔치가 열렸다. 후반 22분 한국 코너킥 상황. 이강인 크로스가 박스 안으로 날카롭게 전개됐다. 김민재가 시도한 헤더가 메리아 맞고 그대로 득점이 됐다. 한국은 조규성과 황희찬을 나오고 황의조와 정우영이 들어갔다.

이순민과 김태환이 투입된 한국. 종료 직전 축포가 터졌다. 후반 추가시간 황의조가 라인 브레이킹에 성공한 다음 일대일 찬스에서 골망을 갈랐다. 한국은 이강인 멀티골부터 황의조 마무리골까지 완벽한 승리를 거뒀다.

경기 종료 이후 클린스만 감독은 "너무 만족스럽고 기분 좋은 경기다. 경기장에 도착하기 전에 '지난 3일 동안 훈련장에서 보여줬던 모습들을 그대로 보여준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다'라고 이야기했다. 오늘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선수들은 경기장에서 모든 걸 쏟아 부었고 일대일 상황에서 상대보다 강했다. 한 경기 한 경기 치르고 발전하며 선수들이 '이렇게까지 경기력이 좋을 수 있고, 우리가 뛰어나구나'라고 느낀 것 같아 만족스럽다"라며 승리 소감을 밝혔다.

오늘 벤치에 머문 손흥민에 대해선 "휴식을 부여할 수 있어 다행이다. 근육 상태가 100%가 아니었다. 지난 2주 동안 출전했던 것도 무리였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선수는 누구나 뛰고 싶어 한다. 오늘도 출전 의지가 강했지만 몸 상태가 가장 중요하다. 아시안컵도 있지만 나아가 월드컵도 있다. 우리는 건강한 손흥민이 필요하다. 휴식을 부여할 수 있어 참 다행이다"라고 설명했다.

손흥민 대신 주장으로서 팀을 이끈 김민재 활약도 대단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김민재는 이미 준비된 리더다. 운동장 위에서 보여주는 모습도 중요하지만 바깥에서도 마찬가지다. 김민재가 보여주는 모습이 어린 선수들에게 많은 귀감이 된다. 이런 리더들이 필요하다. 김민재와 손흥민이 팀에 중추적인 역할을 맡을 리더다. 사실 (대표팀에) 리더는 많다. 말이 적은 이재성도 마찬가지고 황희찬도 성숙해지고 있다. 이런 리더들 역할이 정말 중요하다. 중요한 건 팀으로서 발전하고 있다는 점이다. 황인범이 워밍업을 하며 상태가 좋지 않다고 보고를 받았다. 직전에 홍현석으로 교체했고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지만 갖고 있는 기량을 맘껏 펼치라'라고 말했는데 그대로 보여줬다. 선배들이 다쳤을 때 후배들이 오늘처럼 보여준다면 아시안컵까지 여정에서 계속 발전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전했다.

환상적인 프리킥 원더골. 그리고 침착하게 성공시킨 멀티골. 오늘 주인공은 이강인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클린스만 감독은 "PSG가 이강인을 영입했다는 것만으로도 스스로 증명한 것이다. 아마 이강인에게 새로운 장이 열리지 않았나 생각한다. 다른 어떤 대회도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와 비교할 수 없다. 이강인은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 경쟁하고 세계 최고의 팀에서 경쟁한다. 매일 압박과 부담을 느끼는 팀에서 활약하고 있다. 그 안에서 성장하고 발전한다고 생각한다. 한 단계 올라서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라며 칭찬했다.

그러면서 "한 선수에게 집중적으로 환호하는 걸 경험하지 못해 신기하다. 하지만 이것이 이강인에게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다. 선수가 아닌 연예인 대우를 받는다. 연예인은 골을 넣지 않는다. 이강인이 성장하기 위해선 겸손하고, 배고프며, 축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당연히 나를 포함해 지도자들도 도와줘야 한다. 많은 시간을 보내는 클럽팀도 마찬가지다. 이강인과 함께 하는 건 항상 즐겁다. 늘 미소가 있는 선수다. 오늘 좋은 모습을 보여줘 정말 기쁘다. 축구에 대한 배고픔과 열망을 그라운드 위에서 보여줘 칭찬해 주고 싶다. 이강인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이런 부분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하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중원 조합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미드필드에 안정감을 불어 넣을 '큰우영' 정우영도 가용한 옵션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정우영 같은 경우 계속 경기력을 체크하고 있다. 박용우는 처음 소집하고 출전 시간을 부여하며 어떻게 성장하는지 지켜보고 있다. 지금까지는 정말 좋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손준호 부재다. 손준호는 6번과 8번 역할을 소화할 수 있는 선수다. 전방에 4명에 선수가 위치하면 후방에 2명이 버텨줘야 한다. 그런 역할에 손준호가 필요하다. 하루빨리 중국에서 문제가 해결되어 긍정적인 소식이 들려오길 바란다"라고 이야기했다.

끝으로 클린스만 감독은 "전반전도 나쁘지 않았다. 단지 문전에서 세밀함이 부족했다. 슈팅이 몇 차례 있었지만 골문으로 향하진 않았다. 후반전에 앞서 '전반전 경기력을 유지하되 조금 더 과감하고 저돌적으로 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또 '상대 5백을 무너뜨리기 위해 측면 뒷공간을 활용하자'라고 했다. 이강인이 중앙에서 활약하며 상대 중원을 흔들었고 그러면서 프리킥도 얻었다. 선수들에게 조금 더 공격적이고 저돌적으로 하라고 주문했다. 선수들이 그런 부분을 잘 이행했다. 톱레벨 경기에서 가장 중요한 건 정신력이다. 피지컬과 기술은 모두 완벽하다. 정신력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중요한 건 선수들이 운동장에서 즐기고 재밌게 플레이해야 한다. 이강인이 상당히 즐기고 있는 모습을 확인했다. 그때 100% 기량을 발휘할 환경이 된다. 코치들도 마찬가지다. 선수들이 어떻게든 100%를 쏟아붓게 만드는 것이 우리 역할이다. 그런 부분에서 만족한다"라며 기자회견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