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는 없네...나폴리, '오시멘 조롱' 논란에 공식 '성명문' 발표 "조롱의 의도는 전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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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7 17:51
사과는 없네...나폴리, '오시멘 조롱' 논란에 공식 '성명문' 발표 "조롱의 의도는 전혀 없었다"
[포포투=한유철]
나폴리가 빅터 오시멘의 조롱 논란을 해명하는 성명문을 발표했다.
2022-23시즌 나폴리는 대업적을 달성했다. 개막 전까지만 하더라도 가능성은 적었지만, 개막전부터 이어진 상승세를 시즌 종료 때까지 꾸준히 유지하며 스쿠데토를 달성했다. 리그 종료를 5경기나 남겨둔 시점에서 우승을 확정 지었고 이후 일정을 기분 좋게 끝낼 수 있었다. 디에고 마라도나가 있었던 1989-90시즌 이후 33년 만의 스쿠데토. 팬들과 선수들, 모든 관계자들은 열광했다.
여기엔 많은 선수들의 공이 있었다. 축구 변방 조지아에서 넘어와서 센세이셔널한 활약을 한 흐비차 크바라츠헬리아, 두 시즌 동안 이적료에 걸맞은 활약을 하지 못하다가 '커리어 하이'를 구축하며 세계 최고의 공격수로 자리 잡은 빅터 오시멘, 이탈리아를 넘어 세계 최고의 센터백으로 성장한 김민재 등. 이외에도 스타니슬라프 로보트카와 지오반니 디 로렌조 등이 제 몫을 다했다.
그 중심엔 오시멘이 있었다. 벨기에와 프랑스 리그를 거치며 두각을 나타낸 그는 2020년, 7500만 유로(약 1070억 원)라는 어마어마한 금액을 발생시키며 이탈리아 세리에 A에 왔다. 막대한 금액 만큼 많은 기회를 받은 오시멘은 이적 후 두 시즌 동안 60경기 이상 나서며 나폴리의 공격을 이끌었다.
하지만 어딘가 부족한 활약이었다. 두 시즌 연속 리그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하긴 했지만, 압도적인 모습은 없었다. 나쁘진 않았지만 투자한 금액이 워낙 많다보니, 나폴리는 그에게 더 많은 것을 바랐다.
그러던 지난 시즌, 포텐을 터뜨렸다. 지난 2년 동안 다소 아쉬운 모습을 보인 그는 활약에 비해 이적료가 너무 높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2022-23시즌 리그에서만 26골을 기록하며 득점왕에 오르는 등 세계 최고의 공격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뛰어난 활약을 했다. 시즌 종료 후에는, 세리에 A 베스트 공격수에 선정되기도 했다.
자연스레 많은 구단의 관심을 받았다. 공격 보강을 추진하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뉴캐슬 유나이티드, 리버풀, 파리 생제르맹(PSG) 등이 후보로 언급됐다.
여름 이적시장 때, 활발한 영입 행보를 보인 사우디도 오시멘에게 관심을 표했다. 프랑스 매체 '레퀴프'의 로익 탄지는 킬리안 음바페 영입에 실패한 알 힐랄이 오시멘 영입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폴리의 입장은 당연히 '매각 불가'였다. 새 시즌에도 흐름을 이어가고 싶었기에 오시멘과 크바라츠헬리아 등 주축들을 지키고자 했다. 수비의 핵심인 김민재의 이탈이 유력해졌기에 오시멘을 지켜야 할 필요성은 더욱 증가했다.
아우렐리오 데 라우렌티스 회장은 오시멘의 영입에 필요한 금액을 밝혔다. 천문학적인 금액이었다. 팔지 않겠다는 뜻과 같았다. 영국 매체 '미러'는 "데 라우렌티스 회장은 이번 여름 오시멘을 영입하고자 하는 어떤 클럽이든 1억 7000만 파운드(약 2805억 원)를 지불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라고 전했다.
이에 나폴리는 오시멘과 재계약을 시도했다. 첫 번째 만남은 실패로 끝났지만 나폴리는 꾸준히 재계약을 추진했다. 아직 '오피셜'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다수의 관계자들은 오시멘이 나폴리와 미래를 함께 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탈리아 유력기자 니콜로 스키라는 자신의 SNS를 통해 "오시멘과 나폴리의 계약 연장이 임박했다. 계약 기간은 2027년까지. 기본 연봉 650만 유로(약 92억 원)에 보너스가 포함된 형태다. 며칠 내로 만남이 진행될 것이며 새로운 계약엔 바이아웃 조항이 포함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그렇게 그는 새 시즌에도 나폴리에 남았다. 김민재가 빠진 만큼, 그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그리고 현재까지 그에 상응하는 활약을 하고 있다. 컵 대회 포함 7경기에 나선 그는 4골을 넣으며 득점 랭킹 2위에 올라 있다.
하지만 '디펜딩 챔피언' 나폴리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프로시노네와의 리그 개막전에서 3-1 승리를 거둔 나폴리는 사수올로와의 2라운드에서도 2-0 승리를 기록하며 기분 좋은 출발을 했다. 하지만 이어진 라치오와 제노아전에서 1무 1패를 기록, 승점을 획득하지 못하며 선두권에서 멀어졌다. 다행히 지난 브라가와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조별리그 1차전에서 2-1로 승리하며 무승 행진을 멈췄고 리그에서도 이 흐름을 이어가고자 했다.
그렇게 리그 5라운드에서 볼로냐를 만난 나폴리. 객관적인 전력에서 차이가 난 만큼, 승리가 예상됐다. 실제로 경기 자체도 나폴리가 우세했다. 축구 통계 매체 '후스코어드' 기준, 나폴리는 50.9%의 점유율을 기록, 90분 동안 12번의 슈팅을 시도하며 볼로냐를 압박했다. 하지만 득점은 나오지 않았다. 마무리의 세밀함이 부족한 탓에 골은 터지지 않았고 '에이스' 오시멘은 페널티킥까지 실축하는 등 불운을 겪었다.
논란이 될 만한 장면까지 나왔다. 후반 41분 루디 가르시아 감독은 오시멘과 스타니슬라프 로보트카를 빼고 지오반니 시메오네와 옌스 카유스테를 투입했다. 하지만 오시멘은 이 결정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다. 오시멘은 경기장을 빠져나오면서 가르시아 감독에게 큰 소리로 소리를 쳤고 손으로 '2'를 가리키는 제스처를 했다. 현지에선 오시멘은 득점이 필요한 상황에서 자신을 빼지 않고 2명의 공격수를 배치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했기에 이러한 제스처를 했다고 예상했다.
오시멘과 감독의 불화설이 제기된 상황. 가르시아 감독은 이후 이 상황에 대해 "페널티킥을 놓치는 것은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들에게도 일어나는 일이다. 나는 그에게 교체에 대해 말을 했다. 나와 그가 나눈 대화는 라커룸에 남아 있다. 선수들의 경기력이 만족스럽진 않다. 하지만 우리는 많은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고 그들을 써야만 했다"라며 불화설을 일축하고자 했다.
그렇게 사건은 일단락되는 듯했다. 하지만 이후, 더 큰 논란이 발생했다. 나폴리가 공식 계정을 통해 오시멘을 조롱하는 듯한 영상을 올렸기 때문이다. 또한 인종차별이 의심되는 영상까지 게재하며 논란은 더욱 커졌다.
구단이 소속팀 선수를 조롱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에 많은 팬들은 분노를 표했다. 오시멘의 에이전트 역시 크게 분노했다. 유럽축구 이적시장 전문가 파브리시오 로마노에 따르면, 그의 에이전트인 로베르토 칼렌다는 "오늘 나폴리의 공식 SNS에서 생긴 문제는 용납할 수 없다. 오시멘을 조롱하는 영상이 올라왔다가 삭제됐다. 이는 선수에게 심각한 피해를 입혔다. 우리는 법적 조치등 필요한 모든 행위를 할 권리가 있다"라고 전했다.
불미스러운 사건에 휘말렸지만, 오시멘은 프로다운 모습을 보였다. 지난 우디네세전에선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선발 출전했고 팀이 1-0으로 앞서고 있던 전반 39분, 추가골을 넣으며 승리를 이끌었다.
하지만 감정이 완전히 나아진 것은 아니었다. 오시멘은 득점 이후, 뚜렷한 세리머니를 하지 않았다. 나폴리 동료들이 그에게 다가갔지만 표정이나 행동에는 전혀 변화가 없었다. 또한 나폴리의 공식 페널티킥 키커임에도 불구하고 선제골 장면에서 페널티킥을 처리하지도 않았다. 불화설 직후였기에 이 행동은 더욱 주목을 받았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나폴리는 공식 성명문을 통해 논란을 잠재우고자 했다. 로마노에 따르면, 공식 성명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나폴리는 이 문제가 악용되는 것을 피하고자 하며, 이 구단의 보물인 오시멘을 불쾌하게 하거나 조롱하려는 의도가 없었음을 알린다. 그 증거로, 여름 훈련 기간 동안, 우리는 오시멘의 이적에 대한 모든 제안을 단호히 거절했다. SNS, 특히 틱톡은 항상 가벼운 형태의 언어적인 표현을 사용해 왔다. 오시멘을 조롱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 어떤 경우에서든, 오시멘이 불쾌함을 느꼈다면, 그것은 구단이 의도한 바가 아니었음을 나타낸다"
하지만 팬들은 나폴리의 해명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조롱할 의도가 없었다는 변명만 늘어놓을 뿐. 오시멘을 향한 사과의 메시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미안하단 말은 절대로 안 하는구나", "사과하기를 거절했다", "오시멘이 커리어를 낭비하고 있어", "미안하단 말을 하는 대신, 자기 방어를 하는 데에만 급급하네" 등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편, 이번 일로 잠잠해진 오시멘의 이적설이 다시 한 번 떠올랐다. 영국 매체 '데일리 메일'은 "틱톡 비디오 사태 이후, 사우디 구단들이 1월 이적시장 때 그를 영입하기 위해 접근할 예정이다. 첼시와 레알 마드리드 역시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