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군 야구하면서 지금 시기, 이 순위 처음"…FA 밀어낸 10년차 유격수, 한화와 기적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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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29 16:00
"1군 야구하면서 지금 시기, 이 순위 처음"…FA 밀어낸 10년차 유격수, 한화와 기적 꿈꾼다
[스포티비뉴스=사직, 김민경 기자] "내가 1군에서 야구하면서 지금 이 시기에 지금 순위에서 야구하고 있는 게 처음이거든요."
한화 이글스 유격수 이도윤(28)은 요즘 믿기지 않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한화는 최근 무서운 상승세를 타면서 5강 판도를 뒤흔들며 시즌 막바지 순위 싸움에 긴장감을 더하고 있다. 한화는 시즌 성적 57승61패2무로 6위에 올라 있다. 5위 kt 위즈에 1경기차로 따라붙으면서 5강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도윤은 북일고를 졸업하고 2015년 신인드래프트 2차 3라운드 24순위로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이도윤은 2017년까지는 1군 무대를 한번도 밟지 못한 유망주였고, 한화가 정규시즌 3위로 마지막 가을야구에 진출한 2018년에는 정규시즌 1군 2경기 출전에 그치며 축제를 함께하지 못했다. 이도윤이 본격적으로 2군에서 기회를 얻기 시작한 2020년부터는 한화의 암흑기였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 연속 최하위, 지난해는 9위에 머물렀다. 시즌 막바지 제대로 5강 싸움을 해보는 건 프로 10년차에 올해가 처음이다.
이도윤은 최근 한화가 한 경기, 한 경기 잡아나가면서 5위를 향해 나아가는 것을 직접 경험한 소감을 묻자 "내가 1군에서 야구를 하면서 지금 시기에 지금 순위에서 야구를 하고 있는 게 처음이다. 조금 더 하루하루 긴장은 되는데, 그래도 정말 분위기가 좋은 것 같다"고 답하며 미소를 지었다.
한화는 최근 10경기에서 8승2패로 승승장구하며 9위에서 6위로 단숨에 순위를 3계단이나 끌어올렸다. 김경문 한화 감독은 지난 16~18일 인천 SSG 3연전에 처음 승부를 걸었다. 당시 5위였던 SSG에 한화는 5.5경기차로 벌어져 있었기에 여기서 좁혀야 다음을 구상할 수 있었다. 한화는 라이언 와이스-하이메 바리아-류현진까지 1, 2, 3선발로 기선을 제압하면서 SSG에 시리즈 스윕을 달성했다. 지난 20~21일 청주에서 치른 NC 다이노스와 2연전에서 1승1패 균형을 맞췄고, 23~25일 잠실에서 4위 두산 베어스에 또 한번 시리즈 스윕을 챙겼다. 한화의 최근 돌풍이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알린 행보였다.
김 감독은 27~29일 사직에서 치르는 8위 롯데 자이언츠와 3연전에 한번 더 승부수를 띄웠다. 첫 경기에 4선발 문동주를 내고, 2번째 경기에 불안정한 5선발을 투입하는 대신 4일 휴식을 취한 와이스를 투입했다. 29일은 역시나 4일을 쉰 바리아를 선발투수로 예고했다. 로테이션까지 조정하며 외국인 원투펀치를 투입하면서 선수단에 '반드시 이 시리즈는 잡는다'는 메시지를 명확하게 전달했다.
한화는 27일 경기에서 문동주의 6이닝 무실점 역투에도 1-3으로 역전패해 아쉬움을 삼켰지만, 28일 와이스가 6⅔이닝 1피안타 3사사구 10탈삼진 무실점 완벽투로 7-0 완승을 이끌면서 7위에서 6위로 한 계단 더 올라서는 발판을 마련했다.
이도윤은 28일 경기에서 2-0으로 앞선 8회초 5득점 빅이닝을 이끌며 롯데의 추격 의지를 꺾었다. 1사 만루에서 황영묵이 밀어내기 볼넷을 얻어 3-0으로 한 점 더 도망간 상황. 롯데가 진해수에서 최재훈으로 마운드를 교체한 가운데 최재훈이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나 2사 만루로 상황이 바뀌었다. 이때 이도윤이 우중간 2타점 적시타를 날리면서 5-0으로 거리를 벌렸다. 롯데를 무너뜨리는 쐐기타였다. 이어 최근 타격감이 좋은 장진혁까지 좌월 2타점 적시 2루타를 때려 7-0으로 완승했다.
이도윤은 "(최)재훈이 형이 타석에 들어가기 전에 재훈이 형한테 좀 치라고 이야기했다(웃음). 형이 아쉽게 삼진으로 물러나서 내가 그래도 결과를 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자신 있게 휘둘렀는데 또 결과가 조금 좋게 나온 것 같다"고 쐐기타를 친 소감을 말했다.
이도윤은 올해 득점권에서 훨씬 더 빛나는 선수다. 시즌 타율은 0.278(281타수 78타수)를 기록하고 있는데, 득점권 타율은 0.356(87타수 31안타)다. 지난해 이도윤은 시즌 타율 0.252(346타수 78안타)를 기록하면서 득점권 타율 0.144(90타수 13안타)에 그쳤다. 1년 사이에 득점권에 주자가 있을 때 무서운 타자로 180도 변신했다.
이도윤은 득점권 타율이 좋은 것과 관련해 "잘 모르겠다. 내가 작년에 워낙 득점권에 안 좋아서 그렇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올해는 일단 득점권에 주자가 있어도 편하게 치자고 마음을 먹으려고는 하고 있다"며 심리적인 차이를 짚었다.
입단 9년차였던 지난해 이도윤은 비로소 주전급으로 성장했다. 주전 유격수 하주석이 음주운전 징계로 출전하지 못할 때 팀의 위기를 자신의 기회로 삼으면서 1군에서 자리를 잡아 나갔다. 올해 다시 스프링캠프부터 타격감이 좋았던 하주석에게 주전을 내주고, 하주석이 햄스트링 부상으로 이탈했을 때는 당시 타격감이 뜨거웠던 신인 황영묵에게 또 밀렸던 게 사실이다. 이도윤은 대신 2루수로 뛰면서 다시 존재감을 어필한 뒤 공수 안정감을 앞세워 황영묵이 지쳤을 때 다시 주전 유격수를 꿰찼다. 예비 FA인 하주석은 올해도 이도윤과 포지션 경쟁에서 밀리면서 벤치를 지키는 시간이 늘고 있다.
이도윤은 팀의 5강 기적을 함께하며 생애 처음 가을 무대에 서는 꿈을 꾸고 있다. 그는 "우리 팀이 이제 잘하고 있다 보니까. 서로 더 으쌰으쌰 하고 있는 것 같고, 일단 감독님과 코치님뿐만 아니라 선배 형들도 엄청 많이 좋은 말을 해주고 좋은 분위기를 계속 끌어주고 있어서 지금 분위기가 정말 좋다"며 지금 좋은 분위기를 가을까지 이어 갈 수 있길 바랐다.