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중국 항저우, 김지수 기자) 한국 남자 수영 중장거리의 간판 김우민(22·강원도청)이 이틀 연속 아시안게임 메달을 목에 걸고 좋은 흐름을 이어갔다. 비록 아시안게임 1500m 정상 도전은 다음을 기약하게 됐지만 값진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우민은 26일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 수영장(Hangzhou Olympic Sports Centre aquastic sports arena)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수영 남자 1500m 패스트 히트(Fast heat)에서 15분01초07을 기록, 결승 출전 선수 8명 중 2위로 은메달을 따냈다. 자신의 최고기록인 15분02초96을 2초 가까이 앞당긴 것도 수확이었다.

김우민은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자신의 주종목 자유형 400m와 800m는 물론 1500m까지 우승을 목표로 설정했다. 단체전 계영 800m까지 4관왕을 달성하겠는 야심찬 출사표를 던졌다.

김우민은 지난 25일 계영 800m 금메달로 첫 단추를 잘 끼운 가운데 자유형 1500m에서도 우승을 노렸다.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의 박태환 이후 13년 만에 한국 수영 종목 아시안게임 다관왕을 목표로 1500m 패스트 히트 게임에 나섰다. 

올림픽, 세계선수권대회 등 아시안게임보다 수준이 높은 메이저 대회에서는 중장거리 종목인 800m와 1500m를 첫 날 예선, 둘째 날 결승을 치르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참가 선수들의 체력 소모가 크고 경쟁도 치열하다. 

하지만 아시안게임은 단거리와 비교하면 중장거리 선수층이 두껍지 않아 출전 선수 중 제출 기록이 느린 선수들은 오전에 슬로 히트(Slow heat)에 속해 레이스를 먼저 치른다. 제출 기록이 빠른 선수 8명은 패스트 히트에 포함돼 사실상 결승전의 형태로 메달을 놓고 다툰다.

한국 수영의 남자 자유형 1500m 아시안게임 마지막 금메달 리스트도 박태환이었다. 박태환은 만 17세였던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이 종목을 포함 자유형 200m와 400m 금메달까지 차지하고 3관왕에 올랐다.

김우민도 대선배의 뒤를 잇기 위해 힘차게 출발했다. 1500m 패스트 히트 경기 시작 후 첫 200m까지 1분55초41을 기록, 중국의 페이리웨이를 0.14초 차로 앞선 1위로 스타트를 끊으며 금메달을 향한 기대감을 높였다. 전날 계영 800m 금메달의 기세가 그대로 이어지는 듯 보였다.

하지만 기량이 베일에 싸여있던 페이리웨이의 페이스가 놀라웠다. 페이리웨이는 엔트리 기록이 14분46초59로 가장 빠르지만 국제 무대에서는 알려지지 않은 선수였다. 다만 350m부터 선두로 치고 나간 뒤 단 한 번도 1위 자리를 뺏기지 않고 물살을 가르면서 자유형 1500m의 신흥 강호로 떠올랐다.

김우민도 마지막까지 추격을 이어갔지만 1100m까지 페이리웨이가 10분56초62, 김우민이 10분57초64로 1초 이상 격차가 벌어졌다. 페이리웨이가 최종 14분57초31로 터치 패드를 찍고 금메달을 품었다.

김우민은 1500m 경기 종료 후 "4관왕에 다가서지 못했지만 그래도 은메달이라는 결과에 만족한다"며 "이제 남은 종목 경기에 더 집중해서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드릴 수 있도록 더 열심히 준비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 "전날 계영 800m 금메달이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가장 뚜렷한 목표였다. 자유형 200m 쪽에 초점을 맞추고 훈련을 많이 했기 때문에 스피드는 올라왔지만 (자유형 1500m는) 중후반 체력이 관건이었다. 오늘은 중후반 이후 페이스가 다소 늦춰진 부분이 있었다"고 돌아봤다.

김우민은 방송 인터뷰에선 "600~700m 지점에서 다리에 감각이 없었다"며 단거리 200m부터 장거리 1500m까지 함께 소화하는 것이 이날 레이스에 영향 미쳤음을 고백했다.

비록 4관왕의 위업은 이루지 못했지만 박태환 이후 13년 만에 3관왕 도전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있다. 아시아권에서는 김우민에게 대적할 상대가 사실상 없는 자유형 400m와 800m 레이스가 남아있다.

단거리에서 황선우가 항저우 아시안게임 자유형 200m 금메달을 사실상 예약하고 자유형 100m 성적에서 물음표가 붙었던 것처럼 김우민 역시 1500m 우승을 장담하기는 어려웠다. 이제 자신이 가장 멋진 기량을 뽐낼 수 있는 거리의 레이스만 남아 있는 상태다. 

김우민은 이달 초 항저우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선수단 결단식에서 개인 종목에 경우 "라이벌로 느끼는 선수는 없다. 나 자신과의 싸움이 될 것 같다"고 말할 정도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김우민은 "내 주 종목인 자유형 400m에서 개인 기록 경신이 목표다. 자유형 800m도 지난 7월 후쿠오카 세계선수권에서 한국 신기록을 달성했는데 그때 느낌을 최대한 가져가면서 레이스에 임하려고 한다"고 다부진 포부를 밝혔다.

남자 자유형 800m의 경우 김우민이 지난 7월 후쿠오카 세계선수권에서 한국 신기록을 작성하고 아시아 선수 중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부상 같은 변수만 없다면 김우민의 '금빛 역영'을 볼 수 있다.

수영 경영 마지막 날인 오는 28일에는 김우민의 주종목 남자 자유형 400m 예선 및 결승이 열린다. 이 종목 역시 아시아권에서 김우민과 대적할 수 있는 상대가 없어 금메달이 확실시되고 있다. 

1500m 메달도 색깔과 상관없이 만족한다는 입장이다. 김우민은 "내 약점이었던 자유형 1500m에서 메달을 획득한 건 기쁘다"며 "다음 경기까지 최대한 회복을 빠르게 해서 더 좋은 기록을 남길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한국 수영의 역사적인 사상 첫 아시안게임 단체전 금메달을 따낸 전날 밤 대표팀 분위기도 전했다. 황선우, 김우민, 이호준, 양재훈 등 4명은 지난 25일 저녁 계영 800m 금메달을 목에 건 이후 시상식, 공식 인터뷰 등 정신 없는 일정을 소화한 뒤 자정이 가까워진 시간이 돼서야 선수촌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김우민은 "선수촌에 자정에 도착했다. 도핑 검사까지 받으니까 시간이 많이 늦어졌다"며 "우리가 목표를 달성했고 서로 격려하면서 고생했다는 말을 해줬다. 다 같이 기분 좋아서 잠을 잘 못 잤다"고 웃었다.

한편 한국 수영은 항저우 아시안게임 메달 개수를 8개까지 늘렸다. ▲금메달 2개: 남자 자유형 50m(지유찬), 계영 800m(황선우, 이호준, 김우민, 양재훈) ▲은메달 2개: 남자 자유형 1500m(김우민), 남자 혼계영 400m(이주호, 최동열, 김영범, 황선우) ▲동메달 5개: 여자 개인 혼영 200m(김서영), 여자 자유형 200m(이은지), 남자 배영 100m(이주호), 남자 100m 평영(최동열), 남자 자유형 100m(황선우) 등이다.

한국은 김우민이 은메달을 따낸 뒤 열린 남자 혼계영 400m 결승에서 이주호(배영), 최동열(평영), 김영범(접영), 황선우(자유형)가 호흡을 맞춰 3분32초05로 한국신기록을 수립하며 결승에 출전한 8개국 중 최종 2위를 차지하고 깂진 은메달을 따냈다. 

우승은 3분27초01의 아시아신기록을 세운 중국이 차지했다. 일본은 3분32초52로 3위에 그쳤다.

한국 수영은 특히 각 종목 최강자를 모아서 헤엄 치는 혼계영에서 전통적인 수영 강국 일본을 이길 엄두를 내지 못했으나 이날은 초반부터 2위를 유지한 끝에 일본을 3위로 밀어내고 동메달이 아닌 은메달을 목에 거는 쾌거를 일궈냈다.

한국 수영의 질주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27일 황선우와 이호준이 자신의 주종목인 남자 자유형 200m 예선과 결승에 연달아 나서 중국 판잔러, 일본 마쓰모토 가쓰히로 등과 메달을 다툰다. 지난 7월 후쿠오카 세계선수권에서 이종목 동메달을 따낸 황선우는 단체전에 이어 생애 첫 아시안게임 개인전 금메달에 도전한다.

이어 28일엔 김우민이 남자 자유형 800m 패스트 히트를 통해 2번째 금메달을 노크한다. 김우민은 자신이 가장 자신 있어하는 남자 자유형 400m 예선 및 결승을 이번 대회 수영 경영 마지막 날인 29일에 소화한다.

한국은 이 외에도 남자 계영 400m, 혼성 혼계영 400m 등에서 추가 메달을 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