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자르 에르난데스 곤잘레스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은 4일 오후 7시(현지시간) 중국 저장성 항저우시 항저우 사범대학교 창첸캠퍼스 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E조 8강리그 중국과 1차전에서 세트스코어 0-3(12-25, 21-25, 16-25)으로 완패했다. 준결승 진출이 좌절됐다.

한국은 예선에서 베트남에 패하며 1패를 안고 8강리그에 올라왔다. 그러나 이날 패배로 2패를 기록, 남은 북한전 결과와 상관없이 준결승 진출 탈락이 확정됐다. 중국과 베트남이 2승을 기록하면서, 북한전을 이기더라도 한국은 1승 2패로 그들을 넘을 수 없다.

참사다. 한국 여자배구가 아시안게임에서 메달을 따지 못한 건 2006 도하대회 이후 17년 만이다. 한국은 이번 대회 전까지 15번의 아시안게임에 나서 1위 2번, 2위 8번, 3위 4번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는 메달 획득 기회를 놓쳤다. 순위 결정전에 나서더라도 최고 성적은 5위밖에 될 수 없다.

역대 최악의 성적 7위로 아시안게임을 마친 남자 대표팀에 이어 여자 대표팀도 메달을 따지 못하면서 한국 배구는 이번 대회에서 하나의 메달도 가져오지 못하게 됐다. 남녀 아시안게임 동반 노메달은 사상 처음이다.

강소휘(GS칼텍스)가 팀 내 최다인 9점을 올렸지만, 주포 박정아(페퍼저축은행)가 6점에 그쳤다. 이주아(흥국생명)가 교체로 들어와 속공에서 힘을 냈지만, 경기를 따라 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홈 팬들의 뜨거운 응원을 받은 중국은 왕 위안위안과 위안신웨, 리잉잉 등 득점을 해줘야 하는 선수들이 고루 득점을 해주며 웃을 수 있었다. 중국은 5일 베트남전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준결승으로 간다.

한국은 선발 라인업에 변화를 줬다. 세터 김다인(현대건설), 미들블로커 이다현(현대건설)-정호영(정관장), 아웃사이드 히터 강소휘-문정원(한국도로공사), 아포짓 스파이커 박정아, 리베로 김연견(현대건설)이 나섰다. 리시브 강화를 위해 문정원이 선발로 들어왔고, 박정아가 아포짓 자리에서 경기를 시작했다.

그러나 초반 강소휘의 공격이 연이어 막히고, 김연견의 리시브 불안으로 2-5로 끌려갔다. 중국은 공 시앙유와 에이스 리잉잉이 공격 선봉장으로 나서며 한국을 압박했다. 한국은 6-9에서 위안신웨의 공격 득점, 강소휘의 공격 범실, 박정아의 공격이 범실로 연결되면서 3연속 실점을 하며 6-12가 되었다. 중국은 리잉잉과 왕 위안위안의 막강한 중앙 공격까지 터졌다. 블로킹이 전혀 되지 않았다. 한국은 강소휘만 제 몫을 할 뿐이었다. 결국 8-16, 더블 스코어가 되자 정호영을 빼고 박은진을 투입하며 변화를 줬다.

중국은 계속해서 힘을 내며 스코어를 20-10으로 벌렸다. 한국은 전혀 상대가 되지 못했다. 최정예로 나선 중국은 한국을 10점 초반으로 묶어놓고 코트에 선 선수 모두가 득점에 가담하는 토털 공격을 보여줬다. 세자르 감독은 이선우와 김지원, 표승주를 투입하며 2세트를 대비했다.

2세트 초반은 그래도 대등한 승부를 펼쳤다. 선수들이 초반부터 강하게 밀어붙였다. 강소휘의 공격, 상대 서브 범실로 6-4로 앞서갔다. 이어 8-8에서 상대 서브 범실, 왕 윤루의 범실, 박은진의 서브에이스로 11-8이 되었다. 박정아도 조금씩 살아났다. 끈끈한 수비도 살아나면서 중국을 압박했다. 당황한 중국은 범실을 범했고, 한국은 14-10으로 달아났다. 중국은 왕 윤루를 빼고 우 멍지에를 넣었다.

12-16에서 중국의 반격이 시작됐다. 위안신웨의 속공이 살아났다. 딩샤의 재치, 리잉잉과 공 시앙유의 연속 득점으로 동점을 만들었다. 이어 20-20에서 우 멍지에와 위안시웨가 공격 득점을 올리며 결국 경기를 역전했다. 한국은 분위기를 중국에 완전히 내줬다. 중국은 교체로 들어온 우 멍지에가 2세트 해결사로 나섰고, 위안신웨의 속공과 함께 2세트를 25-21로 가져왔다.

7-7까지 잘 싸웠지만 김다인의 서브 범실, 우 멍지에의 공격 득점으로 다시 중국이 주도권을 가져갔다. 중국은 잘 풀리지 않을 때 위안신웨의 고공 속공을 활용해 한국의 추격을 저지했다. 13-12에서 우 멍지에와 리잉잉의 연속 득점으로 16-12를 만들었다. 승기를 완전히 굳혔다.

한국은 강소휘를 뺴고 표승주를 투입하며 변화를 꾀했지만, 쉽지 않았다. 중국의 흐름을 끊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위안신웨, 리잉잉, 우 멍지에 등이 버티는 블로킹 라인도 뚫지 못했다. 결국 한국은 중국의 높은 벽을 실감했고, 결국 0-3 완패의 쓴맛을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