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 영입, 돈 없으면 줄도 못 선다… '갑부' 메츠까지, MLB 연봉 1~3위 다 달려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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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7 17:51
이정후 영입, 돈 없으면 줄도 못 선다… '갑부' 메츠까지,
MLB 연봉 1~3위 다 달려든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슈퍼 에이전트인 스캇 보라스는 지난달 메이저리그 단장 회의가 마무리될 때쯤 취재진 앞에서 자신들의 고객이 얼마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지를 역설했다. KBO리그 최고 타자이자 2022년 리그 최우수선수(MVP)에 빛나는 이정후(25‧키움)도 마찬가지였다.
보라스의 어조에는 자신감과 확신이 있었다. 당시 보라스는 이미 메이저리그의 절반 가까운 팀들이 이정후 영입을 문의했다고 밝히면서 "메이저리그에 K팝을 가져올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당시는 공식적인 포스팅시스템(비공개경쟁입찰) 절차가 개시도 되기 전이었다. 하지만 이미 수많은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짧게는 2년에서 길게는 3년 이상 이정후를 지켜봤고, 입찰에 임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메이저리그 윈터미팅이 4일(한국시간) 시작된 가운데 이정후에 대한 관심은 더 뜨거워지고 있다. 이미 이정후의 이름이 미국 전역을 다 훑고 지나간 느낌이다. 초창기 가장 유력하게 연계됐던 팀은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의 명문 샌프란시스코였다. 샌프란시스코는 시즌 중반 구단 고위 관계자들이 한국을 찾아 이정후를 지켜본 것으로 알려졌다. 시즌 막판에는 푸틸라 단장이 직접 고척스카이돔을 찾아 관심을 직접적으로 보여줬다.
당시 이정후는 발목 부상 여파로 제대로 뛰지도 못했을 때다. 단장의 '직관'은 구애 차원에서 해석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샌프란시스코는 외야수와 좌타자 보강이 동시에 필요한 팀이다. 그 때문에 외야수 랭킹 1위이자 이 조건을 가지고 있는 코디 벨린저와도 연계되어 있다. 벨린저에 이어 외야수 랭킹 2위로 거론되는 이정후에게 관심이 있는 건 당연하다. 파르한 자이디 야구부문 사장 또한 이정후, 야마모토 요시노부(오릭스) 등 아시아권 선수들에 대한 관심을 인정하기도 했다.
그 다음은 샌디에이고와 뉴욕 양키스였다. 샌디에이고는 이번 오프시즌 팀의 주축 타자인 후안 소토 트레이드설이 온통 화제다. 팀 연봉을 2억 달러 수준에서 맞추길 원하는 샌디에이고는 내년 연봉으로 3200~3500만 달러 수준이 예상되는 소토를 트레이드 시장에 내놓고 카드를 저울질하고 있다. 현지에서는 뉴욕 양키스와 구체적인 카드 교환이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1년 남긴 소토를 팔고, 대신 이정후를 비롯한 외야수를 영입해 그 공백을 메우겠다는 것이다.
뉴욕 양키스 역시 애런 저지 옆에 설 외야수가 절실하고, 여기에 좌타자라면 더 좋은 팀이다. 소토 영입전에 뛰어든 이유이기도 하다. '뉴욕포스트'의 칼럼니스트이자 메이저리그 대표 소식통인 존 헤이먼은 여러 차례 이정후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물론 벨린저가 1순위이기는 하지만, 그 대안으로 이정후와 케빈 키어마이어도 동시에 지켜보고 있다는 보도를 수차례 했다. 헤이먼의 정보력을 고려하면 그냥 나온 말은 아니라는 게 중론이다.
여기에 뉴욕 메츠까지 이정후 영입전에 뛰어들었다는 정황이 나왔다. 'USA투데이'의 칼럼니스트이자 역시 메이저리그 유력 소식통인 밥 나이팅게일은 4일 '메츠가 한국인 중견수 이정후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해 화제를 모았다. 메츠는 그간 야마모토에 대한 관심은 수차례 언급됐으나 이정후 관심이 공개적으로, 유력 소식통에 거론된 것은 그간 잘 없었던 일이다.
부자 구단주 스티브 코헨의 적극적인 투자 속에 월드시리즈 우승을 향해 달렸던 메츠는 올해 실망스러운 성적과 함께 새판짜기에 나섰다. 벅 쇼월터 감독이 사실상 경질됐고, 대권 도전의 키 퍼즐이자 고액 연봉자였던 맥스 슈어저와 저스틴 벌랜더는 지난 트레이드 마감시한 때 차례로 팀을 떠났다. 올해 페이롤을 정비하고 새로운 얼굴로 2~3년 내 월드시리즈 우승의 초석을 다진다는 계획이다.
메츠는 좌익수에 제프 맥닐, 중견수에 브랜든 니모, 우익수에 스탈링 마르테가 버티고 있다. 주전 구도는 비교적 명확한 편이다. 맥닐은 2026년, 니모는 2030년, 마르테는 2025년까지 계약이 되어 있기도 하다. 하지만 백업이 부족하고, 마르테는 이제 30대 중반의 베테랑이다. 지명타자 슬롯까지 고려하면 한 명의 주전급 외야수는 더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공교롭게도 이정후 영입전에 거론되는 팀들은 모두 '부자'들이다. 2023년 팀 연봉을 기준으로 뉴욕 메츠(약 3억4360만 달러)는 전체 1위, 뉴욕 양키스(약 2억7865만 달러)는 2위, 샌디에이고(약 2억5604만 달러)는 3위였다. 샌프란시스코는 12위였지만 그래도 2억 달러에 가까운 팀 연봉을 썼고, 올해는 2억 달러 이상으로 올라올 것이 확실시되는 리그 대표적인 빅마켓이다.
즉, 이정후 영입전은 이미 돈 많은 구단들의 잔치가 됐다. 포스팅이라고는 하지만 제도 개편으로 사실상 FA와 크게 다를 게 없는 신분이다. 돈이 없는 팀들은 이정후 협상장의 번호표도 뽑지 못할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이정후에 관심이 있었던 일부 스몰마켓 팀들은 이미 영입 의사를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의 분위기를 확인했기 때문이다. 부자들끼리 경쟁하면 몸값은 자연스레 오르기 마련이다. 이정후의 대박이 점차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한편 이정후의 포스팅은 윈터미팅 기간 중간인 5일쯤 시작될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팅 절차는 이후 한 달간 진행된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포스팅을 공지한 다음 날 오전 8시부터 30일째 되는 날의 오후 5시까지 협성이 가능하다. 기간을 다 채운다면 1월 초까지 이어지는 셈이다. 다만 절차는 한 달이지만, 꼭 이것을 다 채워야 하는 것은 아니다. 제안을 모두 들어보고 특별히 수정될 것이 없거나 만족스러운 제안이라면 생각보다 결정이 빨리 끝날 수도 있다.
윈터미팅 기간 중 여러 대어들이 팀을 옮기거나 계약을 할 것으로 전망되고, 특히 이정후 시장에 영향을 주는 코디 벨린저의 계약과 후안 소토의 트레이드 등을 복합적으로 모두 지켜볼 가능성이 있다. 어차피 시장에 외야수는 한정적이다. 벨린저와 소토를 놓친 팀들이 이정후를 향해 달려들 가능성이 크다. 이정후에 대한 본격적인 오퍼는 윈터미팅 기간 중 시작해, 윈터미팅이 끝난 뒤 절정에 이를 가능성이 크다. 이정후 측은 이를 종합해 결정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꼭 돈 뿐만이 아니라 이정후의 의사도 모두 반영될 전망이다. 2021년 시즌을 앞두고 포스팅으로 미국에 갔던 김하성의 경우도 결국 그를 품에 안은 샌디에이고 외에 많은 구애자들이 있었다. 오히려 샌디에이고보다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한 팀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김하성이 최종적으로 샌디에이고를 선택했던 기억이 있다. 이정후 또한 적응 난이도, 마켓의 크기, 팀 내 경쟁 등 여러 가지를 두루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다행인 것은 이정후의 에이전트가 스캇 보라스라는 것이다. 산전수전을 다 겪은 베테랑 에이전트이면서, 소토와 벨린저의 에이전트라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이정후에 앞서 벨린저의 FA 협상, 그리고 소토의 트레이드 협상을 진행하며 외야수 시장 상황을 100% 다 파악하고 이정후 협상에 임할 가능성이 크다. FA 시장은 정보가 곧 생명이다. 이정후 시장은 아무리 봐도 긍정적인 요소로 넘쳐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