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울산, 나승우 기자) 수많은 선방을 기록한 울산HD 수문장 조현우가 충격적인 패배에 할 말을 잃고 말았다.

김판곤 감독이 이끄는 울산은 23일 울산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비셀 고베(일본)와의 2024-2025시즌 ACLE 리그 스테이지 3차전 홈 경기에서 무기력한 경기 끝에 0-2 완패를 당했다.

충격적인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앞선 2경기에서도 일본 팀들을 상대로 득점 없이 도합 5골을 내주고 패했던 울산은 이날도 고베를 상대로 무득점에 그치는 동안 2실점을 내주며 무너졌다.

울산은 3연패로 동아시아권역 최하위를 유지했다. 특히 심각한 건 서아시아 팀까지 더해도 유일한 무득점 팀이라는 점이다. 동아시아 권역에서 나란히 3연패를 기록한 센트럴코스트(호주)는 그나마 4득점이라도 올렸다. K리그1 2연패에 빛나는 팀의 위용을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반면 고베는 2승1무, 승점 7이 되면서 선두 광주FC보다 2점 뒤진 2위로 뛰어올랐다.

울산은 조현우가 골문을 지켰고 심상민, 임종은, 황석호, 장시영이 백4를 이뤘다. 정우영, 아타루, 이규성, 윤일록, 아라비제가 중원을 구성했고, 야고가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출격했다.

이에 맞서는 고베는 마에카와 다이야가 골키퍼 장갑을 꼈다. 마테우스, 야마카와 데츠시, 혼다 유키, 사카이 고토쿠가 수비를 구성했다. 오기하라 다카히로, 이데구치 요스케, 무토 요시노리, 다이세이 미야시로가 중원에서 호흡을 맞췄으며 장 패트릭과 오사코 유야가 공격을 이끌었다.

울산은 전반 초반부터 고전했으나 조현우의 선방쇼로 위기를 넘겼다. 전반 32분 왼쪽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오사코가 다이빙 헤더로 연결했다. 강력한 슈팅이었으나 조현우가 팔을 쭉 뻗어 쳐내면서 실점을 면했다. 전반 35분에는 역습이 끊기며 오히려 기회를 내줬으나 패트릭을 향한 침투패스를 조현우가 빠르게 뛰쳐나와 걷어냈다.

전반 내내 답답했던 경기력에도 선수 변화 없이 그대로 후반전에 돌입했다. 결국 후반 2분 고베가 선제골을 넣으며 리드를 가져갔다. 다이세이가 울산의 전진을 끊어내고 직접 드리들로 수비진을 돌파한 뒤 왼발로 때린 게 그대로 골망을 흔들었다. 고베는 1분 뒤 다시 한 번 무토의 왼발 슈팅으로 득점을 노려봤으나 조현우가 잘 막아냈다.

울산은 장시영을 빼고 루빅손을 투입해 변화를 줬다. 하지만 흐름이 바뀌진 않았다. 오히려 고베가 계속해서 울산을 몰아쳤다. 결국 고베가 완전히 승부를 끝냈다. 후반 28분 무토의 크로스를 다이세이가 프리 헤더로 가볍게 추가골을 넣었다. 완전히 노마크로 풀어준 상태였기에 힘들이지 않은 슈팅이었다. 조현우도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이날 총 8개의 세이브를 기록하며 울산을 위기에서 구해냈지만 무득점 패배를 막을 수 없었다. 경기 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인터뷰를 진행한 조현우는 충격적인 패배에 할 말을 잃었다고 털어놨다.

조현우는 "준비한 대로 경기가 안 나온 것 같아 많이 속상하다. 팬들 앞에서 좋은 경기를 보여드리지 못한 것 같아 굉장히 마음이 아프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상대 전방 압박에 고전했던 이유로는 "상대가 우리가 생각한 대로 나오지 않았다. 우리가 많이 당황한 장면들도 많았다. 우리가 강원이랑 할 때도 이 경기장을 쓴다고 들었는데 오늘 밤에도 좀 어두웠고, 적응하기도 쉽지 않았다"면서 "경기장이 바뀐 영향이 개인적으로 좀 크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잔디는 좋았다고 생각한다. 결과를 못 가져온 것에 대해서는 경기력이 워낙 나빴기 때문에 받아들일 것 받아드리고 내일부터 다시 또 준비 잘하겠다"고 답했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김판곤 감독은 부끄러운 결과라고 자책했다.

이에 대해 조현우는 "나도 책임감이 크고, 사실 오늘 많이 부끄러웠다. 경기를 하면서 90분 동안 많이 부끄러웠고 상대를 우리가 강하게 압박하고 지배하면서 경기하기 위해 준비 했는데 오히려 지배당한 것 같아서 많이 속상하고 부끄러웠다"면서 "감독님께서는 오늘까지만 속상해하고 화나고 이렇게 이야기를 하셨지만 그래도 많이 속상하다. 우리가 다음 경기에는 이런 모습이 절대 나오면 안 된다고 생각을 하고 있다. 선수들이랑 미팅 많이 하면서 좋은 경기 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라커룸에서 선수들이 어떤 이야기를 가장 먼저 했는지 묻자 조현우는 "모두 다 할 말을 잃었다. 우리가 준비한 대로 안 나왔다. 많이 당황스러워서 선수들이 할 말을 잃었던 것 같다. 팬분들 앞에서 정말 아쉬운 경기를 했기 때문에 선수들이 당황스러웠던 것 같다. 빨리 잊어버리고 다음 경기 때 정말 잘하겠다"고 털어놨다.

향후 일정에 대해서는 "감독님께서도 이제 오늘은 지나갔으니 포항전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씀하혔다. 선수들도 일요일 그 경기만 바라보고 하루하루를 준비해야 한다"며 "우리에게 정말, 제일 중요한 경기이기 때문에, 또 우승을 할 수 있는 경기이기도 하기 때문에 준비 잘 해서 팬분들 앞에 당당하게 설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사진=울산, 나승우 기자, 한국프로축구연맹, 울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