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프리뷰] '리빌딩과 윈나우 사이의 애매한 노선' 유타, 차기 시즌 행보는?
0
603
09.19 03:00
[NBA프리뷰] '리빌딩과 윈나우 사이의 애매한 노선' 유타, 차기 시즌 행보는?
[점프볼=이규빈 기자] 유타가 원하는 것은 리빌딩일까? 윈나우일까?
유타 재즈는 1990년대부터 강팀으로 떠오른 신흥 명문이다. 그 중심에는 존 스탁턴, 칼 말론이라는 전설적인 원투펀치가 있었다. 역대급 가드-빅맨 콤비로 불리는 두 선수의 존재에도 유타는 우승은 차지하지 못했다. 그 후 스탁턴과 말론이 팀을 떠나고, 침체기 이후 데론 윌리엄스라는 스타가 등장했으나, 윌리엄스는 유타에 오래 머물지 않으며, 유타는 암흑기에 접어들었다.
유타는 NBA 전체를 놓고 봐도 가장 연고지 규모가 작은 팀이다. 유타의 연고지인 솔트레이크시티는 미국 기준으로 외진 곳에 있는 시골 도시다. 유타 지역의 프로 스포츠팀도 농구팀인 재즈가 유일할 정도다. 그 영향으로 유타의 시민들은 농구팀에 엄청난 지지를 보내고 있으나, 연고지의 한계로 대형 FA 영입은 불가능에 가깝다.
결국 스몰마켓의 해답은 드래프트다. 첫 번째 대박은 고든 헤이워드였다. 유타는 2010 NBA 드래프트 전체 9순위 지명권이 있었고, 버틀러 대학교의 에이스였던 포워드 헤이워드를 지명한다. 헤이워드는 2년차 시즌부터 본격적으로 유타의 주전으로 거듭났고, 그 후 팀의 에이스로 꾸준히 활약했다. 헤이워드와 함께 유타는 다시 플레이오프 무대를 밟았으나, 이 시간도 길지 않았다. 헤이워드가 FA로 팀을 떠나며 헤이워드 시대도 막을 내렸다.
두 번째 대박은 함께 터졌다. 2013 NBA 드래프트 전체 27순위로 루디 고베어를 지명했고, 2017 NBA 드래프트 전체 13순위로 도노반 미첼을 지명한 것이다.
고베어는 지명 순위만 봐도 알 수 있듯이 드래프트 당시 큰 기대가 없던 유망주였다. 엄청난 신체 조건을 지녔으나, 공격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이 없다는 평가였다. 하지만 고베어는 2년차 시즌부터 유타의 주전 센터가 됐고, 수비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보이며, 준수한 선수로 거듭났다. 또 4년차 시즌부터는 평균 15점에 육박하는 득점을 올리며, 드래프트 당시 평가를 뒤바꿨다. 유타 입장에서 복권이 당첨된 것이다.
미첼도 전체 13순위라는 비교적 낮은 순번에 지명을 받았다. 미첼이 13순위로 지명받은 이유는 드래프트 당시 미첼이 3&D 유형의 선수라고 평가받았기 때문이다. 드래프트 당시에도 미첼을 향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좋았다. 하지만 NBA 무대에서 3&D 역할로 한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기 때문에 높은 순위에서 미첼을 뽑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신인 시즌부터 이런 평가는 완전히 틀렸다는 것이 밝혀졌다. 미첼은 입단과 동시에 유타의 에이스 역할을 맡으며, 공격을 지휘했다. 신인 시즌에 곧바로 평균 20점 고지를 돌파했고, 3년차 시즌부터는 올스타전에 단골 손님이 됐다. 미첼은 유타가 정말 오랜만에 가져보는 초특급 에이스였다.
미첼과 고베어의 성공으로 유타는 서부 컨퍼런스의 강호로 떠올랐다. 힘들게 밟았던 플레이오프 무대도 너무나 손쉽게 밟게 됐다.
플레이오프 무대의 단골 손님이 됐으나, 정작 플레이오프 무대에서는 좀처럼 힘은 쓰지 못했다. 그 이유는 플레이오프만 가면 공략 당하는 고베어의 존재가 컸다. 정규 시즌에는 NBA 최고의 수비수인 고베어지만, 플레이오프 무대에서는 상대 팀의 집중 공략이 됐다.
유타는 컨퍼런스 파이널 무대를 한 번도 밟지 못했고, 선택의 시간이 다가왔다. 결국 2022-2023시즌을 앞두고 고베어와 미첼을 모두 트레이드하며, 전면 리빌딩을 선언했다. 고베어의 대가로 워커 케슬러, 재러드 밴더빌트, 말릭 비즐리, 패트릭 베벌리와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 4장을 받았고, 미첼의 대가로는 라우리 마카넨, 콜린 섹스턴, 오차이 악바지와 1라운드 지명권 3장을 받았다.
고베어와 미첼의 시대도 이렇게 막을 내렸다.
2023-2024시즌 리뷰
성적: 31승 51패 서부 컨퍼런스 12위
유타는 2022-2023시즌부터 본격적인 리빌딩에 나섰다. 2023-2024시즌도 마찬가지로 리빌딩이었다. 시즌 시작 전에 애틀랜타 호크스로부터 존 콜린스를 트레이드로 영입했으나, 기존 전력 자체가 약했고, 무난히 서부 컨퍼런스 최하위가 예상됐다.
막상 시즌이 시작하니, 유타의 경기력이 심상치 않았다. 미첼의 트레이드 대가로, 유타로 합류한 이후 올스타급 포워드로 거듭난 마카넨이 시즌 초반부터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거기에 콜린 섹스턴, 조던 클락슨 등 베테랑 가드들의 득점력도 폭발했다. 또 골밑 수비 하나는 NBA 정상급으로 평가받은 케슬러와 신인 가드 키욘테 조지까지 분전하며, 유타는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2년차를 맞이한 윌 하디 감독의 지도력도 훌륭했다. 하디 감독은 1988년생으로 NBA 감독 중 가장 어린 나이의 감독이지만, 선수들과의 소통, 세련된 전술을 선보이며, 유타의 상승세를 이끌었다.
유타는 전반기 내내 플레이오프를 도전할 수 있는 머물렀다. 물론 냉정히 유타의 전력을 생각하면, 플레이오프 진출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유타가 보여주는 농구는 매력이 충분했고, 마카넨을 비롯한 선수들의 활약도 눈이 즐거웠다.
트레이드 마감 시한이 다가오자, 유타의 사장 대니 에인지는 냉정한 결정을 내렸다. 에인지 사장은 보스턴 셀틱스의 현재 부흥기를 만든 장본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트레이드 협상에서 지나치게 까다롭고, 보스턴의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폴 피어스와 케빈 가넷도 트레이드했을 정도로 피도 눈물도 없는 인물로 유명하다.
이런 에인지 사장의 기질이 유타에서도 발휘됐다. 유타는 트레이드 마감 시한에 쏠쏠한 활약을 펼치던 베테랑인 시모네 폰테키오와 켈리 올리닉을 트레이드로 보냈다. 두 선수는 벤치에서 유타 젊은 선수들의 부족한 경험을 메워주는 역할을 했던 선수들이다. 재밌는 것은 유타를 떠난 두 선수가 플레이오프 진출 팀이 아닌 디트로이트 피스톤즈, 토론토 랩터스로 이적했다는 것이다.
어쨌든 두 선수를 트레이드하며, 유타의 남은 시즌 목표는 명확해졌다. 젊은 선수들에게 출전 시간을 부여하며, 리빌딩 노선을 탄 것이다.
흐름이 꺾인 유타는 남은 시즌에 에인지 사장의 뜻대로 됐다. 조지, 브라이스 센서바흐, 테일러 헨드릭스, 악바지 등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제공했고, 팀 성적은 플레이오프 진출권에서 멀어졌다.
유타는 매력적인 농구를 보였으나, 전력의 한계와 에인지 사장의 냉정한 결정으로 하위권에 위치하게 됐다.
오프시즌 IN/OUT
IN: 조지 주쟁(4년 1143만 달러), 스비 미하일룩(4년 1500만 달러), 패티 밀스(1년 330만 달러), 드류 유뱅크스(2년 975만 달러), 코디 윌리엄스(드래프트), 카일 필리포우스키(드래프트), 아이재아 콜리어(드래프트)
OUT: 크리스 던(FA)
유타는 아직 리빌딩 기간이 있는 팀이다. 전력 보강이 급하지 않다. 이번 오프시즌에도 소소한 보강 위주로 진행했다.
주로 벤치 선수들을 보강했다. 2023-2024시즌 기회를 받으며, 쏠쏠하게 활약했던 주쟁과 4년 재계약을 체결했고, 3점슛 능력 하나는 준수한 미하일룩을 영입했다. 여기에 젊은 선수들에게 코치 역할을 할 수 있는 베테랑 밀스도 1년 계약으로 영입했다. 백업 센터로 훌륭한 유뱅크스까지 영입하며, 벤치 자원을 대대적으로 보강했다.
이탈한 선수는 던이 유일하다. 던은 2023-2024시즌 유타의 앞선 수비를 담당했던 선수다. 섹스턴, 클락슨, 조지가 모두 수비 능력이 아쉽기 때문에 던의 수비력은 유타에 큰 도움이 됐었다.
유타는 2024 NBA 드래프트로 대박을 터트렸다. 오클라호마시티 선더의 제일런 윌리엄스의 동생이자, 이번 드래프트 최상급 포워드로 평가받은 코디 윌리엄스를 전체 10순위로 지명했고, 고등학교 시절 전미 최고의 포인트가드였던 콜리어를 자그마치 29순위로 지명했다. 콜리어는 드래프트 직전까지 전체 10순위 이내 지명이 유력했던 선수다. 여기에 듀크 대학의 에이스였던 필리포우스키까지 지명하며, 만족스러운 드래프트를 했다.
이번 오프시즌 유타의 가장 큰 수확은 따로 있다. 바로 팀의 에이스인 마카넨과 5년 2억 3800만 달러 규모의 연장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마카넨은 오프시즌 내내 트레이드 루머에 시달렸다. 새크라멘토 킹스,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와 엮이며, 트레이드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다. 하지만 마카넨은 유타와의 의리를 선택했고, 유타 입장에서 큰 고비를 넘게 됐다.
에이스의 잔류와 만족스러운 드래프트로 유타 팬들은 행복한 오프시즌이 됐을 것이다.
키 플레이어: 라우리 마카넨
2023-2024시즌 기록: 55경기 평균 23.2점 8.2리바운드 2어시스트
마카넨은 2017 NBA 드래프트 전체 7순위로 미네소타 팀버울브스의 지명을 받았다. 지명과 동시에 마카넨은 지미 버틀러의 트레이드 대가로 시카고 불스로 트레이드됐고, 시카고에서 NBA 커리어를 시작했다. 당시 마카넨과 같은 스트레치형 포워드의 가치가 오르는 추세였다. 크리스탑스 포르징기스가 대박을 터트리면서, 슈팅이 좋은 장신 포워드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다.
마카넨은 신인 시즌부터 NBA 무대에 두각을 드러낸다. 곧바로 시카고의 주전 파워포워드 자리를 꿰찼고, 장점인 슈팅 능력을 유감없이 뽐냈다. 신인 시즌에 마카넨은 평균 15.2점 7.5리바운드를 기록하며, 준수한 빅맨으로 거듭났다.
2년차 시즌에는 더 성장했다. 단순히 패스를 받아 슛을 쏘는 것이 아니라, 직접 드리블과 일대일 공격을 통해 득점을 창출하는 장면도 늘어났다. 마카넨은 2년차 시즌에 평균 18.7점 9리바운드를 기록하며, 잭 라빈과 함께 시카고의 기둥이자, 희망으로 불렸다. 이런 추세라면 평균 20점 이상과 올스타 선정도 시간문제로 보였다.
하지만 3년차 시즌, 마카넨에 슬럼프가 찾아왔다. 장점이던 3점슛 성공률이 34%까지 하락했고, 약점이었던 수비 문제가 크게 드러난 것이다. 마카넨은 수비가 약한 선수다. 공격에서 활약하지 못하면, 활용 가치가 낮다. 시카고의 미래라고 불렸던 마카넨은 계륵 신세로 전락했다. 소속팀 시카고도 부진하며, 플레이오프 무대에서 탈락한다.
4년차 시즌에도 마카넨은 반등하지 못한다. 시카고는 마카넨을 벤치로 내리는 강수를 둘 정도였다. 결국 시카고와 마카넨의 이별이 다가오고 있었다.
마카넨의 새 소속팀인 클리블랜드였다. 클리블랜드는 마카넨을 3번 포지션으로 생각한다는 얘기를 했다. 그리고 실제로 마카넨을 3번 포지션에서 활용했다. 마카넨은 전형적인 스트레치형 포워드다. 3번 포지션으로 활용하면, 제 몫을 해내기 어렵다. 마카넨은 이적 후에도 아쉬운 활약을 보이고 만다.
이런 마카넨을 클리블랜드는 미첼의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한다. 그리고 마카넨의 선수 인생이 바뀌는 계기가 된다.
마카넨이 이적한 유타는 전면 리빌딩에 돌입하는 상황이었다. 마땅한 에이스가 누구인지도 모를 정도였다.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마카넨이 에이스로 나선다. 마카넨은 유타에서 에이스이자, 팀의 1옵션으로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다. 유타는 의도적으로 마카넨에게 공격 기회를 몰아줄 정도였다.
그리고 마카넨은 이 기회를 완벽히 살린다. 마카넨은 더 이상 외곽에서 머무는 빅맨이 아닌, 내외곽을 오가며, 득점을 폭격하는 만능 포워드로 거듭났다. 여전히 훌륭한 3점슛 능력에 골밑 돌파 능력이 더해지며, 마카넨은 막을 수 없는 포워드가 됐다.
유타로 이적한 첫 시즌이었던 2022-2023시즌 평균 25.6점 8.6리바운드를 기록하며, 올스타 선정과 기량 발전상을 받았다. 여러 팀을 떠도는 계륵에서 한 팀의 에이스로 자리 잡은 것이다.
2023-2024시즌에도 유타의 에이스는 마카넨이었다. 마카넨은 이번에도 득점을 퍼부었고, 유타를 이끌었다. 비록 2022-2023시즌보다 아쉬운 활약이었으나, 마카넨은 여전히 NBA 정상급 공격형 포워드였다. 이런 마카넨은 향한 유타 수뇌부의 지지도 절대적이었다.
마카넨은 시즌 종료 후 많은 팀의 관심을 받았으나, 결국 유타와 5년 연장 계약에 합의하며, 유타의 에이스로 남는 것을 선택했다.
예상 라인업: 콜린 섹스턴-키욘테 조지-존 콜린스-라우리 마카넨-워커 케슬러
유타는 직전 시즌과 비교해 선수 변동이 거의 없다. 그렇다고 드래프트를 통해 당장 주전을 맡길 초특급 신인이 있는 상황도 아니다. 즉, 직전 시즌의 라인업이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일단 포인트가드는 섹스턴이 맡을 것으로 보인다. 섹스턴은 2023-2024시즌 78경기를 소화했고, 주전과 벤치를 오갔으나, 주전으로 51경기를 출전하며, 주전으로 나오는 빈도가 높았다. 유타의 다른 베테랑 가드인 클락슨은 전형적인 벤치 식스맨이기 때문에 섹스턴이 주전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유타의 슈팅 가드는 확고한 자리다. 바로 2년차를 맞이하는 조지의 차지다. 조지는 2023 NBA 드래프트 전체 16순위로 유타에 지명됐고, 유타 수뇌부는 시즌 전부터 조지의 향한 큰 기대를 드러냈다. 그리고 조지는 이 기대를 어느 정도 충족시켰다. 시즌 초반에는 저조한 슈팅 효율과 많은 턴오버로 아쉬웠으나, 시즌 후반에는 높은 야투 성공률과 득점력으로 에이스 본능을 뽐냈다. 조지는 마카넨과 함께 유타의 미래다.
포워드 자리는 베테랑 듀오인 마카넨과 콜린스가 맡을 것으로 보인다. 두 선수는 2023-2024시즌 출전한 대부분 경기를 주전으로 출전했다. 마카넨은 유타의 확고한 에이스이자, 팀의 리더다. 콜린스는 2023-2024시즌 시작 직전에 유타로 합류해서 나쁘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두 선수를 위협할 선수도 딱히 보이지 않기 때문에 두 선수가 주전으로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가장 말이 많은 포지션이 센터다. 유타의 주전 센터는 고베어 트레이드로 합류한 케슬러의 차지일 것으로 보였다. 케슬러는 고베어와 비슷한 유형으로 골밑 수비에 엄청난 강점을 지닌 선수다. 하지만 최근 케슬러를 향한 유타의 믿음이 하락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고 있다.
그 이유는 케슬러의 공격력이 생각보다 많이 아쉽고, 수비에서 영향력도 수치보다 낮다는 것이 이유였다. 유타의 하디 감독이 케슬러를 선호하지 않는다는 소식도 들리고 있다. 그런데도 케슬러가 주전으로 나올 것이 유력한 이유는 마땅한 대체자가 없기 때문이다.
현재 유타에서 센터를 볼 수 있는 선수는 케슬러가 유일하다. 마카넨이나 콜린스를 센터로 활용해 스몰 라인업도 방법이 될 수 있으나, 굳이 잘하고 있는 선수의 포지션을 바꿀 이유는 없다.
유타는 직전 시즌과 크게 달라진 부분이 없다. 그나마 관전 포인트는 젊은 유망주들의 성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