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1군 엔트리가 28명인데, 아시안게임은 24명밖에 되지 않는다. 백업 야수가 4명 뿐이라 선수 운용이 어렵다(류중일 감독).”
빡빡한 엔트리, 거의 매일 계속되는 경기. 낮 12시 '땡볕 야구'의 습격까지. 아시안게임 야구는 고난의 연속이다. 대표팀 사령탑의 머릿속은 복잡하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야구 대표팀은 대만전 패배로 인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벼랑 끝에 몰렸었다. 슈퍼라운드 전승을 거두고 결승전에 진출하는 4년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때의 시나리오가 최선이다.
때문에 류 감독은 콜드게임이 확실했던 태국전에도 포수 김동헌, 타격감이 좋은 김주원을 제외하면 주전 라인업을 풀로 가동했다. 야수들의 실전 감각을 끌어올리는데 중점을 뒀기 때문이다. 6일 중국과의 슈퍼라운드, 차후 결승전까지 점점 더 치열한 경기가 이어진다. 출전 기회를 챙겨줄 여유가 없다.그런 의미에서 아직까지 출전하지 못한 최원준이 안타깝다. 대타 롤로 기용되던 김주원은 홈런을 치는 등 좋은 타격감을 인정받아 주전으로 발탁됐다. 김지찬은 대주자로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투수 중에도 담 증세를 호소한 곽빈을 제외한 모든 선수가 적어도 1번씩 마운드에 나섰다.
최원준은 올시즌 상무와 KIA에서 보여준 성적이 썩 좋지 않았다. 그럼에도 최종 엔트리에서 제외되지 않았다. 부상으로 인한 엔트리 교체는 대표팀 최종 소집 1~2일 전에 각각 이뤄졌고, KBO는 이후에도 '부상자는 9월말까지 추가 교체가 가능하다'고 했었다.
류중일호의 최종 엔트리는 24명. 그중 3자리가 바뀌었다. 순조로웠던 구창모(김영규)-이정후(김성윤)와 달리 이의리에서 윤동희로의 변경은 야구계를 뜨겁게 달궜다. KIA 측은 '이의리는 부상자가 아니다'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류중일 감독은 "이의리는 선발투수인데, 손가락 상태가 70~80구를 소화하기 어렵다고 봤다. 대표팀 트레이너가 수차례 직접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의리는 9월 27일 NC전에서 7이닝 무실점(77구), 10월 3일 KT전에서 5⅓이닝 1실점(108구) 호투를 잇따라 선보이며 건재를 과시했다.
분명한 건 모든 야구 관계자 중 대표팀 성적에 가장 민감한 사람은 사령탑이다. 그런 류 감독이 '직접 확인했다'고까지 말하며 교체를 원했다. 이미 발표한 아시안게임 최종 엔트리를 교체하려면 부상 선수만 가능하다.
이의리를 대체한 선수가 투수 아닌 외야수 윤동희였다는 점도 논란이 사그러들지 않았던 이유다. 다른 투수나 역시 미필인 팀동료 김도영이었다면 지금과는 분위기가 달랐을 수 있다.
류 감독은 마운드보다는 타선 및 외야 보강에 초점을 맞췄던 셈. 꼭 좌완이 아니라도 이의리를 대체할만한 선발투수는 있으니, 윤동희 대신 쓸 외야수는 없다는 속내가 엿보인다. 김도영이 아닌 이유와도 연결된다.
결국 최종 엔트리 발표 당시로 시선이 돌아갈 수밖에 없다. 외야수가 최원준 포함 3명 뿐인 엔트리는 그때도 입방아에 올랐다. 류 감독은 "강백호를 외야로 돌릴 수 있고, 필요하다면 김혜성이나 김지찬을 외야로 활용하겠다"고까지 했었다.
윤동희의 추가 선발은 이 같은 선택이 무리였음을 인정한 모양새. 다행히 윤동희가 부담감을 이겨내고 맹활약하며 감독의 부름에 보답하고 있다.
알고보니 최원준은 현재 실전에 뛰기 힘든 상태다. 9월말 국내 소집 훈련 도중 종아리 부상을 입었다. 류중일 감독은 "왼쪽 종아리에 공을 맞았다. 지금 뛰는 게 불편해서 지금 치료중"이라고 답했다. 부상 당시 예상에 비해 회복이 늦어지고 있다는 설명.
하지만 최원준은 박세웅과 함께 두명 뿐인 이번 대표팀의 와일드카드이며, 군필자이자 이의리의 소속팀 KIA 선수이기도 하다. 많은 사람들을 더욱 아쉽게 만드는 이유다.
대표팀은 성적으로 말한다. 선수 선발은 사령탑의 권한이다. 'Ryu의 선택'은 이미 윤동희로 그 가치를 증명받았다. 이제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안고 스스로를 증명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